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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남을 배려하는 삶

어깨가 불편해 병원에 다녔다. 원인은 컴퓨터였다. 물리치료를 받으면 낫는다고 한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걱정이다. 물리치료를 받는 것이 오가는 시간까지 합해 꽤 잡아먹는다. 그래도 그 시간이라도 컴퓨터를 멀리한다고 생각하고 다녔다. 누워서 치료를 받을 때 잠간씩 조는 것도 피로를 푸는 듯해서 그럭저럭 다리품을 팔았다.

그런데 어제는 몹시 불편했다. 치료실에서 환자가 휴대전화를 받았다. 그 소리가 조용한 치료실을 헤집고 다녔다. 그 아저씨는 제법 나이를 먹은 듯한데, 입이 거칠다. 병실에서는 휴대전화를 자제해 달라는 안내문이 있는데, 못 봤을까. 긴급한 일도 아닌데, 참 오래 한다.

살다보면 예의가 없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남과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배려라는 것을 전혀 하지 않는다. 흔히 남을 배려한다는 말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지금 이 사람은 개인적 공간이 아닌 공동의 공간에서 멋대로 행동하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공동체의 삶터에서 눈살을 찌푸리는 행동은 주변에도 많다.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들이 있다. 아침 출근길에 운전을 마구 하는 사람, 금연 구역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 공원에서 낯 뜨거운 애정 행각을 버리는 어린 아이들까지 남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병원에서 젊디젊은 물리치료사가 이야기했지만, 아저씨는 귓등으로 들었다. 우리 아파트에도 엘리베이터에는 공동주택 수칙이라는 안내문이 수시로 붙는다. 애완견을 키울 때는 이웃에 피해가 가지 않아야 한다, 밤 9시 이후는 운동기구 사용을 하지 맙시다 등 공지 사항이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다. 이런 꼴을 보면 나도 입을 열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두렵다. 괜히 나섰다가 강하게 비틀고 들어온다면 감당하기 힘들다.

책에서 읽은 글이 떠오른다. 세상 사람들의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그들을 바로 잡을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혜안이 뛰어난 스님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 갔다. 세상 사람들의 비도덕성을 탓잡으며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했다. 묘책을 기다렸지만, 스님의 대답은 의외였다. ‘너나 잘해’였다. 순간 실망했지만, 곱씹어 보니 맞는 말 같았다. 내 눈으로 남의 잘못만 보고 있지, 내 잘못을 못 보고 있다.

안도현의 시도 가슴을 울린다.

연탄재를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나는 한번이라도 따뜻한 사람이었을까. 추운 겨울 길거리에서 동냥 그릇에 동전 한 닢이라도 던져 주었을까. 친구의 어려움을 듣고 단숨에 뛰어갔을까. 파지를 가득 실은 손수레를 힘겹게 끌고 가는 노인을 보고 내 발길만 바쁘다는 핑계로 허겁지겁 도망가지는 않았나. 직장에서 동료의 어려움을 보고 마음을 나누어 주었을까.

요즘 세상은 가진 자가 더 갖지 못하여 없는 자의 한숨까지 짓밟고 있다. 대기업이 골목까지 들어와 하루 벌어먹는 상인들을 휘청거리게 한다.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오히려 부당한 이익을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 모두 배려의 마음을 잃은 것이다.

적은 것이지만 서로 나누어 가지면 기쁨이 커질 수 있다. 비록 부족한 것이지만 서로 채워주면 그 보람이 배가 된다. 이러한 모습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 누군가와 마주치는 삶 위에서 우리가 따뜻함을 나누는 세상에 되어야 한다. 한 조각 마음조차 누군가를 아프게 할까봐 조심스럽게 하는 삶의 태도가 필요하다. 작은 배려가 우리 사회 전체를 훈훈하게 만들 수 있다. 스님의 말 대로 ‘너나 잘하면’ 길이 열릴 수 있다. ‘너나 잘하는’ 성찰의 삶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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