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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스마트폰'으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해 보세요

언제부턴가 스마트폰이 아닌 2G폰을 가지고 다니는 아내에게 시대에 뒤떨어진다며 내가 붙여준 별명 하나가 있다. 그건 다름 아닌 '신 미개인'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아빠로부터 놀림당하는 엄마에게 측은지심을 느낀 것일까? 이번 설날, 아내에게 따라다니는 '미개인'이라는 딱지를 떼 준 사건이 일어났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이들은 받은 세뱃돈으로 아내에게 스마트폰을 선물한 것이었다.

처음에 아내는 아이들의 깜짝 선물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아내는 상자를 뜯지도 않고 아무렇게나 내버려두었다. 말 그대로 아내에게 있어 스마트폰은 무용지물(無用之物) 그 자체였다.

며칠이 지났다. 이를 지켜본 아이들이 작정한 듯 아내를 데리고 가까운 대리점으로 갔다. 아내는 아이들의 행동에 못마땅한 듯 대리점으로 가는 내내 구시렁거렸다. 마침내 아내는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년간 애지중지하게 간직했던 2G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꾸게 되었다. 바꾼 뒤에도 아내는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듯 전화를 걸고 받는 용도로만 사용하였다. 

아이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아내에게 스마트폰 사용법과 기능을 가르쳐 주었다. 처음에 거부감을 느꼈던 아내는 스마트폰 기능 하나하나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심지어 기능 하나를 다 익히고 나면 또 다른 기능을 가르쳐 달라며 아이들에게 애걸하는 모습까지 보이기도 했다.

스마트폰을 개통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아내가 폰을 구입한 지 오래된 나보다 더 많은 폰 기능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가끔 놀랄 때가 있다. 이제 아내에게 있어 스마트폰은 없어서는 안 될 친구 이상의 소중한 존재로 자리 잡아 가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난 뒤, 아내의 생활에 작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전에 TV 시청이나 책을 보면서 망중한을 즐겼던 아내의 손에는 항상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사용 중 모르는 기능이 나오면 구입 시 받은 매뉴얼을 펼쳐 놓고 사용법을 알아갔다. 또한, 궁금한 점이 생길 때마다 내게 물어보기보다 스마트폰을 통해 해결하였다. 전에는 그것도 모르느냐며 핀잔을 주기도 했는데 요즘은 역전되어 오히려 내게 면박을 주곤 한다. 그것도 아이들 앞에서 말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아내에게 없던 취미 생활이 생긴 것이다. 아내는 생활하면서 찍은 사진을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등과 같은 SNS(Social Network Service)에 올려놓고 댓글을 다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결혼하여 자주 만나지 못한 친구들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좋아하는 아내가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 없다. 이런 아내의 행동과 모습을 보면서 궁금한 점이 생겼다. 그간 스마트폰 없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말이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빨리 구입할 수도 있었을 텐데.

사실 아내는 매월 지출되는 통신비(4인 기준 16만 원)의 부담으로 스마트 구입을 미뤄왔던 것이었다. 특히 주변에서 스마트폰 게임 중독에 빠져 가정 일에 소홀히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스마트 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내심 아내가 스마트폰을 갖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통신비 부담으로 아내는 자신이 먼저 제일 싼 요금제를 선택했으며 요금이 부과되는 게임이나 채팅으로 수다를 떨며 시간을 헛되게 보내는 일이 결코 없었다. 그리고 반드시 필요한 통화를 제외하고 불필요한 통화는 하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연락은 문자메시지나 요금이 들지 않는 SNS를 통해 전했다.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 달라진 아내의 행동에 가끔 놀랄 때가 있다. 아내는 하루에 한 번 꼭 가족 모두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저녁 메뉴를 찍어 보내기도 한다. 특히 바쁘다는 핑계로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시간을 고려하여 아내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메시지로 남기곤 한다. 기존에 없었던 우리 가족 모두의 생각을 공유하는 데 아내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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