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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공인이 공인다워야 공인이지

화요일 저녁. 방에서 인터넷을 하고 있던 딸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거실로 뛰쳐나왔다.

"아빠, 큰일 났어요."
"왜 그러니? 북한이 또 핵실험이라도?"
"아빠, 탤런트 ○○○ 알지? 왜 얼마 전에 끝난 드라마 남자주인공 있잖아요?"
"누구? ○○○?"

그 탤런트가 누구인지 잘 몰라 하자 딸은 휴대폰 바탕화면 배경으로 설정해 놓은 그 연예인의 사진을 내게 보여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가 연예인 지망생 성폭행 혐의로 피소되었대요."
"이 연예인 평소 네가 좋아했던 남자 아니니?"

몇 년 전, 모 지상파 방송 드라마 주연으로 출연한 이 연예인의 연기와 잘 생긴 외모에 딸은 반해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딸은 자기 방에 그 연예인의 브로마이드를 벽에 붙여놓고 좋아하기 시작했으며 그가 출연한 드라마를 비롯해 그와 관련된 모든 기사를 스크랩하는 열정까지 보였다.

그런데 평소 우상으로 여기며 좋아했던 그 연예인이 성폭행으로 고소당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운 듯 딸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오보일 거야. ○○○는 그런 사람 아니야.”

망연자실하여 방으로 들어가는 딸의 모습에 왠지 씁쓸함이 감돌았다.

그날 이후, 딸의 방에서 그 연예인과 관련된 자취를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사실 방으로 들어간 딸은 휴대폰 바탕화면의 배경을 바꾸었고 방안에 붙여놓은 그 연예인의 사진 모두를 떼어냈다. 그리고 특별한 일을 제외하고 자기 방에서 나오는 일이 드물었고 예전보다 말수 또한 많이 줄었다. 아마도 딸은 그 연예인을 좋아했던 것 자체를 잊고 싶은 듯했다. 더군다나 잘생긴 외모로 드라마에서 멋진 역할을 보여주었기에 그 충격이 더욱 크지 않았나 싶었다.

최근 연일 불거져 나오는 일부 유명 연예인의 성폭행 혐의피소가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본인들은 범행을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을 롤 모델로 생각하는 아이들이 받아야 할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엎질러진 물처럼 이미 땅에 떨어진 그들의 위신은 돌이킬 수가 없으며, 최소한 그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스스로 자정작용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공인이기에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 하나하나가 모든 사람에게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그들은 여타 일반인보다 매사 행동에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죄의 경중(輕重)을 떠나 그들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하며, 조금 유명세를 탔다고 거들먹거려 자신의 체면을 구기는 행동은 삼가야 할 것이다. 공인으로서 대접을 받으려면 공인다운 행동을 해야 않을까 싶다.

아무튼 딸의 남자인 탤런트 ○○○의 성폭행 혐의 진위 여부가 속히 밝혀져 예전처럼 우리 딸의 얼굴에서 웃는 모습을 보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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