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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학원 허위 광고, 학원만 문제인가

지난 3월 3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신문,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재수생 등 학원생 모집광고를 하면서 부당 광고행위를 한 16개 대입 기숙학원에 대해 시정 명령 및 공표 명령을 내리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적발된 학원 중 일부는 EBS 출강 강사가 강의를 하지 않는데도 강의를 하는 것처럼 허위로 광고했다는 것이다. 다른 학원의 대입 실적을 임의로 차용해 광고하거나 객관적 근거 없이 대학 진학자 명단, 진학률, 성적 향상 사례 등을 부당 광고한 학원도 있었다. 언론기관이나 공공기관의 수상 사실을 허위로 광고한 곳도 다수 있었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는 언론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학원들이다. 잦은 광고로 지명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학원은 시정 명령과 함께 신문과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시정 명령을 받은 사실을 게재해야 한다. 공정위는 이번에 적발된 부당 광고 사례에 대해 관할 교육청에 통보, 이 같은 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대입 기숙 학원은 숙박시설을 갖춘 학원으로 주로 수도권 도심 외곽에 위치하고 있다. 학원생은 1년 동안 숙식을 함께하며, 교사도 강의를 하며 이들과 함께 생활한다. 작년 6월말 기준 약 70여개가 운영 중이며 주로 양평, 안성, 용인, 남양주, 가평, 이천, 하남 등 경기도에 53개(76%)가 집중돼 있다. 이번 조치로 대입 기숙학원 업계 전반의 광고 행태가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학원은 영리 단체라는 속성상 강사진 구성이나 대학 진학 명단, 기타 수능성적 향상도 등을 사실과 달리 선전할 확률이 매우 높다. 허위 광고로 인한 벌보다는 이로 인한 수입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번 문제는 학원 적발에만 둘 것이 아니라 교육 당국의 정책 변화도 필요하다. 입시 정책의 변화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에서 2014년 정시 선발 인원 중 70%를 수능 성적만으로 뽑는다. 중앙대는 수능만 100% 반영하는 선발 인원이 88%에 달한다. 수능 위주의 선발은 내신의 영향력이 낮아지고 수능이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 수능 공부에 1년을 더 투자하면 성공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가 있으니 재수생이 늘고 학원이 성업을 하게 된다.

실제로 입시업체에서 조사한 자료에도 의미 있는 통계가 나왔다. 이 통계에 의하면 전국 재수생은 줄었지만 서울 강남구의 재수생은 증가했다. 2011년 수능에서 재학생 대비 28.9%였던 전체 재수생 비율은 지난해 27.9%로 떨어졌다. 반면 2011년 전국 수능 지원자(원서 접수 기준)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서울(50.9%)의 재학생 대비 재수생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경기도 성남(42.5%)·고양(40%) 등 신도시 지역의 재수생 비율도 전국 평균(28.1%)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서울 강남구에서는 고등학교를 나온 학생이 재수를 하는 비율이 70%를 넘었다. 강남구의 경우 재수생 비율이 2009년 64.1%에서 2011년 76%로 11.9%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졸업생 10명 중 7명 이상이 재수를 했다는 의미다. 교육열이 높은 양천구와 송파구의 상황도 비슷하다. 양천구의 재수생 비율은 같은 기간 46.3%에서 56.9%로 뛰었고 송파구는 44%에서 52.1%로 증가했다. 2014년부터는 수능시험이 이는 A, B형의 수준별로 바뀌는 등 입시제도가 변한다. 이런 변화는 당연히 재수생이 감소해야 하지만, 수능 100%로 대학을 가는 제도가 있는 한 재수생은 줄지 않는다. 강남의 경우 학생들의 기대치가 높고 부모의 경제적 지원이 뒷받침되다 보니 재수를 하는 데 큰 부담이 없다. 그리고 정부에서 사교육 대책으로 쉬운 수능을 표방하고 있다 보니 실수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학생들이 재수를 선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번 공정위 조사 결과에서 보듯 대부분의 학원이 EBS 강사를 역임했다거나 출연하고 있다는 선전을 했다. 이는 정부가 EBS 방송교재에서의 수능 출제를 70%이상 하겠다는 언급을 자주 했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서도 EBS에 거는 기대는 크다. 물론 학원의 허위 광고가 문제겠지만, 이번 기회에 EBS 방송국 측도 점검을 해야 한다. 즉 EBS 강사는 학교 선생님 출신으로 하고, 사교육 업체인 학원 강사는 배제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EBS 강사는 방송 출연 후 일정 기간은 사교육 시장 진출을 제한하거나 EBS 강사 경력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법적 장치를 만드는 방법도 필요하다.

학교 간 과열 양상을 방지하기 위해 고등학교에서조차 명문대 합격자 수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못하게 돼있다. 실제로도 이러한 행위는 비교육적이다. 하물며 학원의 과장 광고와 거짓 광고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대학 입시에서 실패를 경험한 수험생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가혹한 행위다. 허위 광고는 엄연한 불법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수년전 학원이 허위광고를 하다가 한 차례만 적발돼도 등록말소 조치를 내리겠다고 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학원의 허위, 과대광고에 대해 엄벌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여전히 기숙학원들이 과장광고를 하고 있다. 처벌만 한다고 했지, 실제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게 원인이다. 앞으로는 부당행위를 저지른 학원에 대해서는 고발조치와 함께 등록말소 조치 등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관계 당국이 입시 제도의 보완과 기타 EBS 방송국의 자정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 이는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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