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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MBC 체면 살려준 창사특집극 '마의'

지난해 10월 1일 전파를 타기 시작한 MBC창사51주년특별기획 ‘마의’가 50회를 마지막으로 3월 25일 종영되었다. 화요일이 아닌 월요일에 끝난 것은 지난 연말 ‘가요대제전’(12월 31일 방송)으로 1회 결방되었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MBC창사특집드라마는 시청률이 높았다. 비근한 예로 창사50주년특별기획 ‘빛과 그림자’를 들 수 있다. 지난 해 방송사상 초유의 장기간 노조 파업 와중에도 ‘빛과 그림자’는 64부작, 장장 7개월에 걸쳐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MBC 채널을 다른 데로 돌릴 때였음에도 20%대까지 오르는 등 선전한 것.
 
그때에 비하면 ‘마의’의 방송환경이 나아진 편이긴 하지만, ‘드라마 왕국’으로서의 MBC는 옛말이 되었다. MBC 뉴스데스크 같은 보도프로가 반토막났고, 시청률 저조한 프로그램은 아예 조기종영하거나 폐지하는 등 전반적으론 몸살을 앓고 있는 MBC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그런지가 이 글의 목적이 아니기에 이쯤해두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 MBC가 예전같지 않다는 점이다. 그 지점에서 ‘마의’는 일단 빛을 발한다. 초반 KBS에 밀렸던 ‘마의’가 시청률 20%대(수도권 기준)를 돌파한 것은 15회부터다. 이후 종영까지 전국 시청률 20% 안팎을 유지, 월화극 1위 자리를 지켰다.
 
이전의 MBC 사극의 시청률에 비하면 약한 편이지만, 체면은 살려준 인기 드라마인 셈이다. 일차적으론 ‘허준’(2000) ․ ‘대장금’(2004) ․ ‘이산’(2008) ․ ‘동이’(2010) 등 대박 사극을 연출해온 이병훈 PD의 공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른바 ‘이병훈표’가 MBC에 등 돌린 시청자들을 다시 불러 모은 셈이라고나 할까.
 
 '마의’는 실존 인물 백광현(조승우)이 천한 마의에서 어의가 되는 일생을 그린 드라마다. 정통사극에 50부작의 대하사극을 표방하고 있지만, 팩션에 가깝다. 단 몇 줄 정사(正史)에 기록된 실존인물 행적이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복원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다.
 
50부작이라는 길이로 보면 대하사극이 맞지만, 이것 역시 분량만 그럴 뿐이다. 물론 백광현이란 개인이 시대의 격랑에 휩쓸려 철저히 부서지고 운명이 뒤바뀌는 등 대하소설적 요소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럴망정 무릇 대하소설에서 보는 것과 달리 ‘신분탈출기’ 내지 ‘출세 스토리’의 귀결은 그냥 평범하지 않은 개인사라는 한계를 보여준다.
 
그것이야 어쨌든 ‘마의’가 인기를 끈 것은 역시 연출력 때문이다. 가령 시술과정이 그렇다. 백광현은 말에서부터 청나라 후비, 조선의 공주, 대비, 임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환자들을 시술하여 살려낸다. 그러나 일사천리로 이루어지는 치료가 아니다. 거의 매회 일종의 위기감을 고조시킨다. 바로 시청자 시선을 붙드는 힘이다.
 
거기엔 생명존중의 백광현 철학이 있다. 그런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야말로 언제나 누구든 생길 수 있는,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무릇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을 법하다. 장인주(양선)를 통한 “힘을 가진 자들과 다른 길을 갔기에, 그들과 다른 꿈을 꾸기에”(3월 18일 방송) 같은 메시지도 감동을 더한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전혀 없냐면 그렇지 않다. 먼저 안이함 또는 허술함이다. 가령 46회(3월 11일) 방송을 보자. 대비 수술시 봉합하려고 하는데 맥이 없어진다. 응급조치를 취해, 대비는 소생하지만 열었던 신체부위의 봉합장면이 없는 채다. 45회에선 추국청이 열린다 해놓고 그 대상인 좌상(김창완)과 수의(손창민)는 자유롭게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다음 40회(2월 18일) 방송을 보자. 숙휘공주(김소은)의 혼절을 본 백광현은 의사로서 적절한 응급조치부터 해야 할 것 같은데, 연신 정신차리라고만 한다. 조선왕조 현종 재위시는 영의정 없이, 좌상 체제였는지도 궁금하다. 계속 좌상이 조정의 영수로 등장하고 있어서 하는 말이다.
 
49회 방송에서 임금이 죽지도 않았는데 궁녀들이 일제히 우는 것도 낯선 장면이다. 지녕(이요원), 숙휘공주. 성하(이상우) 등 로맨스가 겹으로 엮인 것도 그렇지만, 50회에서 결혼날 오전까지 진료에 임하는 백광현이나 지녕 모습은 좀 억지스러운 미화로 보인다.
 
조연들의 여러 쌍 짝짓기 결말은 사족이다. 전회 마지막 부분을 다음 회 첫머리에 ‘재탕’한 것이나 노비의 ‘신원’ 같은 문자 구사 및 ‘삐친거야’를 ‘삐진거야’로 표현한 오류는 애교로 봐줘야 할지, 난감하다. 그랬을망정 ‘마의’가 6개월간 많은 사람들을 드라마 보는 즐거움에 빠져들게한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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