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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전편만 못한 첩보대작 '아이리스2'

2009년 12월 17일 KBS 2TV의 첩보대작 ‘아이리스’가 막을 내렸다. 얼마나 인기를 끌었는지 드라마가 종영되기도 전 ‘아이리스2’ 촬영 소식이 전해졌을 정도다. 그리고 2013년 2월 13일. 마침내 ‘아이리스2’가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20부작에 200억 원대의 제작비를 쏟아부은 대작 드라마로서다.

그만큼 ‘아이리스2’는 많은 시청자들을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빠져들게 했다. 방송사 입장도 비장했다. 한겨레(2013.1.1)에 따르면 “한국형 블록버스터인 이 작품에 한국 방송은 올해 초 드라마 전쟁의 명운을 걸었다”는 것이다. 고영탁 KBS드라마 국장은 “1편보다 못한 2편이 되지 않도록 하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리스2’의 시청률은, 전북매일신문(2013.2.15)에 따르면 1회때 14.4%(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에 이어 17%(TNmS, 전국 기준)가 최고 수치이다. 18회(4월 11일 방송)에선 8.2%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20부작 전체 평균 시청률은 전국 기준 10.3%에 머물렀다. 1편이 40% 안팎의 시청률로 인기를 끌었던 것에 비하면, 그리고 200억 원이나 쏟아부은 대작임을 상기한다면 완전 참패라 할 수 있다.

전편에서 김현준(이병헌)이 죽고 3년쯤 지난 후 ‘아이리스2’는 시작한다. 정유건(장혁)과 지수연(이다해), 윤중원(이범수)과 김연화(임수향), 그리고 최민(오연수) 등 주요 인물은 대부분 바뀌었다. 전편에서 이어지는 인물은 백산(김영철) 정도이다. 그 외 북한 고위급 요원 역 김승우와 김소연이 잠깐 등장한다.

내용 역시 전편에서처럼 핵무기 이야기가 핵심이다. 국가안전국 NSS와 북한, 그리고 아이리스간 격돌이 펼쳐진다. 첩보대작답게 헝가리 ․ 캄보디아 ․ 일본 ․ 오스트리아 등지 해외촬영으로 자동차 추격전, 원없이 쏴대는 총질 등 영화 같은 액션신이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특히 절권도를 10년 이상 배웠다는 장혁의 상대방 제압하기 액션은 압권이다. 이다해 역시 발차기 등 그런 대로 봐줄만한 액션을 선보였다.

내용 또한 북한의 도발적 선전전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과 맞물려 관심을 끌만했다. 대한민국의 핵무장 대 비핵화 주장이 팽팽해 주목을 받을 법했다. ‘아이리스2’는, 이를테면 퓨전사극이나 치정 멜로 따위 그렇고 그런 TV드라마가 판치는 흐름에 단연 차별화가 돋보이는 ‘첩보액션드라마’인 셈이다.

그런데도 ‘아이리스2’는 참패했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우선 북한의 전쟁 운운하는 심리전에도 평온한 일상을 사는 시민들 모습이 그 이유의 하나이지 싶다. ‘아이리스’가 방송됐던 2009년 말 당시라든가 500만 권 넘게 팔린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출간되었던 1993년 상황과 달라진 사회 분위기라는 것이다. 이제 핵 이야기도 진부한 소재가 된 셈이라고나 할까.

이미 필자는 ‘아이리스’ 리뷰에서 속편 제작에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지나친 멜로 부각은 첩보액션 대작 드라마에 해가 된다고. ‘아이리스2’ 역시 첩보영화인지 멜로영화인지 의구심이 생길 정도로 멜로에 큰 방점을 뒀다. 유건과 수연으로도 모자랐는지 수연을 좋아하는 서현우(윤두준)에 이어 백산과 유건 어머니(이보희) 멜로까지, 몇 번이나 채널을 돌리고 싶었던 게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가족주의의 지나친 부각도 거슬린 대목이다. 무슨 첩보드라마에 그렇듯 주검 앞의 통곡과 장례식장 장면이 잦게 나오는지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핵무기가 무고한 인명을 해친다는 메시지나 가족애가 요즘 대세라 그랬는지 모를 일이지만, 그런 전개는 ‘잡탕’ 같은 인상을 풍겼을 뿐이다.

무엇보다도 결정적 패착은 정공법에서 벗어난 캐릭터 변화에 있지 싶다. NSS 팀장 유건이 총상을 당한 건 5화(2월 27일 방송)에서다. 그 후 유건은 아이리스 요원으로 ‘반역자’가 되고, 심지어 수연에게까지 총을 쏜다. 그러다보니 쓸데 없는 내용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노출했다. NSS 요원들의 활약상을 통해 시청자들이 느낄 대리만족이나 카타르시스를 차단시켜버린 셈이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 종반으로 갈수록 국제 범죄조직 아이리스는 사라지고 남북한 대결로만 치달은 점이다. 유중원의 핵무기 탈취 후 전쟁을 일으킨다는 전개 역시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그들의 핵무기 보유 사실이 국제적 이슈가 되어 있는 현실과 동떨어진 ‘낡은’ 전개이기 때문이다.

‘베끼기’도 불만스럽다. 유건이 핵 실은 비행기와 함께 바다로 추락하는 결말장면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에서 아이언맨이 한 짓을 연상시킨다. 정유건과 유중원의 물건 받침대 사이로 쏴대는 총질도 누아르 영화에서 본 낯익은 장면이다. 좋은 말로 하면 오마주이지만,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그런 베끼기에 박수를 보낼 시청자들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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