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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마라는 작물. 아니 정확히 말해서 야생식물은 덩굴성식물로 대단한 저력을 지닌 식물이다. 그래서 그 뿌리인 마가 그렇게 약효가 있고 사람에게 유익한 작물로까지 발전을 하게 된 것인가 보다.

작년에 둘째 며느리 부모님이 계시던 단독주택인 집을 팔고 아파트로 이사는 하시면서, 자신들이 살던 집에 심었던 마의 뿌리를 차마 버릴 수가 없다면서 싸서 보내주셨다. 나는 그것을 옥상 텃밭의 구석에 심어두었더니, 얼마나 번져 나가는지 이러다간 텃밭을 몽땅 마에게 빼앗기고 말겠다 싶을 정도이었다. 올해에는 봄철에 일부를 캐어내려고 하였는데 그만 잊고 그냥 두었더니, 줄기가 엄청 실하게 뻗어 올라온다. 이런 마의 줄기를 보고 아내는 다른 작물에 피해를 준다고 잘라버리곤 하였다.
그렇지만 잘라주면 일주일이면 다시 줄기가 뻗어 나오는데, 자른 면에서 곁가지를 쳐서 더욱 풍성해지기만 한다. 이런 마의 줄기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들이 저 야생식물의 지혜조차 모르고 사는구나 싶었다.

마의 줄기는 어딘가를 감고 올라가야하는 덩굴이다. 그런데 옥상에 심은 마가 잡고 올라갈 것이라고는 옥상의 둘레를 위험하지 않게 만들어둔 스테인레스 난간뿐이다. 이 난간을 타고 올라와서는 거기에서 더 이상 잡을 것이 없어진 것이다. 그런데도 그 갸냘픈 마의 줄기는 난간의 위에서 적어도 1.5m정도나 엄청난 기둥을 만들면서 뻗어 올라가고 있는 게 아닌가? 마줄기가 어떻게 기둥을 만들고 1.5m씩이나 높이 뻗어 올라가느냐고 할 것이다.

마의 줄기는 혼자서 그렇게 뻗어 올라갈 수는 없다. 그런데 여러 개의 마 줄기가 한데 엉겨서 타래를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올라오는 줄기마다 이 타래에 엉겨 붙어서 더 튼튼한 타래를 만들고 그렇게 점점 더 굵어진 타래는 아무 것도 붙잡을 것이 없어도 그냥 기둥처럼 쭉쭉 뻗어 올라나는 것이었다. 혼자서는 설 수도 없을 마 줄기가 여러 개가 뭉쳐서 서로 다른 각도에서 올라온 기운을 모으니, 갸냘픈 줄기가 그만 제법 튼튼한 밧줄처럼 꼬이면서 기둥이 되고 뻗어 올라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많은 줄기가 다른 각도에서 올라와서 한데 엉기니 마치 소나무를 옮겨 심고서는 삼각대를 매고, 와이어로 3방향에서 버티도록 매어주듯이 마 줄기들이 스스로 와이어가 되고 삼각대가 되어서 튼튼한 줄기 기둥을 만들어서 뻗어 올라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가게 마련이지만, 이렇게 살아가는 것을 잊고 이웃들을 괴롭히거나 질시하면서 미워하고 싸우기만 하는데, 이 야생식물은 서로 의지하여야만 버틸 힘이 생기고 줄기를 뻗어 올라가서 더 많은 햇빛을 받을 수 있고 더 많은 영양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실천해가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이들이 가상한 노력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서 작년에 오미자를 올렸던 그물망을 가져다가 마음껏 뻗어 올라가서 옥상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 수 있게 그물망을 쳐주었다. 이제는 서로 엉겨 붙어서 하나의 기둥을 만들지 않고도 마음껏 뻗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마음껏 줄기를 뻗어서 너른 공간을 활짝 펴면서 그늘을 만들어 줄 것이다.
이제는 서로 엉기지 말고 넓게 넓게 뻗어 나갔으면 좋겠다. 그 갸냘픈 줄기로 기둥을 만들어서라도 뻗어 올라가겠다는 그 악착 같은 생명력으로 그물 가득 마음껏 펼쳐가면서 뻗어 나가기를 빈다.

그리하여 마 줄기가 만들어준 그늘에서 더위를 식히면서 마의 지혜를 되새김하여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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