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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새로운 시도의 수사극, '감시자들'

‘감시자들’이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이어 한국영화 구원투수로 합류했다. 최종 스코어야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7월 17일 기준 390만 295명)까지의 소식만으로 그렇게 단정해도 될 것 같다. 먼저 ‘감시자들’은 7월 3일 개봉날 21만 64명을 극장으로 불러들여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그런데 그 수치는 1280만 명으로 상반기 최다 관객동원 영화 ‘7번방의 선물’이 동원한 개봉날 15만 2808명보다 훨씬 앞선 것이다. 같은 장르라 할 ‘신세계’의 17만 8126명보다도 더 많은 개봉 첫날 관객 동원이기도 하다. 개봉 4일 만에 동원한 128만 4637명도 ‘7번방의 선물’의 같은 기간 119만 3596명보다 빠른 흥행 속도다.

‘감시자들’의 이런 흥행 열기는 개봉 2주차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실제로 개봉 12일째인 7월 14일(일요일) 영화를 보러간 극장에서도 확인된 일이다. 뒤에서부터 5번째 줄 좌석에서 영화를 볼 정도로 관객들은 ‘인산인해’였다. 400만 명을 넘긴 ‘월드 워Z’의 발목을 잡고 여름 대목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최고 기대작 ‘퍼시픽 림’에도 요지부동인 흥행파워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한겨레(2013. 7.5)의 ‘설경구 흥행법칙’ 기사는 꽤 흥미롭다. 내용인즉 예매율 1위에 오른 설경구(황반장 역) 주연의 영화 10편이 흥행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감시자들’은 11번째 설경구 주연의 예매율 1위 영화이다. 제작비를 자세히 알 수 없어 손익분기점 관객 수도 분명치 않지만 7월 14일 354만 429명으로도 흥행성공이 틀림없다.

‘감시자들’이 흥미로운 것은 또 있다. 어느새 40줄에 접어든 정우성(제임스 역)의 악역이 그것이다. 사실 극중 비중만으로 보면 조연인데, 정우성은 주연이라 할 설경구, 한효주(하윤주 역)보다 신문 인터뷰 등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런 조명만큼 정우성은 꽤 인상적인 악역을 소화해내고 있다. ‘감시자들’이 다소 특이한 것은 2인 감독(조의석 ‧ 김병서)이다. 코언, 위쇼스키 형제 감독이 있긴 하지만, 2인 감독은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일이다. 국내의 경우 제한상영가 판정으로 투쟁중인 ‘자가당착’의 김곡 ‧ 김선 형제 감독이 있는 정도이다. 그리고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의 김태용 ‧ 민규동 ‧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영 ‧ 이해준이 2인 감독으로 영화를 연출한 바 있다.

그 2인 감독의 영화 ‘감시자들’은 한 마디로 새로운 유형(시도)의 수사극이라 할 만하다. 일상적 전동차 안에서부터 시작된 영화는 2시간 상영 내내 긴장감을 유지한다. 어찌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지 2명의 감독이란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한다. 그만큼 일사불란하게 내용이 전개된다. 자연 군더더기가 없다. 내용이 늘어져 하품을 나게 하지 않는다. 긴장감의 끈을 잠시 늦추는 것은 유머다. 이것도 대사를 통한 웃기기여서 튀지 않는다. 가령 범인과 함께 탄 엘리베이터에서 범인이 “너 누구야?”라고 묻자 하윤주는 물론 관객들도 아연 긴장감에 빠져든다. 그런데 범인은 거리에 뿌려진 명함을 내밀며 “커피도 타는 여자?”하고 다시 묻는다. 노련한 완급조절의 유머는 그런 식이다.

글쎄, 어리거나 젊은 관객들은 어쩔지 모르겠는데, 은근히 질러대는 정치 ‧ 사회현실에 대한 세태 꼬집기도 나로선 반갑다. 예컨대 거액을 털리고도 구린데가 있어 신고조차 못하는 상호저축은행 경영실태 따위가 그것이다. “신문에 난 것 다 개소리야!”라든가 “사격훈련이라야 1년에 꼴랑 4번” 같은 황반장 대사가 주는 메시지도 예사롭지 않다. 대체로 무난해 보이지만, 그러나 아쉬움이 없냐면 그렇지는 않다. 가장 큰 아쉬움은 이른바 한국적 정서이다. 가령 황반장이 위해당한 후 제임스를 쫓다 놓치자 비 맞으며 길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하는 하윤주 모습은 오히려 극의 흐름을 해치는 것 아닌가?

수칙 위반으로 작전에서 제외된 하윤주가 별다른 결정적 계기도 없이 하루 만에 원직 복귀하는 것도 좀 그렇다, 상부로부터 작전이 올스톱되고, 황반장은 사직서까지 냈는데, 하윤주의 제니스 발견 한 마디로 팀이 다시 가동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전동차 통제 조치도 없이 범인 검거에 나선 것 역시 너무 영화적이다. 저축은행 강도 장면에서도 그게 본점인지 몰라도 직원 수가 너무 많은 것처럼 보인다. 그럴망정 ‘감시자들’은 CCTV에 거의 전 국민이 노출되는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의 뭔가 감시당하고 있다는 불쾌감을 자극한 새로운 시도의 수사극 내지 범죄스릴러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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