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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 밤새 안녕하십니까?”

월요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영어과 선생님의 긴급모임이 있었다. 회의에 앞서, 교감 선생님은 김 선생님이 새벽에 갑자기 쓰러져 병원응급실로 실려 갔다는 김 선생님 사모님의 전화내용을 전했다. 갑작스럽게 생긴 일이라 회의에 참석한 영어과 선생님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였다. 더군다나 평소 건강관리를 잘해 오신 분이기에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우선 김 선생님의 병환이 호전될 때까지 임시방편으로 김 선생님의 시수를 모든 영어과 선생님이 나누어 보강하기로 하였다. 만에 하나, 수술할 정도의 심각한 병으로 판단된 경우 기간제 강사를 채용하기로 하고 회의를 끝냈다.

수업결손은 동 교과 선생님이 보강하는 차원에서 수습은 되겠지만, 문제는 김 선생님으로부터 수업을 받는 아이들이 선의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학기 동안 김 선생님의 수업에 적응해 온 아이들이 새로운 선생님으로부터 수업을 받게 될 경우,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선생님이 아프면 결국 피해를 보는 쪽은 학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학교생활의 과다한 업무와 심한 스트레스로 명퇴와 병가를 신청하는 교사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질병으로 부득이 결근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일반 직장인과 달리 선생님의 결근은 어떤 의미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가끔 몸이 아파도 쉬지 못하는 선생님의 넋두리를 들을 때가 있다. 무엇보다 본인의 결근으로 많은 아이들이 수업결손의 피해를 볼 수 있고, 수업보강 때문에 동 교과 선생님에게 누를 끼칠 바에는 차라리 몸이 아파도 학교에 나오는 것이 속 편하다고 하였다.

이번 주부터 실시되는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앞두고 고3 담임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학부모와의 상담과 수능원서작성에서부터 추천서 작성에 이르기까지 말그대로 몸이 열개라도 모자를 정도로 고3 담임들은 일에 치여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주말과 휴일까지 학교에 나와 수시모집 입학사정관 전형에 꼭 필요한 아이들의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챙겨주신다. 그러다 보니, 선생님은 자신의 몸을 챙길 겨를이 없다.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면 당신의 몸을 돌보지 않는 것이 우리 선생님이시다.

선생님이 몸이 아파 부득이 수업을 못할 경우, 아이들의 생각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몸이 아파도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소수 몇 명의 아이들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아이들은 자습을  하는 것이 더 낫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아이들은 수업시간 내내 선생님의 얼굴 표정이 수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하였다. 그리고 선생님이 아픈 상태로 수업을 하게 되면 수업분위기가 침체할 뿐만 아니라 신경이 쓰여 집중이 더 안 된다고 하였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자습을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심정을 토로하였다.

유난히 무더웠던 올여름이 지나가고 조석으로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 우리 선생님의 건강이 더욱 신경 쓰인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말처럼 선생님이 행복해야 수업을 받는 우리 아이들도 행복하지 않을까.

오늘따라 김 선생님의 공백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기에 선생님의 병환소식은 우리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출·퇴근 시 만나는 사람에게 먼저 인사하며 환하게 미소 짓던 김 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빠른 시일 내 우리 곁으로 돌아오시길 기도해 본다. 한편 지금 이 순간에도 병마와 싸우고 있는 이 세상 모든 선생님의 빠른 쾌유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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