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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인문계 학생이 의류학과를 간다고? 말도 안 돼!”

2014학년도 대학 수시모집이 시작됐다. 아직 대학과 학과를 결정 못한 몇 명의 아이들을 제외하고 모두 상담이 끝난 상태이다. 특히 최고 상위권 성적의 아이들의 대학과 학과 결정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학부모와 학생 모두가 원하는 대학이 같으면 다행이나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원서접수 마감일까지 실랑이를 벌여할 때가 있다.

학교 내신이 상위 1%에 해당하는 우리 학급의 한 여학생이 서울 S대학의 지역균형선발 인문계 대상자로 최종 선발되었다. 그리고 원서접수 십 여일 남겨놓고 부모님과 상의하여 지원하고자 하는 학과를 결정해 오라고 하였다.

그리고 며칠 뒤, 그 아이가 부모님과 상의한 학과를 내게 말했을 때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모든 아이들이 열망하는 학과가 아니라 지원자가 공부하기에도 다소 힘든 의류학과였다. 처음에는 만류도 해보았으나 부모님과 신중하게 상의한 후 내린 결정이라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리고 의류학과를 지원하려는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어릴적 미술학원에 다녀 본 것이 전부인 지원자가 의류학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학년 때 학교의 특색 교육인 생활관 교육을 위해 처음 입어 본 한복을 보면서 문득 생각난 것이 한복의 세계화였다고 하였다. 그리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이 말을 우리 전통의상인 한복에 적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다.

자신의 꿈인 훌륭한 머천다이저(Merchandiser)가 되기 위해 그 아이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대학선택이었다. 그래서 그 여학생은 우리나라 최고의 요람지인 S대학의 의류학과 지원을 결심한 것이었다.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고 난 뒤, 그 아이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유명연예인들이 입고 다니는 옷의 특징과 자신의 생각을 노트에 적어 비교하곤 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친구에게 보여주며 자평하기도 하였다. 

특히 의류마케팅에 관심이 많은 그 아이는 우리나라 패션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영어공부 또한 게을리 하지 않았다. 점심시간에는 원어민을 찾아가 영어회화를 배우기도 하였으며, 방과 후 창의 경영수업을 통해 영어선생님인 내게 English Writing Skill을 익히기도 하였다.

그 아이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처음의 부정적인 생각이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뀌기 시작하였고 계열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기 시작하였다. 의류학과가 이과출신의 학생에게 다소 유리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에 입학하여 훌륭한 교수님으로부터 학과관련 기초지식부터 전문지식에 이르기까지 차근하게 배워나간다면 그 아이는 분명 자신의 잠재력을 십분 발휘하리라 본다.

오랫동안 교직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뒤늦게 발견하여 성공한 제자를 많이 보았기에 그 아이 또한 반드시 자신의 꿈을 꼭 이뤄 내리라 본다. 그리고 앞으로 계열구분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교육부의 발표도 이런 아이들을 위한 구제책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계열 구분이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의 잠재력을 죄는 족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대학별 계열구분이 없어지고 교차지원을 허용하는 대학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또한 학생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주자는 취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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