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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지자체, 칠곡군청만 같아라

얼마 전 경상북도 칠곡군청에 다녀왔다. ‘2013칠곡역사문화스토리공모전’ 최우수상 수상 제자를 인솔하여 시상식에 다녀온 것이다. 제자는 시상식에서 칠곡군의회 의장 상패와 함께 150만 원을 부상으로 받았다.
 
지난 10월 제자들을 데리고 칠곡 나들이에 나선 이유 중 하나도 사실은 두둑한 상금 때문이었다.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 1명씩만 뽑았지만, 상금은 최고 300만 원부터 최저 50만 원이었다. 응당 상금이 두둑해야 수상의 기쁨도 배가되는 게 아닌가?
 
자연스럽게 지난 해 일이 하나 떠오른다. 경상북도 영천시가 예산지원한 ‘제1회포은문학제 전국청소년문예백일장’에서 제자가 우수상을 받았다. 수상자의 시상식 불참은 예의가 아닐 듯했다. 이른 아침 제자를 태우고 애써 먼 거리의 시상식에 간 이유이다. 그러나 제자는 영천시장 상장만 받았을 뿐 공지되었던 상금 20만 원은 받지 못했다. 이유를 들어보니 영천시청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운운하며 관련 예산을 지원하지 않아 생긴 불상사였다. 지금도 필자는 그때 실망의 빛이 역력했던 제자의 얼굴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어느 지자체 예산지원 공모전에선 수상자에게 상금을 주고, 또 어느 곳에선 상장만 달랑 주고 있으니 말이다. 기실 공직선거법 핑계를 대며 이런저런 시상에서 상금을 주지 않는 지자체들이 수두룩하다. 선출직인 교육감 상도 마찬가지다. 반면 칠곡군청처럼 상금을 주는 지자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일례로 군산시청은 ‘채만식문학상’의 상금 1천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전남 강진군청과 충북 옥천군청이 각각 예산을 지원하는 ‘영랑문학상’과 ‘영랑백일장’, ‘정지용문학상’과 ‘정지용백일장’도 수상자들에게 상금을 수여하고 있다.
 
같은 지자체의 예산 지원으로 이루어지는 대회인데도 그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필자가 알기론 공무원들의 ‘무지’ 내지 ‘직무유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제112조 2항은 “지방자치단체가 대상, 방법,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한 조례에 의한 금품제공 행위는 직무상의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즉 ‘기부행위 예외조항’인 것이다. 또한 필자가 알고 있기론 전국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 수상자에게 상금을 주는 것도 ‘금품 기부 행위’가 아니다. 이를테면 법 조항을 자세히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된 황당한 일인 셈이다. 또 전국 대상이 아닌 경우 관련 조례를 정하지 않은 직무유기에 해당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례로 전라북도의 ‘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과 전주시의 ‘전주시예술상’을 들 수 있다. 두 상 모두 지역 유권자인 도민과 시민을 각각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핑계만 댈 일이 아니다. 도지사나 교육감이 체육선수들에게 격려금을 주는 시상식 보도를 보곤 하는데, 그것처럼 하면 된다. 일부 지자체는 전국 대상 백일장과 공모전을 열면서도 내건 상금을 보면 애들 말로 ‘쪽팔릴’ 지경이다. 그것이 도세(道勢)와 관련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전북 도내 지자체의 예산지원 백일장이나 공모전이 특히 그렇다.
 
칠곡군청이 예산 지원한 ‘스토리공모전’은 일반부와 학생부로 나눠 작품을 공모했다. 일반부 대상에 천만 원을 내건 ‘통큰’ 문예지원사업이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데 인색하지 않아 보이는 상금이다. 혹 너무 돈만 밝힌다고 점잔 빼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국적으로 지자체를 홍보하는 대회라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다. 
 
필자는 고교 문예지도교사로서 대한민국의 모든 지자체들이 칠곡군청같기만 했으면 한다. 특히 전국공모전이나 백일장에서 최고상인 대상조차 문화상품권 몇 장만 주는 지자체 지원 대회는 폐지하든지 개선해야 마땅하다.  큰 상을 받았는데도 학생들이 기뻐하긴커녕 “이게 뭐냐?”며 푸념한다면 하지 않음만 못한 대회 아닌가? 문예지도교사로서 필자는 큰 상을 받은 제자들이 ‘전국노래자랑’ 수상자들처럼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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