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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절반의 액션대작, '감격시대'

'시대극이 몰려 온다’, ‘안방에 대작들이 몰려온다’는 정초 중앙일간지들의 TV드라마 관련기사 제목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KBS는 새해 시작과 함께 ‘정도전’(1TV)과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2TV)을 잇달아 내보냈다. 1월 4일 대하드라마 ‘정도전’, 1월 15일 KBS특별기획드라마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이하 ‘감격시대’)이 그것이다.
 
24부작으로 4월 3일 종영한 ‘감격시대’는 여러모로 화제를 모았다. 우선 150억 원쯤 제작비를 투입한 ‘액션대작’이란 점이 그렇다. 2002년 히트작 ‘야인시대’의 부활이란 점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선굵은 남성성을 전면에 내세운 시대극이란 점이 ‘감격시대’의 볼거리였다.
 
방학기 원작만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감격시대’는 1930년대 ‘전설의 주먹’ 시라소니(본명 이성순)의 삶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다. 신의주의 신정태(김현중)가 중국 상하이로 건너가 일본 폭력조직 일국회, 중국 황방과의 대결에서 승자로 우뚝 선다는 게 이야기 중심축이다.
 
그러나 방송 첫 날 시청률은 7.9%(TNms 기준)로 실망스런 수준이었다. 경쟁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SBS) 종영후 12.5%까지 상승했으나 겨우 두 자릿수를 웃도는 시청률 등 150억 액션대작치곤 초라한 성적이라 할 수 있다. 최종회 시청률은 12.3%로 집계됐다.
 
‘감격시대’는, 이를테면 시청자들에게 크게 어필되지 못한 액션대작인 셈이다. 물론 그만한 까닭이 있다. 필자가 보기에 ‘감격시대’의 패착은 멜로성 부각이다. 사람 사는 곳에 사랑이 있기 마련이지만, 3분의 1쯤까지 전개에선 오히려 액션은 양념쯤으로 그려졌다. 선굵은 남성성은커녕 ‘액션대작 맞아?’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채널을 돌리거나 아예 TV를 꺼버리고 싶은 충동도 여러 번 자제해야 할 정도였다.
 
멜로에 대한 집착은 이미 지난 해 ‘아이리스2’의 실패를 불러온 악재이다. 그걸 벌써 잊었는지 신정태는 옥련(진세연), 가야(임수향)와 삼각관계의 주인공이다. 나라를 빼앗기고, 헐벗고 굶주려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닌 식민지시절 그렇게 사랑놀이에 목숨을 걸 수 있는 신정태나 김옥련이 신기할 뿐이다.
 
거기서 생기는 의문 하나. 신정태는 과연 소중한 사람을 지켜내기 위해 ‘전설의 주먹’이 되었는가? 가족주의의 지나친 부각도 그런 의문을 거든다.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끝내고, 죽은 줄 알았던 여동생과 만나게 되고, ‘방삼통’을 ‘안전구’로 만들어 우리 민족을 지켜내는 등 신정태는 영락없이 애국자다.
 
한,중,일 고수들의 대결이 액션대작의 위용을 드러내긴 하지만,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과는 다소 거리가 먼 전개가 불만스럽다. 황방의 보스 설두성(최일화)으로 상징되듯 중국은 나쁘고, 곧 중일전쟁을 일으키는 일본과는 화합 내지 화해무드 분위기로 끝나서 그런지도 모를 일이다. 다름 아닌 가야와의 멜로라인이란 자충수의 결과이다. 
 
와이어나 CG 등을 거의 쓰지 않고 펼친 사실감 넘치는 맨몸액션과 달리 픽 하는 웃음이 절로 나오는 대목도 있다. 가령 24부에서 방삼통을 전면 공격하는데 고작 십수 명이 나선 황방 패거리를 예로 들 수 있다. 드라마 내내 천하무적이던 왕백산(정호빈)이 어떤 결정적 기술도 선보임 없는 신정태에게 맥없이 당한 것 역시 그렇다.
 
결론적으로 ‘감격시대’는 한 회도 거르지 않고 열심히 본 것에 본전 생각이 나는 절반의 액션대작이다. 왜 이런 드라마에 150억 원의 거액을 쏟아부어야 했는지, ‘특별기획’까지 했는지 그것이 의문이다. 한편 ‘감격시대’ 출연 배우들이 출연료를 제대로 못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또 다른 점에서 150억 액션대작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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