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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인사의 무게


새벽 안개가 걷히자 아침 공기가 유난히 상쾌하다. 차에서 내려 교정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에서
인사하는 학생들의 씩씩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선생님, 안녕 하세요?"
한 녀석이 나를 보자마자 깍듯하게 예의를 갖춰 꾸벅 인사를 한다.

"어, 말봉이, 오늘도 일찍 왔네."
"선생님, 저도요."
"오, 그래 광재도 일찍 왔구나. 참 부지런도 하지."

비록 짧은 거리지만 이렇게 교무실로 걸어가는 동안 어림잡아 십 여명 정도의 학생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받는다. 수업 시작 전과, 후에도 단체로 인사를 받는다. 교실을 나와 복도를 지나면서 또다시 여러 명의 학생들로부터 인사를 받는다. 퇴근 후에는 아파트단지 이웃들과 또 공손한 인사를 주고받는다. 인사 복이 터졌다.

이렇듯 하루 동안 내가 받는 인사의 횟수는 어림잡아 수백 번은 될 것 같다. 세상에 이처럼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경과 기림을 받는 직업이 또 있을까. 아마 고위 공직자나 대기업 회장이라면 모를까, 이렇듯 하루 동안 수백 번의 정중한 인사를 받는 직업은 선생님말고는 없는 것 같다.

날이면 날마다 아이들에게 수많은 인사를 받으며, 나는 문득 내가 과연 이런 극진한 인사를 받아도 되는지 자문해 본다. 요즘은 교직을 단순한 직업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도 간혹 있는 것 같다.

하긴 선생님들도 이젠 주장 관철을 위해 투쟁에 나서고, 교육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도 많은 어지러운 세상이 되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교직이 성직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경을 받으니 말이다. 그런 만큼 선생님들의 책임 또한 막중하단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에게 정중한 인사를 건네는 것은 아마도 내가 훌륭해서가 아닐 것이다. 인사를 하는 만큼 제발 훌륭한 스승이 되어달라는 무언의 호소와 압력일 터이다.

오늘도 나는 학생과 학부모, 이웃들의 떳떳한 인사를 받을 수 있도록 내게 주어진 교직에 최선을 다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아이들이 떠나버린 텅 빈 운동장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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