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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팩션의 힘, '기황후'

4월 29일, 2013년 10월 28일 방송을 시작한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가 6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방송 전부터 역사왜곡 논란을 일으킨 ‘기황후’는 11.1%(닐슨코리아) 시청률로 출발했다. 13회(2013년 12월 9일)에서 20%대 시청률을 보였으나 10%대로 주저 앉는 등 기복이 있었다. 최종회 시청률은 28.7%다.
 
‘기황후’ 직전 방송된 ‘장옥정, 사랑에 살다’(SBS) 등 10% 아래의 저조한 시청률 사극들을 떠올려보면 왕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박쯤은 되어 보인다. MBC로선 ‘마의’에 이어 또 하나의 흥행사극 ‘기황후’를 방송하게된 셈이다. 그래서였을까. MBC는 소치동계올림픽 방송으로 ‘기황후’를 결방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뉴스로 빼먹은 것이야 어쩔 수 없다해도 동계올림픽 방송으로 인한 결방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동계 스포츠보다 ‘기황후’를 보고 싶어한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KBS의 경우 2월 13일 동계올림픽 중계방송 속에서도 ‘감격시대’를 내보낸 바 있다. 
 
50부작에서 1회 늘려 종영한 ‘기황후’는 팩션이다. 팩션은 알다시피 사실에 기반한 창작이란 뜻이다. 팩션이 자꾸 등장하는 것은 소재고갈 탓이 크다. 많은 시대와 역사인물들이 이미 대하사극이란 이름으로 전파를 탔다. 역사서에 단 한 줄로 기록된 인물이 주인공으로 불가피해졌다. 작가의 상상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 ‘악덕환경’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역사왜곡은 필수과정이 되어버렸다.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반역사적 인물이 영웅이나 의인으로 화려한 변신을 하기 일쑤이다. 2011년 ‘공주의 남자’(KBS), 2012년 ‘마의’(MBC) 등이 얼른 떠오르는데, ‘기황후’는 대표적인 최악의 경우라 할 수 있다. 아이러니칼한 것은 그런 ‘기황후’가 인기를 끌었다는 점이다.
 
‘재밌다면 역사왜곡 눈 감아도 될까’(한겨레, 2013.10.31) 같은 관련 기사들이 ‘기황후’ 성공의 일등공신이라 할만하다. 방송사의 마케팅 전략에 포함된 것인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그것이 일반대중의 ‘기황후’에 대한 관심을 견인한 것만큼은 분명해 보여서다. 물론 재미가 전제되어야 가능한 얘기이다.
 
‘기황후’는 역사니 국적 등을 다 털어내고 보면 엄청 재미있는 멜로 드라마이다. 너무 드라마틱하다는 것이 강점이자 약점이다. 가령 고려의 공녀 출신 승냥(하지원)이 원나라 황후가 된다. 이 자체는 역사가 틀림없지만, 첫사랑 왕유(주진모)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황후 타나실리(백진희)의 양아들로 둔갑되는 식이다.
 
오히려 돋보이는 건 타환(지창욱)의 승냥이에 대한 순정이다. 타환이 황제인 점을 잊지 않는다면 승냥을 향한 일련의 사랑행각도 황당하기 이를데 없긴 하다. 그럴망정 연적인 왕유를 비롯 주변의 ‘고려 계집’ 따위 방해요소들과 맞닥뜨리며 극복해나가는 과정은 팩션의 힘을 웅변한다.
 
사실 타환의 사랑은 왕유의 그것보다 한 수 위다. 글자를 깨우쳐주고 목숨도 구해준다. 완전 새 사람으로 거듭나게 한 여인에게 무덤덤하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결국 간통 이야기(몸은 타환에게 있지만 마음이 왕유에게 가 있는)를 ‘러브로망’으로 그려 보인 팩션이 힘을 발휘한 것이다. 거기에 ‘정치’가 얹어져 극적 긴장감과 함께 재미로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그렇더라도 후반부 매박수령 골타(조재윤)의 돈이 주인이라며 벌인 황제 폐위라든가 왕유에게 강한 고려를 만들어달라는 기황후 주문 따위는 당위성 부족 내지 억지라는 인상을 남긴다. 초반부 왕유와 껴안는 장면 등에서 승냥이 남장여자인 걸 눈치 못채고 그냥 지나간 것도 다소 의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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