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7 (금)

  • 맑음동두천 10.6℃
  • 맑음강릉 14.7℃
  • 맑음서울 14.0℃
  • 맑음대전 13.6℃
  • 맑음대구 14.2℃
  • 맑음울산 11.6℃
  • 맑음광주 15.1℃
  • 맑음부산 17.6℃
  • 맑음고창 ℃
  • 맑음제주 19.1℃
  • 맑음강화 11.3℃
  • 맑음보은 10.9℃
  • 맑음금산 12.4℃
  • 맑음강진군 14.5℃
  • 맑음경주시 10.4℃
  • 맑음거제 16.4℃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제언·칼럼

세월호 선장과 단원고 교감

세월호 침몰은 내각이 총사퇴해야 할 만큼 인재로 얼룩진 대형사고이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1995년 6월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502명, 1970년 12월 남영호 침몰시 321명 사망에 이은 세 번째 대형참사로 기록될 것 같다. 수학여행 학생 희생 규모로는 역대 최다 기록이다.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하고 대통령이 사과했지만,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고쳐 출범한 박근혜정부의 꼴이 말이 아니게 되었음은 말할 나위 없다. 하긴 수많은 목숨을 책임져야 할 선장과 선원을 대리직이라나 계약직으로 채용해도 되는 나라이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런데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서 시공사 회장은 징역 7년 6월을 선고받는데 그쳤다. 전남 여천군 소리도 앞바다에 침몰한 남영호 선장의 경우 금고 2년 6월을 받았을 뿐이다. 솜방망이 처벌이 대형재난을 키웠다는 여론이 비등해지는 이유이다.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더 억장이 무너지는 것은 승객들을 버려둔 채 선원들과 함께 맨먼저 도망친 선장 때문이다. ‘승객 먼저 구조’라는 선장으로서의 책무를 다했더라면 침몰 참사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온 국민을 공분으로 들끓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2012년 승객을 버리고 달아났던 이탈리아 호화 유람선 선장의 2697년형 구형 사실이 상기되는 것 역시 그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세월호 선장에게 뺑소니죄 등을 적용하면 최고 무기징역형까지 처벌이 가능하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 
 
총체적 부실이니 비리와는 별도로 수백 명 애먼 생목숨을 앗아간 주범이라는 점에서 그것도 썩 납득되지 않는 형량이라는 게 국민적 정서다. 1993년 10월 292명의 사망자를 낸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에서 승객 구조에 최선을 다하다 끝내 돌아오지 못한 선장과 대조되는, 참 나쁜 ‘놈’ 모습이다.
 
반면 그런 선장과 달리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하다 순직한 이들도 있어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책임을 다한 사무장이나 승무원이 그렇다. 3월 부임, 2학년 담임을 맡은 새내기교사가 그렇다. 담임도 아니면서 동행한 학생부 인솔교사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단원고 교감(강민규)의 자살 소식은 숙연함을 더해준다. 언론에 알려진 단원고 교감의 구조는 세월호 선장과 다르다. 자기만 살려고 학생들을 내팽개친 것이 아니다. 절체절명 위기 속에서 나름 동분서주, 여러 명의 학생들을 구한 후 자신도 구조되었다.
 
강 교감은 유서에서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에 벅차다. 나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달라. 내 몸뚱이를 불살라 침몰지역에 뿌려달라”고 말했다. 강 교감이 수학여행 인솔 책임자인 건 맞지만, 그러나 세월호 침몰이 그의 잘못은 아니다.
 
오죽했으면 가까스로 살아난 목숨을 끊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건 아니지 싶다. “너희들도 같이 죽었어야지. 왜 살아 돌아왔느냐?”는 학부모들 항의에 자살로 대답한 건 옳은 일이 아니다. 학부모들의 하늘 무너지는 슬픔에 남을 죽게 했다는 죄책감이란 고통을 더 얹어준 셈이 되었기 때문이다.
 
2012년 3월 승진에 이어 지난 달 단원고로 부임한데다가 정년이 10년이나 남은 강 교감이다. 자살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용단이 쉬운 일은 아닐 객관적 조건이다. 아내와 미혼의 어린 3자녀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5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그 전 배우 최진실의 자살을 대했을 때나 마찬가지다. 죽을 용기로 살지, 그런다고 죽냐?
 
“누구도 선생님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강 교감 발인 소식을 전한 어느 신문기사 제목이다. 그가 죽어서 위로하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다. 강 교감이 살아 있더라도 세월호 침몰은 그의 잘못이 아니다. 세월호 침몰은 승객들을 나 몰라라하며 먼저 도망친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 그런 위험천만한 배가 수백 명을 싣고 운항하는데도 그걸 새까맣게 모르고 있던 자들, 안전불감증이란 병이 창궐하는 나라의 잘못이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