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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성공한 정통 대하사극 '정도전'

무릇 대하드라마 보기에 들이는 공은 영화의 그것과 같지 않다. 영화야 2~3시간이면 1편을 뚝딱 해치우는데 비해 대하드라마는 50부작일 경우 1주일에 2시간씩 6개월 이상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보기가 소정의 원금과 외출이 필요한 것임을 위로삼는다 해도 대하드라마 보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책과 견줘봐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필자는 2007년 ‘정도전을 위한 변명’(푸른 역사)이란 책을 4~5시간 만에 읽을 수 있었다. 드라마가 뜨면서 정도전 관련 서적만 18권이 출간되었다는데 그중 3위의 판매고를 보인 조유식의 ‘정도전을 위한 변명’(개정판) 바로 그 책이다. 그만큼 대하드라마 보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어려운 일을 50~60대 중·장년층이 해냈다. 그들은 6월 29일 50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KBS 대하드라마 ‘정도전’의 주시청층이다. 닐슨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1월 4일 첫 방송한 ‘정도전’의 시청률은 11.6%다. 시청자중 60대 이상 남성이 17%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이은 건 50대 남성으로 12%다. TNms 조사에서도 남성 시청자중 55% 정도가 50~60대였다.
 
그들이 필자처럼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50회 전부를 시청했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36회 방송(5월 11일)에서 기록한 19.8%의 최고 시청률은 종영까지도 거의 유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19.0%다. ‘정도전’은, 이를테면 흥행 성공한 정통 대하사극인 셈이다.
 
사실 그 동안 정통 대하사극은 팩션의 이른바 퓨전사극 등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정도전’과 상당기간 방송기간이 겹쳤던 MBC ‘기황후’만 하더라도 대하사극을 표방했지만 팩션에 가까웠다. 그 허구의 세계가 황당할 정도였지만, 최종회 시청률 28.7%를 기록하는 등 ‘정도전’보다 한 수 위였다.
 
그 지점에서 KBS를 칭찬해도 무리는 아닐 성싶다. KBS는 1TV를 통해 정통 대하사극을 방송해왔다. 거액의 제작비에 비해 시청률 저조 등 악재를 만나도 굴하지 않았다. 비근한 예로 지난 해 6월 종영한 70부작 ‘대왕의 꿈’이 한자릿수 시청률이었어도 그로부터 6개월 후 다시 ‘정도전’을 선보인 것.
 
고영탁 KBS 드라마국장은 “리더십을 고민하게 하고 시대정신을 담아낸 기획력과 연출력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분석하며 “‘정도전’이 앞으로 대하드라마가 전쟁사극 위주에서 정치사극으로 방향을 틀어가는데 전환점이 될 것”(스포츠서울, 2014.6.23)이라고 내다봤다. 그 동안 정치사극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정도전’ 인기요인을 콕 집은 지적이라 하겠다.
 
‘정도전’은 조선개국 일등공신 정도전(조재현)의 생애를 다룬 대하드라마다. 드라마 주인공으론 처음 등장한 역사인물이다. 지금의 서울이 그의 ‘작품’이었을망정 정도전은 지금까지 크게 조명받지 못했다. 마지막회에서 보듯 이방원(안재모)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승자가 된 그(태종)에 의해 역사가 쓰여졌기 때문이다.
 
‘정도전’의 미덕은 여말선초의 과도기 정국이 지금 시대와 은근히 겹쳐지는 등 단순히 정도전의 위인전기적 생애 구현을 탈피한 전개이다. 희대의 정략가 이인임(박영규)과 일개 장수 이성계(유동근)의 파워 대결, 우국 충정의 최영(서인석)과 정몽주(임호) 등 인물열전이 빛을 발한 지점이기도 하다. 대하사극의 위상을 업그레이드한 셈이라 할까.
 
‘이방원식’ 쿠데타로 권좌에 오른 태종이후로도 500년쯤 계속된 조선왕조이니 할 말 없게 되었지만, 정도전은 혁명적 정치가이면서도 초보였던 것 같다. 개국후 기반을 다지기 위한 세자책봉에 이은 왕자들, 특히 정안군(이방원)을 미처 제거하지 못해 그에게 척살될 뿐 아니라 신생왕조의 첫 세자마저잃게 되니 말이다.
 
재미에 취해 놓친 것도 있지 싶다. 아무리 고려가 썩을 대로 썩은, 나라도 아니었을망정 이성계의 위화도회군에 이은 정권 찬탈은 명백한 쿠데타이다. ‘정도전’을 보며 과연 그런 생각을 한 시청자들이 얼마나 있을까, 의구심이 생겨서다.
 
인기 드라마답게 작가(정현민) 인터뷰도 여기저기 신문에서 볼 수 있는데 사극의 고질적 병폐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옥에 티다. 살아 있는 자신의 아버지를 ‘아버님’이라 부르거나 “니 애비를 머릿속에서 깨끄치(‘깨끗이’의 발음은 ‘깨끄시’다.) 지우고 살거라” 따위 대사의 오류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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