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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아이들을 수업으로 끌어와야

이웃 학교 강 선생님이 수업에 어려움이 있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강 선생님과 인연은 신규 강의 때부터 시작했다. 이듬해 학교에 평가 강의를 갔는데 반갑게 인사를 했던 기억도 있다. 그리고 며칠 전에 수업과 관련하여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다. 세 번째 만날 때는 나를 오랫동안 알고 있는 선배 선생님처럼 대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수업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데 도움을 요청해도 되느냐고 물어왔다. 나는 짐을 챙기면서 얼떨결에 허락했다. 그랬더니 진짜 메일을 보내왔다. 어려워하는 점도 구체적으로 서술했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을 장악하고 싶어 했다. 장악은 아니더라도 수업에 방해가 되는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수업 동영상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수업컨설팅은 의뢰인이 수업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컨설턴트에게 의뢰한다. 이렇게 하면 컨설턴트가 자료를 수집하여 분석한 후, 이를 토대로 해결책을 제안하거나 함께 모색 ・ 적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특히 수업을 직접 관찰하지 못할 때는 동영상을 제공하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의뢰인의 수업에 대한 어려움을 자세히 언급해야 한다. 즉 개선하고자 하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컨설턴트는 이를 토대로 적절한 개선방안을 제안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런 점에서 강 선생님은 수업컨설팅의 일반적 원리를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동영상을 멀리서 찍었기 때문에 수업 상황을 섬세하게 관찰하는 것을 불가능했다. 다행인 것은 강 선생님이 의뢰한 수업의 어려움은 그대로 읽을 수 있었다. 수업이 시작했는데도 아이들은 앉아 있지 않았다. 수업이 한창인데 일부 아이들은 수업의 흐름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큰소리로 하고 있었다. 그러면 강 선생님은 주의를 시키기도 하고, 혹은 대응을 하지 않는 방법을 섞어가면서 수업을 하고 있다.

교사의 수업 능력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이 전문적인 지식의 전달 능력이다. 그리고 여기에 어울리는 교수 방법의 다양성을 들 수 있다. 판서 능력, 동기 유발 능력, 시간 관리 능력, 학생 통제 능력 등이 따라야 한다. 그런데 이 중에 학생 통제 능력은 어려운 면이 많다. 여타 능력은 교사의 개인 훈련으로 언제든지 발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학생을 통제하는 것은 교사 개인이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학생과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강 교사는 자신이 좀 강하면 아이들을 통제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즉 아이들이 강한 남자 선생님 앞에서는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얄미운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 말을 통해 강 교사는 아이들을 힘으로 억압하고, 순종적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수업 시간에 고함을 치기도 하고 험악한 인상으로 위협하기도 한다.
교실에 많은 학생을 효율적으로 이끌기 위해 교사는 통제하려는 욕심을 보인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는 교사는 독단적인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결정은 교육 활동에서 학생들을 소외당하게 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수동적으로 배울 뿐이다. 강력한 통솔에 진행되는 수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힘으로 순종시키는 것은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위장일 뿐이다.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기본적으로 상호작용이다. 수업은 학습자와 교수자가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지식을 창출하는 것이어야 한다. 소통을 바탕으로 한 민주적인 수업이 학생과 교사 모두를 지속해서 성장하게 하고, 행복감을 느낀다. 이러한 수업이 효과도 높다. 그리고 연약하고 젊은 여 선생님이 힘 있는 척한다고 아이들이 따를 것으로 생각하는 것도 착각이다.

수업은 아이들에게 집중해야 한다. 아이들을 중심에 놓고 수업을 운영할 때 좋은 수업이 이루어진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은 자신이 알지 못한 내용을 다루고 있으니 재미도 흥미도 없다는 것이다. 소설 ‘아홉 켤레의 구도로 남은 사내’에 등장하는 인물을 설명하기 전에 당장 교실에 있는 인물의 성격을 말하는 수업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학습 수준이 낮아지고, 누구나 관심 있는 학급 내용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낮은 단계에서 차츰 올라가는 학습 방법을 도입함으로써 수업에 관심을 두도록 유인해야 한다.

필자가 보기엔 강 선생님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엎드려 자지 않고 기다린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그리고 수업 중에 자주 끼어드는 것도 기대가 된다.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을 무시하지 말고 수업으로 끌어오고, 그들을 잘 이용하면 살아 있는 수업이 될 가능성이 많다. 그들이 수업으로 들어와서 이야기를 많이 하면 그것이 오히려 큰 효과가 있다. 낮은 수준의 질문부터 시작해서 아이들의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교육과정 재구성이 필요하다. 그러면 그들의 집중력을 높이고 학업성취도 유리해진다. 혼자 수업 내용을 전달하려고만 하지 말고, 대화하는 수업, 아이들이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게 하는 수업이 좋은 수업이다. 강 교사는 수업 시간에 교사 혼자서 수업을 전개하려는 욕심이 있는데, 이것도 아이들과 함께하겠다는 생각으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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