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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브라질월드컵 16강 탈락을 보며

글쟁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닐 테지만, 필자는 스포츠에 별다른 취미가 없다. 국민 스포츠라며 호들갑 떨어대는 프로야구 경기를 단 한 번도, 경기장은커녕 TV로 본 적이 없을 정도이다. 그쯤 되면 취미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싫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필자도 유일하게 보는 스포츠 경기가 있다. 축구이다. 필자의 축구 취미는 국가대표팀 A매치 경기 TV 중계방송을 빼놓지 않고 볼 정도이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선 우리나라 아닌 다른 국가들 경기도 몇 개나 봤다. 브라질과의 12시간 시차 때문에 마치 ‘광팬’처럼 된 셈이다.

14일 오전 5시(한국시각) 열린 결승전에서 독일이 아르헨티나를 꺾었다. 독일의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브라질 월드컵은 이변의 연속이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우승국 스페인이 예선 탈락했다. 세계적 공격수 호날두의 조국 포르투갈, 루니의 잉글랜드도 마찬가지였다. 이변의 하이라이트는 4강전에서의 브라질 참패이다. 최고의 공격수 네이마르가 부상으로 결장했다지만, 브라질은 독일에 0:7 굴욕적 참패를 당했다. 3, 4위전에서도 네덜란드에 0:3 패배를 당했다. ‘영원한 우승 후보’라는 브라질이 단 두 경기에서 10골이나 실점하는 이변이 벌어진 것이다.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한국, 일본, 호주, 이란 등 아시아 국가의 몰락도 이변이라 할만하다. 특히 4강을 목표로 한 일본이나 8강까지 가보겠다 벼른 한국의 1무 2패 성적이 그렇다. 일본의 외국인 감독은 즉각 물러났다. 홍명보 감독은 귀국 후 유임으로 정리되었다가 1주일 만에 전격 사퇴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은 귀국 현장에서 ‘한국 축구는 죽었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오래전 일이지만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자책골을 넣은 콜롬비아 선수가 귀국하여 총에 맞아 죽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16강 탈락한 러시아 감독이 청문회에 불려갈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 홍명보 감독 사퇴 역시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 해결의 전부는 아니다. 가뜩이나 세월호 참사로 인해 분노와 슬픔이 자욱했던 사회 분위기가 겹쳐 16강 탈락이 더 멍울을 만들었다. 올림픽이 그렇듯 월드컵 역시 단순히 선수들의 기량 대결 문제가 아니다. 보다 ‘국가적인’ 프로젝트 혹은 이벤트라 해야 할까.

말할 나위 없이 이제 털어내야 한다. 전문가(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진단에 따르면 “홍명보 축구의 가장 큰 실패는 과거의 승리에 대한 추억과 경험에 지나치게 의지한 것”(한국일보, 2014.7.11)이지만, 가장 아쉬운 건 따로 있다. 한국 축구가 유독 세컨드 볼에 약하거나 아예 무시한다는 점이다. 이번 벨기에전만 해도 그렇다. 벨기에 선수 1명이 퇴장당한 유리한 싸움인데도 한국은 0:1로 패했다. 실점은 김승규 골키퍼가 쳐낸 걸 문전 쇄도한 벨기에 다른 선수가 슛하여 골로 연결했다. 그런 세컨드 볼은 축구 강국들 경기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반면 한국 선수들은 상대 골문을 향해 죽으라 슛하면 상황 끝이다. 계속 득점에 실패하는 코너킥도 비슷하다. 가령 10회 코너킥 기회에서 1골도 얻지 못했으면 키커를 바꿀 필요가 있다. 가령 기성용이 코너킥 키커이면 그가 교체되거나 경기가 끝날 때까지 바뀌지 않는 건 전술의 부재 내지 ‘똥고집’이란 비아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전북현대소속의 이동국보다 한 살 더 먹은 독일의 클로제(36세) 선수가 세운 월드컵 최다 골 기록을 보며 다가온 아쉬움도 있다. 이동국 선수의 대표팀 배제가 그것이다. 이동국은 K리그 역대 개인 최다득점 선수이다. 그가 골을 넣을 때마다 한국축구의 역사가 새로 쓰인다. 젊은 피가 만능은 아니다. 브라질 월드컵 16강 탈락이 안겨준 교훈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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