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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찝찝한 교육부 장관 표창

김명수 장관후보자 지명 철회에 이어 황우여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가운데 지난 17일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퇴임식과 함께 물러났다. 새 장관이 임명되기도 전에 물러난 것은 대통령의 면직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튿날 필자는 관내 교육장으로부터 서남수 교육부 장관 훈격의 제33회 스승의 날 기념 유공교사 표창장을 전수받았다. 그러나 기쁘고 즐겁지 않았다. 신이 나거나 뿌듯한 기분도 아니다.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글을 쓰게 되는 이유이다.

지난 3월 필자는 도 교육청 장학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대략 스승의 날 유공 교사로 추천되었으니 관련 서류를 급하게 보내 달라는 내용이었다. 알고 보니 지난해 대통령상인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 제자가 지도교사였던 필자를 추천한 것이다. 사실 필자는 그때도 ‘이건 아니지.’ 싶었다. ‘대한민국 인재상 유공자 표창’을 하는데 시·도 교육청이나 도청의 대한민국 인재상 담당 일반직 공무원들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정작 초야에 묻힌 학생을 발굴, 지도하여 국가 인재로 키워내는 교사들이 없는 유공자 표창이라니, 할 말을 잃는다.

그런 여론이 반영돼 궁여지책으로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 학생들에게 추천 기회를 부여했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다. 나름대로 의미 있게 생각되긴 했다. 과거 교육부총리를 비롯한 이런저런 표창을 포함해 지도교사상을 받아봤지만, 제자의 추천을 받아 수상자가 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럴망정 필자는 다소 못마땅했다. 하필 제33회 스승의 날 유공교사에 포함돼서다. 폄하 의도는 추호도 없지만, 스승의 날 표창대상은 대략 정해져 있는 것이 작금의 학교 현실이다. 가령 학교 만기 근무자가 추천 0순위 하는 식이다. 요컨대 대한민국 인재상의 대통령상까지 받게 학생을 지도한 특별한 공적이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할까?

그러나 그것도 감수한 채 필자는 공적 조서 등 서류를 제출했다. 그리고 5월 15일을 기다리는 동안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사고 현장에 간 당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이른바 ‘황제라면’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래서였는지 자세히 알 길은 없지만, 교육부에 스승의 날은 없었다.

‘제33회 스승의 날 기념 표창 대상자 및 수령안내’란 공문이 학교로 온 것은 17일이다. 교육부 시행 날짜는 15일, 서남수 장관이 정식으로 물러나기 이틀 전이다. 대한민국 교원 6,600여 명에게 수여하는 표창장을 두 달이나 지나 한 것이다. 아무리 세월호 참사 여파라지만 그런 늑장 행정의 교육부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해 못 할 일은 또 있다. 그렇게 늦었으면 조용히 그냥 학교로 보내줘야 맞을 것 같은데, 그게 아니다. 부상도 없는 시상식을 한다고 바쁜 교사들을 불러내 전직 장관의 표창장을 전수하는지, 그 비위 치레에 살이 다 떨릴 지경이다. 그나마 ‘떨 이식’ 표창장 처리를 했는지 날짜도 6일로 되어 있다. 그야말로 아연실색할 일이다.

또 하나 유감스런 일이 있다. 교육부인지 도 교육청인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필자의 재임 학교 추천교사가 배제된 점이 그것이다. 지난 3월 전입교사인 필자의 수상은 전혀 다른 추천경로인데, 그 때문에 동료들이 배제된 게 아닌가 해서다. 지금껏 상을 받으며 이렇게 찝찝한 기분은 서남수 교육부 장관 표창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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