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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가을이 저 너머에 있더니
어느 사이
내 곁으로 와 가자하던 11월 어느 날

이만 육천 원짜리 서울행 고속버스를 타고
오천 원짜리 군밤을 옆 손님과 나눠 먹고
팔천 원 어치 택시를 타고
이천 원짜리 차를 마신다.
내 하루를 담는 그릇에는
오만원도 다 들어가지 않겠구나.

가을처럼 짧은 내 인생의 가을을
단풍 물드는 순간 떨어질 준비를 하던 
결 고운 단풍들이 내게 말한다.
"그대 시간도 나처럼 짧다.
그래서 가을은 '갈'이야."

미리 도착했더니
시간이 남았다. 30분 쯤.
내 인생의 시계도
이렇게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쯤 우리 반 아이들은
5교시 방과 후 피아노 수업 중일 것이다.
출장은 나와 있지만 내 시계는 교실에 있다.
그 방 안에서 보낸
내 인생의 늦가을이 한 자락 남았다.
교실 밖 세상이 낯선 인생으로 살아온 선생의 가을.

차창 밖 가을 나무들은
벌써 빈 몸으로 하늘을 우러른다.
저것들은 벌써 쉬는 중이다.
할 일을 다 했다며 바람과 노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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