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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담뱃값 인상, 새정연은 야당도 아니다

정부가 내놓은 2,000원 인상안대로 담뱃갑이 올랐다. 담뱃세 인상액 2,000원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20%를 야당이 요구해온 소방안전교부세로 전환하기로 했다지만, 1000만 명쯤으로 추정되는 흡연자들로선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에게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특히 ‘담뱃값 1,000원~1,500원 인상 의견접근’(중앙일보, 2014.11.28)이란 보도를 접한 후 2,000원 인상 확정이라 충격이 더 크다. “애초 정부도 담뱃값 논의과정에서 야당과의 협의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넉넉하게 2,000원 인상안을 발표”한 것인데, 새정연이 법인세 어쩌고 하다가 여당의 손을 잡아준 것이다.

새정연에 대한 배신감은 툭하면 서민정당임을 내세워 생긴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저것 주고 받았다고 자부하면서 만족해하는 모양이지만, 서민정당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쉽게 말해 담뱃값을 1,000원쯤 깎는 것이 소방안전교부세나 재벌기업 법인세율 인상안보다 훨씬 ‘친서민적’ 협상임을 간과한, 야당도 아닌 악수를 둔 셈이다.

정권교체 실패라든가 계파 싸움 등 그 동안 어떤 악재에도 흔들림없이 야당을 지지해왔지만, 이제 그렇게 되지 않을 것 같다. 서민증세라며 변죽만 잔뜩 올려놓고 정부에서조차 깎일 폭 잡고 넉넉하게 제시한 2,000원을 그대로 올려준 백기투항이나 다름없는 짓이 야당 몫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오해가 없기 바란다. 애초 ‘내논 자식’쯤으로 여기던 집권여당을 지지하겠다는 뜻이 아니니까. 그렇다. 나는 ‘지지층 없음’의 부동표가 되려 한다. 아직 1년도 넘게 남았지만, 다가올 총선부터 아예 투표를 하지 않을 참이다.

정부에 대해서도 담뱃값 2,000원 인상과 관련, 말할 것이 있다. 보도에 따르면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 하루 한 갑 흡연자가 내는 세금은 연간 121만 1,070원으로 분석됐다. 이 세금은 기준시가 6억 8,300만 원, 시가 약 9억 원짜리 주택에 부과되는 재산세와 맞먹는 금액이다. 흡연자들은, 이를테면 흡연자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는 ‘착한 국민’인 셈이다.

그런데도 흡연 국민들은 갈수록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마치 무슨 죄나 지은 듯 직장생활하기가 불편할 지경이다. 거기서 생기는 한 가지 의문은 과연 ‘대한민국이 잘 먹고 잘 사는 나라가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국가가 독점적으로 담배를 팔아대면서 막대한 재정 확충에 ‘혈안’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렇듯 흡연 국민들을 죄인시하는 나라가 되었으니 말이다.

정부가 밝힌 2,000원 인상안에서 보듯 성인남성 흡연률은 약 42%에 이른다. 간접흡연에 따른 건강권 침해 어쩌고하여 그 동안 각종 흡연 규제를 감수해온 많은 흡연 국민들이지만, 이제 더 이상 ‘막장드라마식’ 금연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

말할 나위 없이 흡연자라 해서 민주국가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행복추구권’이나 ‘기호권’의 기본권마저 박탈당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국민의 건강권을 이유로 펼치는 과도한 금연구역 지정은 전체주의적 사고(思考)에 가깝다.

국민의 건강증진을 내세운 과도한 흡연 규제는 흡연이라는 개인의 기호적 활동을 욱죄는 전체주의 국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이나 다름없다. 왜 비흡연자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는 ‘착한 국민’인 흡연자들이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하

흡연이 건강에 해로운 건 사실이지만, 담배는 마약 따위가 아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기호식품이다. 무엇보다도 ‘흡연권’이 엄연히 있다. 2004년 헌법재판소는 흡연권을 “인권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근거한 기본권으로 보장”(한겨레, 2014.5.13)하기도 했다.

2,000원 인상에 꺾일 ‘끽연의 즐거움’이 아니지만, 비흡연자들보다 세금도 훨씬 더 내는 흡연 국민들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왜 죄인 아닌 죄인으로 살아야 하는지, 당국은 답해야 할 것이다. 새정연 역시 다가올 총선과 대선을 준비하려면 무엇이 ‘친서민’인지부터 배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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