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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그만 떠나라는 학교 분위기

칼럼 ‘명퇴급증, 나도 떠나고 싶다’는 글을 쓴 것은 2012년 8월이다. 이명박 정부 내내 급증한 교사들의 명예퇴직 현실을 다룬 글이다. 그때 처음 밝힌 교단 떠나기는, 그러나 선생하기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지금까지도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않고 있다.

교사 명퇴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오히려 지난 정부보다 더 많은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려 한다. 심지어 몇 대 일의 경쟁률까지 생겨날 정도이다. 실제로 어느 교사는 지난 해 8월말에 이어 이번에도 또 명퇴대열에 끼지 못했다.

‘학생인권 조례 추진 등으로 학생지도가 어려워지고 교권이 추락해서’ 등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어려움’이 교사명퇴의 주요 원인이지만, 마침 활성화된 공무원연금 개편과 맞물려 보다 치열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하긴 어찌된 일인지 선생하기는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이를테면 올바른 교육관과 제대로 된 가치관 등 제 정신이라면 교사하기가 그만큼 힘든 학교현실인 셈이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없고 성적과 줄세우기, 강제적 방과후학교와 취업에만 올인하는 학교에서 교사 역시 스승이긴커녕 그냥 ‘월급쟁이’일 뿐이라면 필자만의 억지스런 호들갑일까?

그러나 내가 학교를 떠나고 싶은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다. 글쓰기 지도 등 ‘존재감’을 예전처럼 가질 수 없게 되어서다. 젊은 학부모가 전화해 “백일장에 꼭 가야 하냐?”며 다그치듯 말하는 것에 그만 깜짝 놀라서다. 내 차로 백일장 가는데도 학생의 버스표를 첨부해야 교통비 준다는 탁상행정에 오만 정이 다 떨어져서다.

일각에선 배부른 소리한다며 비아냥댈지 모르지만, 30년 넘게 선생하면서 지금 같은 열악한 학교 환경은 처음인 것 같다. 주당 수업시간이 되게 많았어도 국어교사더러 자격증도 없는 도덕과목을 가르치라 했을 때도 이런 ‘더러운’ 기분은 아니었다. 사표(師表)까지는 아니더라도 ‘천직’이라는 자부심만큼은 넘쳤기에 교사일 수 있었던 것이다.

3월 25일 시상식이 열리는 제25회 남강교육상 수상은 나의 그런 활동을 인정받은 셈이어서 의미가 있다. 문학상 등 이런저런 상을 받았지만, 그보다 훨씬 기쁘고 뿌듯한 것은 단순히 최초의 교육상 수상이라서가 아니다. 교육상을 받을 만큼 필자가 해온 학생지도가 값진 일이라는 자부심의 확인 때문이다. 

1년 만에 학교를 옮긴 것도 그래서다. 나는 이임 인사에서 존재감을 찾기 위해 1년 만에 학교를 떠난다고 말했다. 지금 다른 학교에 근무중인 그때 교장은 “추경 편성이 어려우니 그냥 편히 근무하십시오”라고 말했지만, 졸지에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되고만 지난 1년의 ‘악몽’을 되풀이할 순 없다.

그런데 새로 가는 학교의 분위기 역시 나의 바람과 다름이 감지된다. 학교신문이며 교지, 그리고 문예지도 등 나의 기대와 달리 ‘요상한’ 업무가 맡겨지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 동안 여기저기 학교에서 내가 해오던 일은 업무도 아니었나?

교육상까지 받게되어 정년의 그날까지 열심히 해야겠다던 내 일을 할 수 없는 그런 학교 분위기라면 경우의 수는 딱 하나뿐이다. 딱히 누가 명시적으로 명퇴하라 말한 것은 아니지만 절 싫은 중이 떠나는 수밖에! 단, 그만 떠나라는 분위기의 학교인지 조금은 더 겪으며 지켜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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