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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모든 이의 부모 이름은 왜 엄마, 아빠일까요.

요즘 TV광고에서 명함에 부모님 이름을 넣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즉 ○○○와 ○○○의 아들 혹은 딸 ○○○입니다 라는 광고입다. 보모님을 사랑하고 공경하라는 뜻으로 보이느데, 가정의 달을 맞아 그 의미가 더욱더 새롭게 받아들여 집니다. 보모님이 없었다면 당연히 자식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간혹 부모님에게 못된 짓을 하는 경우를 접하기도 합니다. 시대가 변해도 변할 수 없는 것이 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상들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성적문제로 부모와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가는 경우도 종종있습니다. 소설에나 등장할 이야기들이 실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는지 모든 책임은 기성 세대 들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식 키우는 것이 유일한 재미인 것이 바로 부모님 들입니다. 자식의 성장을 바라보면서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자식 만큼은 바르게 키워서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모든 부모들의 소망입니다.

어떤 학교에서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간다고 했답니다. 아주 어려운 지역의 학교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불참학생이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나는 못갔어도 자식들은 보내야 한다.'는 것이 그 학교 학부모들의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게 살아도 자식의 기를 살리기 위해 꿈에 그리던 제주도 구경을 시켜주고 싶어 했다는 것입니다. 자신은 못갔지만 자식들 만큼은 남에게 뒤처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수학여행비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학부모들은 자식을 키우면서 자신들의 이름을 잊은채 살고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십시오. 부모님 이름을 넣어서 명함을 만든다고 하지만 그 자식들이 학교에 다닐때 부모님의 이름이 무엇이었을까요. 담임을 하면서도 학생의 이름은 모두 외우고 있어도, 학부모의 성명을 알고 있는 교사들은 거의 없습니다. 학교 임원이나 학운위 위원이나 돼야 이름을 기억학게 됩니다.

학기초에 학부모총회가 있었습니다. 교실에 학부모들이 여럿 오셨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부터 자기소개 돌아가면서 해 주시지요.' 네 저는 ○○○의 엄마입니다. 저는 ○○○엄마입니다. 저는 ○○○아빠입니다. 저는 ○○○의 아빠입니다.' 모두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본인의 이름을 이야기한 학부모는 한명도 없었습니다. 16명의 학부모가 참석했어도 학부모의 이름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제가 다시 이야기 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성함이 없으신가요? 모두가 아이들 이름만 이야기 하시는 군요. 그렇게 하지 마시고 학부모님 소개를 다시 해 보십시오.' 이렇게 이야기 했더니 갑자기 교실 분위기가 어색해 지더군요.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 하라고 했더니 말입니다. 결국 학부모 이름을 듣지 못하고 자기소개 시간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학부모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잊을 만큼 자녀들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자신의 이름을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오로지 자녀들에게만 매달려 있다는 뜻입니다. 최소한 자녀들이 학교에 다닐 때 만큼은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는 경우라도 학교에 오면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저도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때 그렇게 했던 것 같습니다. 담임선생님과 전화 통화를 하더라도 이○○ 아빠라고 이야기 했던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했을까요. 나 자신보다 자식이 더 소중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모든 학부모들의 염원이 같다면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보는 날 시험장 학교의 교문마다 학부모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시험이 시작되어도 돌아가지 않고 교문앞에 서서 열심히 기도하는 학부모들이 있습니다. 당연히 자녀들이 시험 잘봐서 좋은대학 가도록 해 다라는 기도겠지요. 추운날씨임에도 많은 부모들이 그렇게 하곤 합니다. 자녀를 걱정하면서도 잘 되기를 소망하는 메시지를 그런 방밥으로라도 전하고자 합입니다.

시선을 돌려서 교실을 볼까요. 시험지를 받기도 전에 답안작성을 마치고 잠이 드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추운날씨에 밖에서 기도를 하는 학부모가 그 학생의 부모일수도 있습니다. 부모님 생각을 하면 잠이 올까요. 절대로 잠이 안오겠지요. 그런데도 잠을 잡니다. 학부모의 염원과 학생의 생각이 다른 것일까요. 행동의 차이는 있지만 같은 생각일까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저도 혼란스럽습니다.

시대가 이렇게 변해 가고 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즘 학생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부모님을 욕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페드립이라고 하더군요. 부모님(parents)의 첫 발음을 따서 그렇게 이야기 합니다. 만약 친구가 페드립을 하게 되면 학생들 사이에 싸움이 일어납니다. 다른 욕은 그냥 넘어가도 부모님 욕을 하는 것은 참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다행입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부모님을 공경하는 마음들이 남아 있어 다행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교사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루빨리 부모님의 이름을 찾을 수 있는 그런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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