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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 '화장'

2015년 4월 9일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 ‘화장’이 마침내 개봉되었다. ‘마침내’라고 한 것은 지난 해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7개월 만에 일반극장 개봉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같이 상영된 장예모 감독의 ‘5일의 마중’이 한 달 만인 2014년 10월 8일 개봉한 것과 대조적이다.

관람을 서두른 것은 그와 무관치 않다. 아무리 거장의 영화일지라도 관객이 외면하면 1~2주 만에 간판을 내리게 되어서다. 오전 11시 30분 이른 점심을 먹고 조퇴까지 해가며 극장에 갔을 때, 맙소사 관객은 딱 1명이었다. 그러니까 단둘이 그 넓은 객석을 차지한 채 ‘화장’을 본 것이다.

과거 “우리영화 좀 보자”고 외치던 시절엔 흔한 풍경이었지만, 최근 들어 그런 경험은 없었다. 이를테면 거장 감독의 102번째 영화에 대한 예의가 아닌 셈이지만, 어쩌겠는가. 그것이 비정한 영화시장의 현실인 것을. 영화적으로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보다 더 나은 ‘화장’인데….

‘화장’의 개봉 2주 관객 수는 13만 4472명이다. 이후 수백 명의 관객 수라 이 수치에서 크게 전진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5일의 마중’이 동원한 54,325명의 두 배에 만족해야 할까. 2011년 3월 17일 개봉한 그의 101번째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의 57,267명보다 크게 앞선 수치라 좋아해야 할까.

‘화장’은 2004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김훈의 동명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국민배우 안성기가 ‘취화선’(2002년) 이후 12년 만에 임권택 감독과 함께 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안성기가 임권택 감독 영화에 출연한 것은 ‘화장’이 8번째다. 80줄(1936년생) 노감독과 국민배우의 조합이 그만 무색하게된 것.

‘화장’이 관심을 끈 것은 또 있다. 배우 김호정(아내 역)의 전라(全裸) 목욕신이다. 더 좁혀 말하면 음모를 드러낸 채 국부를 씻는 장면이다. 막상 영화에는 그것말고 김규리(추은주 역)의 음모가 노출된 신도 있다. 안성기(오상무 역)의 상상에 의한 보여주기 화면이다.

작품내적 구체성을 띈 것들이라 그런지 그런 ‘발칙한’ 장면들은 외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노출에 응한 김호정의 용기와 함께 80살 노감독만이 연출해낼 수 있는 장면이 아닌가 싶다. 처절한 삶의 지난(至難)한 몸짓으로 치환된 음모 노출신은 명장면 가능성이 커보인다.

‘화장’은 과거 인기리에 방송된 단막극 ‘TV문학관’ 같은 영화이다. 그만큼 리얼리티에 충실하다. 촘촘하고 세세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당연히 문학성, 나아가 예술성이 뛰어나다. 얼굴을 화사하게 꾸미는 화장과 죽은 사람을 불태워 장사 지내는 또 다른 화장의 의미가 안성기의 열연으로 빛난다.

상상으로 그치거나 애써 절제하는 욕망이 아쉽긴 하지만, 그걸 포착해내는 노감독의 앵글은 싱싱하다. 가령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손 부딪히기, 추은주를 훔쳐 보는 여러 차례의 시선, 춤출 때 살짝 올라간 치마, 입에 손가락 넣는 것 등을 통한 오상무의 욕망 보여주기가 그것이다.

하긴 그것이 악재일 수 있다는 느낌도 온다. 상업영화를 표방했다면 오상무의 추은주에 대한 상상만의 전개는 좀 싱겁다. 차별화를 얻은 대신 관객을 잃은 셈이 되어서다. 안성기는 “절제된 선을 지키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말하지만, 글쎄 관객이 별 동의를 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전개가 너무 산만한 건 아쉬운 점이다. 러닝타임이 94분으로 짧은데다가 이야기 역시 중층구조로 전개되는게 아닌데, 이어지는 장면들이 썩 매끄럽지 않아서다. 가령 출장지 모텔에서 자다 아내와의 신으로 이어지는 것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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