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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교원 명예퇴직 신청서를 내고

얼마 전 필자는 ‘그만 떠나라는 학교 분위기’란 칼럼을 쓴 바 있다. “단, 그만 떠나라는 분위기의 학교인지 조금은 더 겪으며 지켜볼 참이다.”라는 단서를 달았는데, 엊그제 그예 명예퇴직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2월말 기준인 33년이 안돼 탈락이란 변수가 있긴 하지만, 이를테면 조금 더 지켜보니 계속 선생 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된 셈이다.      

‘학생인권 조례 추진 등으로 학생지도가 어려워지고 교권이 추락해서’ 등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어려움’이 교사명퇴의 주요 원인이지만, 지난 해 마침 활성화된 공무원연금 개편과 맞물려 교원 명퇴가 러시를 이룰 때도 필자는 요지부동이었다.

정년의 그날까지 눈썹 휘날리게 할 일이 있어서였다. 필자의 특기⋅적성교육 지도로 꿈과 끼 살리기 등 빛을 보게될 많은 학생들을 위해서였다. 그랬다. 1년 전엔 그런 희망이 있었다. 충만한 기대감으로 갈수록 심해지는 선생하기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3년 일찍 학교를 떠나려 한다. 이유가 많지만 크게 두 가지만 공개한다. 그에 앞서 미리 당부할 것이 있다. 일부 독자에게 그 내용이 다소 언짢은 것이라해도 ‘전화질’ 따위 ‘무식한 짓’은 없길 바란다. 그들의 그것보다 생이빨 뽑아내듯 3년이나 일찍 학교를 떠나는 필자의 마음이 더 무겁고 아프니까.

먼저 글쓰기 및 학교신문지도 등 문인교사로서의 ‘존재감’을 예전처럼 가질 수 없게 되어서다. 군산여상을 떠난 후 1년 만에 다시 학교를 옮긴 것도 그래서다. 졸지에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되고만 지난 1년의 ‘악몽’을 되풀이할 순 없었던 것. 

하지만 새로 옮겨간 학교에서 필자가 맡은 일은 맙소사, 생전 처음인 업무들이었다. 당연히 관련 칼럼을 썼다. 칼럼은 엉뚱하게도 학교에서 한바탕 난리를 겪는 등 일종의 필화로 번지게 되었다. 그 착잡함이야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32년 만에 근태상황이나 심지어 시험문제 출제까지 체크를 당했으니 말이다.

어쨌든 필자가 능숙하게 할 수 있는 글쓰기나 학교신문 지도 따위는 국어과에 포괄되었을 뿐 아예 업무분장에도 없었다. 그 동안 여기저기 학교에서  해오던, 교육부장관상에 이어 남강교육상까지 받게된 일은 업무도 아니었다는 얘기이다.

교육상까지 받게되어 정년의 그날까지 열심히 해야겠다던 일을 자부심  넘치게 할 수 없는 이런 것이라면, 전자공문이나 접수하고 새로 맡은 업무는 남에게 부탁해 처리할 지경이라면 필자로선 우루루 몰려오는 자괴감을 감당할 수 없다.

명퇴신청을 한 또 하나의 중요한(아니 결정적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이유는 무너진 교실이다. 한 마디로 일부 학급은 카페 같은 분위기다. 일부 특성화고의 수업시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문계고등학교 이야기다. 수업시간인데 어린이집 아이들도 아닌 일반계 고교생들이 돌아다니고 만리장성을 쌓기 일쑤다.

실제상황이 그렇다. 거기엔 소위 진보교육감들이 그런 실상을 아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있다. 면학분위기를 다져보려 그런 아이들을 복도로 내보내는 것조차 인권침해라며 못하게 한다는 점이다.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오히려 기죽어야 하는 교실 분위기를 어떻게 해볼 수 없다.

필자는 이미 ‘교사 명예퇴직 전부 수용하라’라는 칼럼에서 말한 바 있다. 교육당국은 이미 마음이 떠난 명퇴신청 교사들의 억지춘향식 근무가 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떠나려는 교사들이 새내기처럼 열정적으로 교단에 스며들 것이라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테니까!

막상 명예퇴직이 기정사실화되니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정년의 그날까지 더 열심히 학생들 특기⋅적성교육 지도에 매진해달라는 격려성 시상이 틀림없을 ‘제25회남강교육상’ 취지에 부응하지 못하고 ‘중도하차’하게 된 점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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