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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차별의 상처 극복하도록 도와야

서울신문 6월 9일자 보도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한국 아동·청소년 인권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 학생 1만 484명을 대상으로 최근 1년 동안 차별을 받았던 경험(복수 응답)을 물었더니 ‘공부를 못해서’ 차별받은 경우가 30.5%로 가장 많았다. 공부에 이어 ‘나이가 어리다’는 25.5%, 성별은 24.3%였다. 기타 외모나 신체조건, 지역, 종교, 가족 유형(이혼 등)으로도 차별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성적에 따른 차별은 초등학생은 13.7%, 중학생은 30.3%였지만 고등학생은 43.8%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심했다. 또 성적이 ‘상’인 학생은 16.1%, ‘중’인 학생은 30.3%였지만 ‘하’는 47.9%로 성적이 좋지 않을수록 심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학업에 따른 스트레스도 이에 비례해 심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초등학생은 43.1%, 중학생은 70.2%였다. 고교생은 일반·특목·자율고 기준으로 86.6%였다. 부모의 경제 수준에 따른 차별 경험은 상·중·하 순으로 각각 24.2%, 32.1%, 44.8%였다. 보고서는 “학생에 대한 차별은 학교급, 성적, 경제적 수준과의 상관관계가 크다.”고 설명했다.

통계의 요점은 우리나라 청소년은 가정과 학교에서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에 따라 스트레스도 많다. 특히 저학년보다는 고학년에서 많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스트레스에 민감하다. 부모의 경제 수준에 따른 차별도 경제 수준이 낮을수록 심하다는 통계다.

우리나라는 대학 진학과 그에 따른 적절한 직업을 갖는 것이 성공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공부가 매우 부담스럽다. 이에 부응하지 못하면 부모와 갈등을 겪고 학교에서 나아가서 사회에서 차별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은 사회적 병폐로 나타난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전체 자살률 1위로 매우 심각한 사회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아동들의 행복감도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루마니아와 네팔 등 12개국 아동 4만2천5백 명을 대상으로 ‘아동의 행복감 국제 비교연구’를 한 결과 한국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이 가장 낮았다.

차별은 비교에서 시작한다. 어린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비교 프레임에 갇히기 시작해 학교에서 더욱 극성을 부린다. 이로 인해 성장 동력을 찾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열등감이라는 부정적 자아개념을 형성하고 일찌감치 낙오자가 아닌 낙오자가 된다. 주변에서 ‘엄친아’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이것도 비교 프레임이 작동한 표현이다. 이 말은 ‘엄마 친구 아들’이라는 뜻인데, 대다수의 어머니들이 부러워하는 대상이다. 즉 자신의 자녀와 비교해 볼 때 많은 장점을 가진 우월한 자를 의미한다. 사실 ‘엄친아’는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부모의 욕심이 만들어 낸 대상이다. 이를 듣고 끊임없이 비교당하는 당사자는 스트레스의 원천이다. ‘엄친아’는 과도한 경쟁 체제에 치우쳐 있는 우리 사회를 보여주는 현상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개성도 다르고 학습 능력도 다르다. 늘 이야기 되는 것이지만, 우리 사회는 학습 능력이 우수한 사람만 사는 세상이 아니다. 조금 뒤처진 아이들도 훗날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장려해야 한다.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교실에는 많은 아이들이 있다. 배움이 빠른 아이도 있고, 느린 아이도 있기 마련이다. 느리게 가는 것이 반드시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면이 꽉 차고 단단해져 길게 갈 수도 있다. 수준이 다양한 아이들이라 가르칠 때 공통분모를 찾아내기 힘들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는 문제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역할이다. 비록 그 길이 험난하고 당장 성과를 내기 힘들다 해도 교사와 부모는 묵묵히 매진해야 한다. 아이의 수준에 적합하게 가르치는 기술이 만족하지 못해도 격려와 칭찬만으로도 성장의 힘을 얻는 아이가 있을 수 있다.

부모의 경제 수준에 따른 차별 인식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일반적인 교육 목표는 모두가 빈곤층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는 빈곤층 아이들에게 희망의 사다리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최근 오히려 빈곤층 아이들이 학교에서 소외당하고 있어 안타깝다. 그들은 부모와 대화를 많이 하지 못하고 성장한다. 그에 따라 자기주도적인 학습 태도도 부족하다. 수업 시간에도 논리적인 학습 전개에 적응하지 못한다. 부모들이 논리적이거나 체계적으로 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빈곤층의 아이들이 학습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그들이 처한 환경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처한 환경에 근거하여 지도하면 학습 능력 회복이 빠르다.

학습 부진의 탈출은 비법이 없다. 오직 본인에게 답이 있다.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듯 아이를 관찰하고 아이에게 맞는 처방을 내려야 한다. 그러면서 주의할 것은 이미 학습에 흥미를 잃은 아이들이 많다. 학습에 흥미를 갖도록 한다. 계획을 세우고 시간 관리를 하는 습관을 갖도록 한다. 기타 학습 부진의 원인을 스스로 진단하고 탈출 문화를 찾도록 도와준다.

차별은 실체가 없지만, 당사자에게는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로 남는다. 그들의 마음속에 있는 아픔을 들어주고 이해하고, 내면을 어루만져주는 것이 필요하다. 교실에서 학습을 포기하고 앉아 있는 아이들도 공부를 못해서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아이는 아무도 없다. 포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학습 부진이 누적되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학습 성취가 만족하지 못한 아이들은 비교 프레임에 갇혀 자신이 늘 열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모든 것을 잘하는 아이도 없지만, 모든 것을 못하는 아이도 없다. 이들에게 자신감이 필요하다. 자신감은 간단한 생활의 변화로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아이가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자신이 잘한다는 사실을 알면 삶의 태도가 달라진다. 이러면 아이들은 끊임없이 뭔가를 하려고 하게 되고, 이것이 누적되면 눈부시게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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