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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더 많이 봐도 좋을 빼어난 영화, '악의 연대기'

영화를 보고 비평하다 보면 참 이상한 일에 휘말리게 된다. 다분히 주관적 관점일 수도 있겠으나 터무니 없는 관객 쇄도가 그것이다. 예컨대 천만 클럽에 든 ‘인터스텔라’⋅‘겨울왕국’⋅‘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그런 경우이다.

내가 보기엔 그 영화들은 아무리 좋게 평가하려 해도 천만 관객이 볼 작품이 아니다. 물론 한국영화에도 그런 작품들이 있다. 천만 클럽 영화는 아니지만, 480만 명 넘는 관객 동원으로 다큐영화의 역사를 새로 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흥행대박이 그렇다. 그렇듯 많은 사람이 봐야 할 영화는 아닌데, 참 이상한 일이다.

반면 진짜 많은 사람들 발길이 이어져도 좋을 영화인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악의 연대기’(감독 백운학)도 그런 영화중 하나이다. 지난 5월 14일 개봉한 ‘악의 연대기’는, 결론부터 말한다면 좋은 영화, 빼어난 영화이다.

우선 1998년 ‘쉬리’의 조감독 등을 하다 2003년 ‘튜브’로 데뷔한 백운학 감독의 두 번째 영화라는 사실이 놀랍다. 저간의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영화를 영화답게 만드는 감독이 무려 12년 만에 차기작 연출을 하게 되었으니 놀라운 것이다.

‘악의 연대기’의 관객 수는 6월 16일 기준 218만 8530명이다. 사실은 그것만으로도 대견한 일이다. 같은 날 개봉한 ‘매드 맥스: 죽음의 도로’의 흥행질주 속에서 거둔 성과니까. 또 봄철 극장가에서 이렇다 할 다크호스가 없는 한국영화의 침체 속에서 기록한 결과니까.

그러나 ‘악의 연대기’는 내가 보기엔 그 이상의 인파가 몰려도 좋을 영화이다. 일단 시나리오가 너무 튼실하다. 가령 넥타이핀 복선 장치가 그렇다. 처음엔 최반장(손현주)에게 여고생이나 딸들도 아닌 형사들이 웬 넥타이핀을 선물하는지 좀 의아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극 전개의 주요 복선으로 기능하고 있는 식이다.

다음 영화사가 내세운 ‘2015 추적스릴러’답게 허를 찌르는 반전이 짜릿하다. 최반장이 정당방위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도입부는 아연 긴장감과 궁금증을 갖게 한다. 과연 어떤 결말일지 무한 궁금해지게 하고 있음이다. 그런데 가족처럼 대하는 부하 차동재(박서준)의 복수극이라는 반전이 드러난다.

물론 그 전 김진규(최다니엘)가 범인으로 나타난다. 이를테면 예측불허인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맛깔스러운 스릴러로서의 제 몫을 다해낸 셈이다. 한낱 마약 전과의 배우 김진규가 혼자 그렇게 엄청난 범죄행각을 벌인다는 비현실성이 차동재라는 극적 반전에 의해 상쇄되는 대목이다.

스토리 라인이 주는 시사점 또한 만만치 않다. ‘악의 연대기’는 일종의 연쇄살인범 얘기이다. 거기엔 진실이 가려진데 대한 원한이 있다. 최반장, 주 서장(정원중)등이 범인을 조작한 과거 사건수사에 대한 원한이 그것이다. 그러니까 발생한 범죄의 극악함과 별도로 사회적 이슈가 된 사건의 범인 검거에 따른 무리한 수사 따위가 연쇄살인의 이유인 것이다.

사회 정의에 대한 은근한 환기는 “나 같은 놈이 계속 살아도 되는 걸까요?” 되묻는 차동재의 모습에서 절정에 달한다. “어서 죽여달라”며 마침내 권총 자살하는 차동재에게서 뭔가 뭉클함이 솟구치기는 할망정 연쇄 살인범의 나쁜 놈이란 생각은 들지 않게 된다.

그외 살인 현장에서 멈칫 멈칫 놀라는 얼굴 표정의 손현주 연기라든가 스릴러다운 긴박감에 날개를 달아주는 듯한 템포 빠른 음악도 좋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정체를 알았으니 검거에 충실해야 할 직분보다 인정에 끌린 어설픈 행동으로 차동재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오형사(마동석) 모습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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