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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참 정치 일깨운 정치드라마 '어셈블리'

드라마를 중간부터 보는 일은 거의 없다. 비평을 전제로 한 ‘맞춤 시청’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100부작 대하드라마여도 첫 회부터 시청하고, 단 한 회도 거르는 법이 없는 게 방송평론가인 나의 TV 보기 수칙이다. 그런데도 중간부터 시청한 드라마가 있다. 2009년작 SBS TV ‘아내의 유혹’이다.

‘아내의 유혹’ 평에서 이미 말했듯 장안의 화제가 중간 시청의 계기였다. 대박난 시청률이 장안의 화제로 부상한 요인이었는데, 5년 만에 그렇지 못한 드라마를 중간부터 보게 되었다. “정치권 비판 ‘어셈블리’… KBS라서 의미있는 이유”(한국일보, 2015.8.5)라는 ‘강은영기자의 TV 다시 보기’를 읽고나서였다.

7월 15일 전파를 타기 시작한 KBS 수목드라마 ‘어셈블리’는 전국 시청률 5.2%로 출발했다. 9월 17일 종영한 20회 시청률은 전국 기준 4.9%였다. ‘어셈블리’는, 이를테면 시작에서 끝날 때까지 4~5%대 시청률의 쪽박찬 드라마였던 셈이다.

그러나 언론(신문)의 관심은 남달랐다. 저조한 시청률인데도 ‘정치만 있고 드라마는 없다’(서울신문, 2015.8.10), “현직 국회의원 보좌관이 본 드라마 ‘어셈블리’의 허와 실”(동아일보, 2015.8.21), ‘진상필을 닮은 당신은 누구입니까?’(한겨레, 2015.9.3) 등을 연이어 볼 수 있어서다.

특히 한겨레는 국회 전⋅현직 보좌관, 정치평론가, 정치부기자 등 10명에게 설문조사한 답변을 기초로 거의 전면에 가까운 와이드 기사를 내보냈다. 글쎄, 수십 년 지켜보았지만, 어느 신문이든 저조한 시청률의 드라마에 관한 기사를 그렇듯 크게 다룬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일반 시청자의 대중적 인기는 못누렸어도 언론의 관심을 끈 이유는 무엇일까? 오랜만에 선보인 정치드라마라는 것이 그 답이 될 성싶다. 사실 이 땅은 정치드라마 사각지대라 할 수 있다. 2010년 ‘프레지던트’(SBS TV) 이후 5년 만에 ‘어셈블리’가 올 수 있었으니까

물론 이전에도 MBC TV ‘제3공화국’(1993)과 ‘제4공화국’(1995), SBS TV의 ‘3김시대’(1998) 등 정치드라마가 방송되었다. 사극의 대하드라마들까지 합치면 정치가 다루어진 드라마는 꾸준히 있어온 셈이라 말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이렇다할 정치드라마가 없었던 건 일종의 미스터리다.

그 점만으로도 ‘어셈블리’의 의미와 가치는 충분하다. 게다가 과거가 아닌 현재의 국회 등 정치권을 배경으로 하니 그 현실감이 쏠쏠하다. 지난 해 ‘정도전’으로 인기를 끈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작가 정현민의 극본 덕분이지 싶다. 그렇지 않아도 일반 국민들로부터 지탄받는 국회의원들의 그 이면 들여다보기이니 오죽할까.

그 중심에 주인공 진상필(정재영)이 있다. 좋은 말로 돈키호테형 인물인 진상필이 보여주는 제대로 된 국회의원, 참 정치가 무엇인지는 백도현(장현성)⋅박춘섭(박영규)⋅홍찬미(김서형) 들과 어우러져 빛을 발한다. 가령 13회(8.26방송)에서 “모든 사람 살펴야 하는 위치의 사람이 국회의원”이라며 3천만 원 피해당한 아내더러 미안해하는 진상필이 뭔가 콧등 시큰함을 안겨주는 식이다.

문제는 너무 판타지적이란 점이다. 판타지는 동화 같은 맑고 파란 세상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 비현실성 때문 정치드라마로선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예컨대 보좌관 최인경(송윤아)과의 티격태격하기는 마치 연인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킬만하다. 홍찬미와 백도현의 개과천선도 현실정치에선 쉽게 볼 수 없어 너무 드라마틱해 보인다.

한편 정재영은 드라마가 방송되는 동안 스위스의 제68회로카르노국제영화제(9월 15일 폐막)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홍상수 감독이 연출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서의 열연을 인정받은 것. 영화의 대상 수상과 함께 이룬 쾌거지만, 정작 정재영은 ‘어셈블리’ 촬영으로 레드카펫을 밟지 못했다. 저조한 시청률과 함께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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