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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예전만 못한 MBC창사 특별기획드라마 '화정'

2015년 4월 13일 시작한 MBC 창사54주년 특별기획드라마 ‘화정’이 9월 29일 막을 내렸다. 하필 추석 연휴에 50부작의 49~50회가 방송되어 ‘유탄’을 맞았다. 49회 방송의 경우 같은 시간대 추석 특선영화에 밀려 5.7%란 최악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 반면 특선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시청률이11.5%로 알려졌다. 극장흥행에 실패한 ‘허삼관’도 시청률 7.8%를 기록했다.

‘화정’은 1, 2회 10~11%대의 두 자리 시청률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자연 역대 MBC 창사특집극들처럼 인기를 끌 것인지 주목받았다. 예컨대 ‘동이’(49주년) 30.3%, ‘빛과 그림자’(50주년) 20%, ‘마의’(51주년) 20% 안팎의 시청률처럼 대박을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그냥 기대감일 뿐이었다. 추석연휴였다고 하나 최종회 시청률마저 7.8%에 그치고 말았으니까. 이는 ‘화정’에 대한 시청자의 충성도가 매우 취약한 것이었음을 반증한다. 아울러 MBC로선 치욕스런 창사특집극이란 ‘오명’도 뒤집어쓰게 되었다. 필자의 기억으로 ‘화정’처럼 한 자릿 수 시청률의 창사특집극은 없었다.

화려한 정치 또는 빛나는 정치란 뜻의 ‘화정’은 광해군과 인조시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더 엄밀히 말하면 선조와 효종도 등장하니 무려 4대 임금 시절이 배경이다. 그 중심에 정명공주(이연희)가 있다. 역사적으로 바느질 등 일개 아낙으로서 장수한 정명공주일 뿐인데, ‘화정’은 그녀가 광해군(차승원), 인조(김재원)와 맞서는 이야기다.

그 동안 원톱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자를 내세운 대하 사극이 없었던 건 아니다. ‘선덕여왕’⋅‘동이’⋅‘기황후’⋅‘천추태후’ 등이 그렇다. 그것들은 히트한 공통점이 있다. 얼마든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사극도 성공할 수 있는데, 정명공주를 내세운 ‘화정’만 유독 패한 것이다.

나는 그것을 팩션의 함정으로 보고 싶다. 비틀어대도 너무 비틀어댄 것이라 할까. 억지에다가 미화까지, 이미 정평이 난 역사적 인물이나 상황에 무릇 시청자들이 공감하지 않거나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정통 대하사극을 표방한 KBS ‘징비록’보다 관심을 끌지 못했으니 왜 팩션인지 의아하다.

사실 29회까지 등장한 광해군에 대해선 식상한 측면도 있다. 이미 방송이나 상영을 끝낸 드라마 ‘왕의 얼굴’과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그렇다치자. ‘화정’과 함께 방송된 ‘징비록’에서 다시 세자로서의 광해가 등장한다. 그것이 작가나 연출자에 따라 달리 묘사되니 그 혼란을 어떻게 다 감당할 수 있겠는가.

외교 등을 통해 자주국방 태세를 굳건히 하려는 등 광해군 미화는 상대적으로 인조의 빈약함을 일깨우긴 한다. 인조는, 이를테면 왕재(王才)가 아니었던 셈이다. 청나라에 인조가 무릎을 꿇은 삼전도의 비극도 결국 광해군 축출이 낳은 치욕의 역사라는 식이다.

‘화정’은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하는 팩션이 대세가 되다시피한 현상도 되돌아보게 한다. 정명공주가 광해에게 쫓겨 일본까지 가게되고, 남장하여 사는 등 좀 황당하다는 느낌이 오면 대하사극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49회에서 보여준 강주선(조성하)의 효종(이민호) 공격도 그런 것중 하나다. 광해군시절부터 악 그 자체로 존재해온 강주선이 역대 여느 신하 캐릭터와 차별화되긴 한다.

강인우(한주완)의 정명공주에 대한 순애보는 아버지를 배신할 정도로 강렬한 것인데, 어찌된 일인지 찡하게 와닿지 않는다. 홍주원과의 우정도 생사를 같이 할 만큼인데, 그냥 밋밋하기만 하다. ‘화정’은 때로 콧등을 시큰하게 하고, 묵직한 무언가 깨달음을 주는 그런 것이 없다. 이런 드라마를 50회까지 단 1회도 거르지 않고 보았으니 절로 ‘본전’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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