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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학교신문 발행의 추억

내가 한별고등학교의 ‘한별고신문’ 올컬러판 창간호를 낸 것은 2001년 4월 2일이다. 이후 발령 임지에 따라 ‘전주공고신문’과 ‘녹원신문’(군산여자상업고등학교) 편집인이 되어 학교신문을 발행(응당 발행인은 교장이다.)했다. 2013년 12월 20일 ‘녹원신문’ 제20호 발행까지 13년간 학생기자를 뽑고 지도하여 사제동행으로 일궈낸 일이다.

  그 동안 4차례 상을 받았다. 2001년 제6회전국학교신문⋅교지콘테스트(SK글로벌⋅문화일보 주최, 교육부 후원)에 ‘한별고신문’을 출품, 고등부 최고상인 금상을 한별고등학교에 안겨주었다. 읍 단위 시골 학교의 위상을 전국에 알렸을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교육부총리 지도교사상을 수상했다. 전국 여러 학교에서 ‘한별고신문’을 벤치마킹한다며 연락이 오기도 했다

  그 외 2008년 ‘전주공고신문’으로 전주일보사 주최 제2회전북학교미디어공모전에서 가작 수상했다. 2010년엔 ‘녹원소식’(‘녹원신문’ 당시 제호)으로 전주일보사 공모전 은상을 수상했다. 2011년엔 ‘녹원소식’으로 제4회전북일보NIE대회 우수상을 수상했다.

  마침내 2015년 3월 문예지도와 함께 학교신문 제작지도의 공적을 인정받아 제25회 남강교육상 수상 교사가 되기에 이르렀다. 내가 좋아 스스로 신명나게 해온 일이지만, 교육상까지 받고보니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학교신문 발행의 추억’이다.

  ‘학교신문 발행의 추억’은, 그러나 이제 그 일을 할 수 없게 되어서 생긴 것이라 해야 옳다. 명퇴 재수생이 되어 있긴 하지만, 역시 가장 큰 ‘걸림돌’은 교장이다. 각 학교마다 창간 당시의 교장들이 보인 의지와 열정에 힘입어 스스로 청하여 열심히 한 일이었지만 곧잘 위기가 오곤 했다.

  어느 교장은 ‘여전히 심한 기능인 홀대’라는 사설을 두고 “그럴려면 신문 내지 말라!”며 가제본 신문을 탁자에 내던졌다. 결국 다른 내용으로 바꿔 학교신문을 발행했다. 또 어느 교장은 대학에 보내는 취재 협조 공문 결재를 거부하기도 했다. 지금도 이해 안 되는 그런 비협조를 감내해야 했다.

  학교운영위원의 제동도 있었다. 그 위원은 학교 홈페이지를 보면 되는데 굳이 신문을 낼 필요가 뭐 있느냐고 따졌다. 또 위원은 교장에게 물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편집실 운영비 내역을 알고 계시냐”고. 그러나 미안하지만 학교예산으로 편성된 것은 인쇄비가 전부이다.

  또 다른 위기는 내부 규제로부터 왔다. 학교신문 인쇄비가 4회에서 2회로 확 줄어버렸다. 다른 항목에서도 십시일반 삭감했다지만, 그대로 수긍하기 어려운 참으로 괴상한 인쇄비 삭감이었다. 이런저런 취재비용외 삭감된 인쇄비까지 직접 확보하느라 무척 자존심이 상했던 기억도 있다.

  내가 학생들을 지도하여 펴낸 학교신문은 동문인터뷰⋅대학취재⋅르포 등 생생한 현장 취재로 제작되었다. 그 외에도 퍼즐상품, 기자 간식 및 회식 등 이런저런 경비가 지출되었다. 그것을 스스로 조달했다. 예컨대 동문들이 기름값이며 점심식사하라고 준 지원금을 편집실 경비로 쓴 것이다.

  돌이켜보면 학교신문의 긍정적인 교육적 성과나 지도교사의 남다른 노고는 거들떠보지 않는 그들만의 편견이 섭섭하고 안타까웠던 것같다. 하긴 어느 조직에서건 구성원 전부로부터 격려와 찬사를 받을 수 없는 노릇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학교신문 발행은 하고 싶어도 선뜻 맡아서 할 교사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것이 일선 고교의 현실이다.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이제 보니 그것도 아니다. 지도교사가 일반신문에 낸 비판적 칼럼을 학교신문 발행과 결부시킨 교장도 있다. 학교신문을 사유물로 인식하는, 그야말로 ‘갑질’이 따로 없다. 아직 퇴직 전인데도 ‘학교신문 발행의 추억’에 잠기게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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