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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 수시 다 떨어졌어요" 수능 앞두고 온 문자

출근길 받은 한 제자의 다급한 문자메시지... 그래도 포기하지 말자!

월요일 아침. 며칠째 내리는 가을비로 출근길 운전이 힘들었다. 더군다나 주머니 안 휴대폰 문자메시지 진동소리까지 신경이 거슬렸다. 확인하지 않은 탓일까? 주머니 안 휴대폰 진동소리가 몇 초 간격으로 계속해서 울렸다.

운전 중이라 휴대폰의 문자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때마침 교차로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순간, 주머니 안 휴대폰의 문자내용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막간의 시간을 이용하여 휴대폰 문자 내용을 확인해 보았다. 발신인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는 없었으나 휴대폰 액정 위 "선생님, 저 좀 도와주세요"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신호가 바뀌어 자세한 내용을 읽어볼 수가 없었지만 학교에 도착하는 내내 신경이 쓰였다.

교무실 자리에 앉자마자 휴대폰을 꺼내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인하였다. 문자메시지를 보낸 발신인은 다름 아닌 3학년 학생이었다. 녀석은 메시지에서 수시전형 여섯 군데 다 떨어진 현재 심정을 토로하였고 자신의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 하나를 추천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평소 녀석은 이 지역에서 벗어나 큰 지역에 있는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하였다. 그리고 지난 9월 수시모집 6군데 모두를 수도권 소재 대학에 원서를 냈다. 행여 모두 떨어질 것을 대비하여 원서 하나를 지방 소재 낮은 대학에 써볼 것을 권유했으나 자신 있다며 끝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본인이 반드시 합격할 것이라고 확신했던 대학마저 떨어지고 만 것이었다. 다행히 예비 번호를 받은 대학도 있었지만 순위가 워낙 뒤에 있어 합격을 장담할 수 없었다. 결국, 녀석은 정시로 대학을 가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사실 녀석은 수능에 자신이 없다며 수능 최저학력이 없는 대학만 골라 수시 원서를 냈고 수능대신 면접 준비에만 신경을 써왔다. 그나마 3학년 1학기까지의 교과와 비교과의 성적이 좋아 녀석은 지원한 대학의 1단계에 모두 합격하여 마치 모든 대학에 최종 합격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문득 녀석이 면접 보러 가기 전날 내게 한 말이 떠올랐다.

"선생님, 제 걱정 너무 하지 마시고 다른 학생들이나 신경쓰세요."

그 이후, 녀석이 대학에 최종합격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런데 수능 3일을 앞둔 월요일 녀석으로부터 문자메시지가 온 것이었다. 이제야 무언가를 느껴 후회하며 도와줄 것을 요구하는 녀석에게 왠지 모르게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녀석을 도와줄 뚜렷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방법이 있다면, 수능 시험을 잘 봐서 정시에 지원하는 것 뿐.

녀석은 바로 코앞에 닥친 수능에 자신없어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최소 수능최저학력이 있는 대학 한 군데라도 지원했더라면 하는 때늦은 후회를 하는 듯했다.

하루라도 빨리 대학입시에 대한 중압감에서 벗어나 그간 입시로 미뤄왔던 일을 해보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사실 어떤 아이는 입시가 끝나기도 전에 수도권 유명 병원에 쌍꺼풀 수술 예약을 해놓았다며 호들갑을 떨기도 하였다. 심지어 아르바이트 장소까지 물색해 두었다며 수능이 빨리 끝나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이들의 행동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십대의 마지막인 고3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녀석이 문자메시지에 대한 답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주 짧고 간단명료한 말로 답장을 해주었다.

"포기하지 마!"

아무튼 녀석이 지금의 불안감을 빨리 떨쳐버리고 이틀 뒤에 치러지는 수능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을 기도해 본다. 그리고 시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간 나는 대로 녀석이 정시로 갈 만한 대학 세 군데를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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