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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예전만 못한 시리즈의 인기, '007 스펙터'

007이 돌아왔다. 전작 ‘007 스카이폴’ 개봉이 2012년 10월 26일이었으니 3년 남짓만이다. 2015년 11월 11일 개봉한 ‘007 스펙터’(감독 샘 멘데스)이다. 시리즈로는 24번째, 샘 멘데스 감독 영화로는 2번째, 다니엘 크레이그(제임스 본드 역) 주연으로는 4번째인 ‘007 스펙터’이다.

뭐, 24번째 영화라고? 그렇다. 007 영화가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건 1962년이다. 먼저 2013년 8월 필자가 펴낸 ‘영화, 사람을 홀리다’(도서출판 북매니저)에 수록된 23탄 ‘007 스카이폴’ 평에 기대 53년째 계속되고 있는 007영화의 족보부터 살펴보자.

 1탄 ‘닥터 노’(1962, 테렌스 영), 2탄 ‘위기일발’(1963, 테렌스 영), 3탄 ‘골드 핑거’(1964, 가이 해밀턴), 4탄 ‘썬더볼 작전’(1965, 루이스 길버트), 5탄 ‘두 번 산다’(1967, 테렌스 영), 6탄 ‘여왕폐하’(1969, 피터 헌트), 7탄 ‘다이몬드는 영원히’(1971, 가이 해밀턴), 8탄 ‘죽느냐 사느냐’(1973, 가이 해밀턴), 9탄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1974, 가이 해밀턴), 10탄 ‘나를 사랑한 스파이’(1977, 루이스 길버트).

  11탄 ‘문 레이커’(1979, 루이스 길버트), 12탄 ‘포 유어 아이즈온리’(1981, 존 글렌), 13탄 ‘옥토퍼시’(1983, 존 글렌), 14탄 ‘뷰투어킬’(1985, 존 글렌), 15탄 ‘리빙 데이라이트’(1987, 존 글렌), 16탄 ‘살인면허’(1989, 존 글렌), 17탄 ‘골든 아이’(1995, 마틴 캠벨), 18탄 ‘네버다이’(1997, 로저 스포티스우드), 19탄 ‘언리미티드’(1999, 마이클 앱티드), 20탄 ‘어나 더 데이’(2002, 리 타마호리), 21탄 ‘카지노 로얄’(2006, 마틴 캠벨), 22탄 ‘퀀텀 오브 솔러스’(2008, 마크 포스터) 등이다.

  이외 번외로 ‘카지노 로얄’(1967, 존 휴스턴외 5명), ‘네버세이 네버어게인’(1983, 어빈 커쉬너)등 2편이 더 있다. 우리의 ‘애마부인’ 시리즈도 만만치 않지만, 지금까지 23탄 개봉 소식은 들리지 않지만, 세계적으로 대단한 ‘영화권력’이 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본드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는 ‘카지노 로얄’의 대니얼 크레이그 등 6명이다. 1대 숀 코너리(1,2,3,4,5,7탄과 번외 등 7편 출연), 2대 조지 래젠비(6탄 1편 출연), 3대 로저 무어(8~14탄 7편 출연), 4대 티모시 달튼(15ㆍ16탄 2편 출연), 5대 피어스 브로스넌(17~20탄 4편 출연), 6대 대니얼 크레이그(21~24탄 4편 출연) 등이다. 또 다른 번외 ‘카지노 로얄’ 본드는 데이비드 니븐이다.

  본드걸 역 여배우는 그때그때 바뀌어 모두 24명이 유명세를 탄 바 있지만, 007영화에도 위기는 있었다. 제작사 관계자가 “1990년대까지 늘 평균 이상 성적을 내는 효자상품이었던 007시리즈였지만 2002년 ‘어나 더 데이’ 이후에는 손익분기점을 걱정하게 됐다”고 털어놓은 것.

  그 말은 결코 엄살이 아니다. 21탄 ‘007 카지노 로얄’과 22탄 ‘007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의 거듭된 변신도 그래서다. 007의 소련 같은 주적이 없어진 지금, ‘미션 임파서블’이나 ‘본’시리즈 같은 첩보영화가 제임스 본드를 올드보이로 만들어 놓은 지금 살아남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역대 최고의 제작비 3억 달러(약 3,400억 원)를 들인 ‘007 스펙터’이지만, 그러나 한국 흥행은 별로이다. 개봉 2주가 지나면서 교차상영 신세로 전락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역대 최고 흥행작 ‘스카이폴’의 237만 명은커녕 200만 명도 숨가빠 보인다. 12월 6일 현재 관객 수는 180만 9000명이다.

이는 외국의 경우와 대비된다. 서울신문(2015.11.11)에 따르면 한국보다 빨리 개봉한 영국의 경우 개봉 첫 주에 4,100만 파운드(약 718억 원)를 벌어들였다. 전작 ‘스카이폴’의 2010만 파운드를 훨씬 뛰어넘는 수익이다. 북미 개봉에선 하루만에 2,800만 달러(약 324억 원)를 벌어들였다는 소식도 있다.

일단 007시리즈다운 면모는 이 영화에도 있다. 멕시코⋅오스트리아⋅모로코⋅이탈리아 등 세계 여러 나라를 오가는 배경이 그렇다. 액션도 헬기 격투, 계단⋅골목길의 자동차 추격, 설원에서의 비행기와 자동차 격돌 등이 꽤 현란하다. 화염 분사의 자동차 신무기, TV 예고편에서 다니엘 크레이그가 “기능은 있는 거야?” 묻던 시계 폭탄 등도 기존 시리즈 법칙에 충실하다.

별 생각없이, 말 안 되는 것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없는 건 너무 지루해서다. 서사가 너무 길고 복잡해 액션 등 볼거리가 묻혀버리는 형국이라 할까. 듬성듬성 있는 액션 신을 제외하곤 스피디한 화면과는 거리가 멀다. “로마는 하루 아침에 건설되지 않았죠. 아마 하루 반쯤 걸렸을 걸” 등 이런저런 유머코드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늘어지게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악당을 제압하는 극적 반전도 너무 약하다. 그나마 본드가 헬기를 향해 연신 권총을 쏴대더니 기적이 일어난다. 놀랍게도 오버하우서(크리스토프 왈츠)가 탄 헬기가 추락하고 있는 것. 앞의 이런저런 액션 신에 비해 참 싱겁기 짝이 없는 반전의 결말이다.

있으나마나한 본드 걸 입지도 나이든 팬이라면 불만일 성싶다. 관록의 모니카 벨루치(루시아 역)의 미약한 존재감이라든가 그보다 많은 분량에 나오는 레아 세이두(스완 역) 역시 뭔가 화끈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50년 넘게 007이 007일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가 본드 걸 덕분이었음을 망각했나보다.

영업장소인 호텔 방에 비밀 아지트가 숨겨져 있다는 것도 의아스럽다. 악당과의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스완의 헤어지잔 이별통보 및 그녀 구하기에 나선 결말도 본말전도 아닌가 싶다. 그럴만한 상황이나 분위기가 아님에도 스완이 어느새 잠옷 차림으로 자고 일어난 모습 역시 아쉬운 대목이다.

액션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가령 멕시코 축제를 배경으로 한 첫 화면에서 관중들 놀라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헬기 격투의 공중 액션이 훨씬 긴박감있게 다가왔을 것이다. 눈길인데도 오르막길을 거침없이 질주하는 자동차 신 따윈 차라리 애교로 봐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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