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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남은 돈은 모두 써라.

남은 돈이 없도록 해야 돈을 더 주겠다. 갑작스런 돈 타령으로 당황한 독자가 있을 것이다. 다름 아닌 학교 예산 이야기좀 하려고 한다. 자녀에게 한 달 용돈을 주고 다음달에 용돈을 또 주게 되는데, '네가 가진 돈 무조건 다 써야 다음달 용돈 또 준다'고 가르치는 부모들은 없을 것이다. 아껴쓰라고 가르친다. 절약하는 습관이 정착되면 그 자녀는 성인이 되어서도 돈의 소중함을 알고 절약하게 된다.

내년 서울시교육청의 예산편성지침 이야기 좀 하겠다. 올해와 다른 점이 여러곳에 보인다. 가령 출장비를 삭감했다가 다시 원상으로 돌려 놓앗다거나, 초과 수업에 대한 수당도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교별로 기준을 정해 예산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소속 공무원들의 강의수당은 올해와 같이 기준의 1/2을 유지하게 되었다. 증액된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그러나 전체 예산액은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증액된 부분들이 있어 제대로 운영이 될 지는 미지수다.

눈에 띄는 것은 불용액을 과도하게 이월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말은 올해 예산은 가급적 올해 쓰라는 것을 의미한다. 학교마다 예산절감을 위해 노력하여 절감된 예산을 다음해에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불가능하다. 이월하는 예산이 많아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예산절감에 도움이 될까. 정말 가능할 지 궁금하다.

위의 예처럼 아버지의 용돈이 절약하면 줄어들고, 다쓰면 늘어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예산을 남기면 다음해의 예산배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예산절감을 위한 노력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 도리어 예산을 아껴서 이월되는 예산이 많아지는 학교에 인센티브를 더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거꾸로 가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가 앞선다.

물론 필자의 생각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 필요이상으로 예산을 높게 책정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미 정해진 예산에서 예산을 부풀려 책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면 필자의 생각이 옳은 생각일 가능성이 높다.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를 찾아서 신고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만약 예산이 학년말이 되어도 남게 된다면 불필요한 사업을 억지로 시행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 신고를 하면 포상금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정책의 잘못으로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진행되는 사업일 수도 있다.

판단은 자유지만 짧은 예산상식으로 볼때는 결코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예산을 아껴서 다음해의 예산을 더해서 숙원사업을 할 수도 있는데, 이월금액을 지나치게 하지 말라는 지침으로 인해 그 어떤 숙원사업도 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매년 연말이 되면 인도를 파헤쳐서 새로이 보도블럭을 깔아놓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일을 이제는 학교에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절약보다 소비를 하도록 유도하는 예산편성지침은 새롭게 손을 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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