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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제몫 톡톡히 하는 EBS 영화프로

엄밀히 말하면 TV와 영화는 공생 관계가 아니다. 공생은커녕 서로 대중을 차지하려고 경쟁하는 대결의 관계라 해야 맞다. 그럼에도 TV에는 추석이나 설날 등 명절특선 영화들이 즐비하다. 천만영화 같은 흥행영화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극장 개봉 1년도 안된 영화들까지 앞다퉈 방송하고 있다.

물론 평상시엔 사정이 다르다. 과거처럼 방송 3사의 고정 편성 영화프로들은 없다. KBS 1TV가 매주 화요일 밤(자정 이후) 내보내는 ‘독립영화관’이 유일한 영화프로이다. KBS 2TV도 ‘특선영화’란 이름으로 금요일 밤 자정 넘어 ‘플랜맨’(12월 4일), ‘반창꼬’(12월 11일)를 내보낸 바 있다.

지상파 방송 3사 아닌 곳으로 시야를 넓히면 오히려 여러 개 영화프로를 만날 수 있다. EBS 1TV는 매주 금요일 밤 ‘고전영화극장’, 토요일 밤 ‘세계의 명화’, 일요일 낮 ‘일요시네마’와 밤 ‘한국영화특선’을 방송하고 있다. OBS(경인방송)도 매주 토요일 낮과 밤에 ‘OBS시네마’를 방송하고 있다. 일요일 낮과 밤엔 토요일치 영화들을 재방송까지 하고 있다.

그것들이 영화프로 제목처럼 ‘명화’인지 의문은 있지만, EBS 1TV의 영화프로들을 가끔 챙겨보곤 한다. 2015년 올해만 ‘김종욱 찾기’(1월 4일)⋅‘달빛 길어올리기’(3월 8일)⋅‘별들의 고향’(9월 20일) 등 여러 편을 챙겨 보았다. 물론 한국영화만 챙겨 보는 건 아니다. 가령 ‘황야의 7인’(7월 3일)⋅‘석양의 건맨’(8월 22일)⋅‘메멘토’(12월 11일)⋅‘애수’(12월 18일)가 그것이다. 더 멀리는 ‘태양은 가득히’(2013.6.22.방송) 같은 외화도 보았다.

개봉 당시 미처 보지 못했거나 봤어도 재관람하는 등 TV 영화를 보는 시청자들의 취향은 각양각색일 것이다. 특히 ‘별들의 고향’의 경우 KBS에서 방송한 적도 있지만, 고화질로 거듭난 필름을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왕년의 인기스타들의 한창때 모습을 보는 감회 역시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EBS 1TV가 방송하는 4개의 영화프로들은 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TV라는 한계가 아쉽긴 하다. 예컨대 청불영화의 경우 뿌옇게 처리되거나 좀 짤릴 수 있다는 한계로부터 썩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한계는 또 있다. 흡연 장면 가리기가 그것이다.

한겨레 신문에 영화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조원희 감독은 “흡연하는 것을 보여주지 않겠다는 검열인데, 중요한 건 담배를 가린다고 해서 흡연한다는 행위 자체가 가려지지 않는다는 점이”(한겨레, 2015.11.11)라고 말한다. 이어 조 감독은 “영화에 대한 집중을 흐트러뜨리는 것인 동시에 영화속에 담배가 등장한다는 것을 도리어 강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한 마디로 하나마나한 짓이라는” 결론을 낸다.

하긴 ‘황야의 7인’이나 ‘석양의 건맨’은 주인공이 시종 담배를 물고 있다시피한 영화이다. 거의 전 화면이 부옇게 칠해진 걸 보는 고통을 옛날 영화를 보며 왜 당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모방의 위험 어쩌고 하는 모양인데, 그것 다 말 안 되는 소리다. 그리 셈하면 영화에 유해한 어떤 내용도 나와선 안되지 않나?

그럴망정 EBS 영화프로들은 의미가 크다. 동네 DVD 대여점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보고 싶었던 영화 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서다. 오히려 걱정은 빈약한 스폰서다. 가령 ‘세계의 명화-사랑과 영혼’(12월 19일)의 경우 스폰서가 고작 2개뿐이었다. 스폰서가 적어 폐지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EBS 영화프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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