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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흥 깬 아이템의 연말특집 가요프로

지상파 방송 3사는 연말에 각종 시상식 등 특집프로들을 방송했다. 그 중 가요프로를 살펴보면 12월 27일 SBS의 ‘2015SAF가요대전’을 시작으로 ‘2015KBS가요대축제’와 ‘2015MBC가요대제전’이 30일과 31일 밤 각각 방송되었다.

KBS는 1개의 채널이 더 있는 호사를 누렸다. 28일 밤 ‘2015KBS트로트대축제’를 방송하기도 한 것. 시상식 위주로 진행되는 등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MBC 역시 20일과 27일 낮에 ‘2015MBC가요베스트대제전’을 통해 트로트 축제를 펼쳤다.

그러고 보면 SBS만 트로트에 무심한 기획⋅편성임을 알 수 있다. KBS와 MBC의 트로트 프로들도 각각 2시간이 채 안된 것이어서 장장 4시간 가까이 펼쳐진 방송 3사 가요프로들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그 프로들을 꼬박 보는 일은, 따라서 고역일 수밖에 없다. 그것들을 다 본 시청자들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지만, 필자는 기꺼이 고역을 감내했다.

우선 방송시간대가 연기대상처럼 겹치지 않은 점은 다행으로 보인다. MBC와 KBS 트로트 프로의 홍진영말고는 사회자도 겹치지 않았다. SBS 신동엽⋅아이유, KBS 이휘재⋅옥택연⋅하니(트로트대축제는 김병찬⋅홍진영), MBC 김성주⋅윤아가 그들이다.

다들 비슷하지만, “클라스가 달라요” 연발외에도 “대단하네요, 정말 잘하네요, 대박이예요” 따위 자화자찬의 진수를 보여준 이휘재가 가장 민망해 보였다. 윤아나 홍진영의 경우 자신의 노래 관련 멘트를 너무 날려 이맛살을 찌뿌리게 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축제 성격의 연말특집 가요프로일텐데, 그걸 무색케하는 공통점도 있다. 복고가 그것이다. 2015 가요계 대세가 복고취향이었을 망정 요절 가수들을 위한 헌정무대로 2부의 문을 연 SBS가 특히 그랬다. 또 싸이의 수년 전 히트곡 ‘강남스타일’로 대미를 장식한 것도 그 흥겹고 신나는 음악과 별도로 좀 뜬금 없어 보이는 구성이었다.

뜬금 없어 보이기 압권은 ‘KBS가요대축제’이다. 어디서 무슨 ‘오더’라도 받았는지 ‘KBS가요대축제’는 가족을 주제로 펼쳐졌다. 가족을 주제로 한 노래 퍼레이드라면 모를까 다양한 가사 내용의 댄스곡 등 흥겹고 신나라고 마련한 연말가요축제에 억지로 가족을 갖다 붙인 꼴이다. 마치 정부 부처 아무데나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접목시켜대는 것과 비슷한 형국이라 할까.

그 점은 ‘KBS트로트대축제’에서도 마찬가지다. 트로트는 우리 민족의 애환을 노래하면서도 그 리듬이 흥겨운 것이 특징이다. 자녀들이 부모에게 인사하는 ‘부모님께 드리는 영상편지’ 같은 꼭지는 그런 트로트 축제와 별 관련이 없어 보인다. 이를테면 억지춘향식 포맷인 셈이다.

‘KBS트로트대축제’는 노래뿐 아니라 콩트나 마술 등 다양한 구성이 그런 대로 괜찮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재방송(2016.1.1 낮 1시 35분)에선 일부 장면이 짤린 채 나왔다. 김성환⋅현숙⋅박상철⋅진성 등이 꾸민 콩트와 현철⋅설운도⋅김용님 등이 악기를 연주한 밴드 출연이 그것이다.

연말특집 가요프로들이 복고와 함께 드러낸 또 하나의 특징은 ‘짬뽕’ 무대이다. 아이돌 가수와 걸그룹 또 다른 걸그룹 가수가 하모니를 이루는 짬뽕 무대는 그 조합을 찾느라 나름 애썼음에도 불구하고 연말특집의 흥을 깬 가요프로의 주범이라 할 수 있다.

과거 ‘트러블 메이커’(김현아+장현승)나 ‘내 귀에 캔디’(백지영+옥택연) 같은 노래처럼 신나고 화끈한 흥이 도무지 느껴지지 않는 짬뽕 무대는 유독 ‘KBS가요대축제’가 심했다. 이 글을 위해 몇 번이나 채널을 돌리고 싶은 충동을 애써 참아야 했다.

주제면에선 ‘가요대백과’의 MBC가 나아 보였다. 1980, 90년대 노래들을 아이돌이나 걸그룹이 불러도 그렇게 거부감이 생기지 않아서다. 태진아⋅홍진영이 트로트 남녀 대표로 출연한 것도 깜짝쇼처럼 보여 반갑다. 다만 신화의 노래는 그들을 출연시켜 직접 부르게 하는 것이 더 좋을 뻔했다.

한 가지 의문은 출연 가수가 방송사의 자의적 잣대로 정해진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가령 싸이와 티아라는 SBS에서만 볼 수 있었다. 틴탑은 ‘MBC 가요대제전’에서만 볼 수 있었다. 신인도 SBS에선 트와이스를 내세운 반면 KBS나 MBC에선 보이지 않았다.

한 해를 보내면서 큰 맘 먹고 연말특집 가요프로들을 지켜봤을 시청자들이 가장 뿌듯해한 건 아마도 ‘많은 스타 한번에 보기’일 것이다. 특히 ‘MBC가요대제전’이 그랬다. 가령 태진아⋅홍진영이 노래할 때 아이돌의 재롱떨기나 노래 따라하기 등 일사불란한 축제 함께 하기가 그렇다.

반면 KBS는 그러지 않았다. 김창완 밴드가 마지막으로 나와 공연할 때 무대 중앙에 모인 가수들은 따로 놀았다. 김창완이 객석쪽에서 공연한 탓으로 돌리기엔 너무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생방송이란 한계가 면죄부는 될 수 없다. ‘객주’결방 등 안내 자막도 없는, ‘눈에 뵈는 것 없는’ 생방송 ‘KBS가요대축제’였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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