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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혼용무도(昏庸無道)

지난 해 말 교수신문이 발표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혼용무도(昏庸無道)이다. 어리석고 무능한 임금을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의 ‘혼용’에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는다”는 ‘논어’의 천하무도(天下無道)의 ‘무도’가 결합된 말이다. 해석하면 ‘어리석은 군주 탓에 나라가 어지럽다’는 뜻이 된다.

올해의 사자성어 ‘혼용무도’는 교수신문이 12월 8일부터 14일까지 전국 교수 88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정해졌다. 5개의 사자성어 후보들중에 59.2%인 524명이 혼용무도를 선택한 것. 2위로 선택된 ‘사시이비(似是而非: 겉은 옳은 것 같으나 속은 다르다)’가 14.3%의 127명이니 압도적 차이로 뽑힌 올해의 사자성어 ‘혼용무도’임을 알 수 있다.

글쎄, 어떤 쪽에서 보면 좀 뜨끔해지거나 알아서 기는 행태가 도질지 모르겠지만, 한편으론 교수신문 관계자들이 수사를 받지 않을까 저어되기도 한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는 혐의(명예훼손)로 8개월여 옥살이를 한 사람이 있어서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비판이 포함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 건 역주행 평가를 받았던 이명박정부때보다 더 심해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 또한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진짜 이건 아니지 싶다. 오죽했으면 혼용무도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등극(?)했을까.

더 걱정스러운 것은 소위 친박 국회의원들의 행태이다. 총선을 앞둔 선거사무실 개소식 등에서 대통령과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척하는 인사들, 심지어 ‘진박’ 따위 용어가 횡행하며 충성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경이다. 일례로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을에 도전장을 낸 이재만 전 대구동구청장의 선거사무실 개소식 경우가 그렇다.

오죽했으면 김영우 수석대변인 등 같은 당 의원 16명이 “총선을 위한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현역의원들, 특히 당직을 가진 의원들이 참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성명까지 발표했을까. 이외에도 이른바 ‘친박계의 유승민 죽이기’는 대구⋅경북지역에서 대대적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소식이다.

거기서 확 떨굴 수 없는 의구심이 생겨난다. 친박 의원들과 총선 후보자들의 대통령 기대기가 그것이다. 박대통령 임기는 기껏해야 2년쯤 남았다. 그야말로 이제 지는 해라 할 수 있다. 어찌 지는 해를 기반으로 각자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되려 하는 것인지, 그 한심한 작태에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하긴 한심한 작태는 그뿐이 아니다. 지금까지도 선거구 획정이 안된 건 말할 나위 없거니와 야당의 모습 또한 혼용무도에 버금가는 일이다. 마침내 안철수 의원이 탈당했다. 당명마저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꿔버린 새정치민주연합은 갈등과 분열이 극에 달해 그 과정을 뉴스에서 지켜보는 지지자 등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새가 알을 까기 위한 고통쯤으로 봐주기엔 너무 지리멸렬하고 피로감이 누적되어 있다. 대통령이나 여야 정치권이 툭하면 국민을 외치지만, 도대체 뭘하자는 수작인지 얼른 알기 힘들다. 이 혼용무도의 시대에 국민은 그저 맡은 생업에만 열심히 종사하면 되는 것인가?

그래도 시간은 흘러 병신년 새해가 밝았다. 심판의 날도 가까워오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를 단죄해야 하지만, 막상 자신이 안선다. 소위 표심이 그걸 냉정하게 걸러내지 못한 경우를 제법 봐와서 그렇다. 이래저래 올해의 사자성어 혼용무도가 가슴 깊이 와닿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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