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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보기 힘들었던 설 특집드라마 '영주'와 '퐁당퐁당 러브'

지난 추석에 이어 2016 설 명절에도 특집 드라마는 귀했다. 그 이유는 새삼 시시콜콜 말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지난 추석에 무심했던 MBC가 특집드라마를 내보낸 점이라 할까. KBS는 지난 해 방송했던 ‘드라마 스페셜’ 3편을 앙코르(다른 말로 하면 재탕이다.) 방송했을 뿐이다.

SBS는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 명절에도 특집드라마를 방송했다. 언뜻 보면 영리적 측면을 더 따져야 할 상업방송 SBS가 KBS와 MBC 두 공영방송 보란 듯이 ‘돈 안 되는’ 단막 드라마를 명절 특집으로 연속 편성하고 있다. 환영하지만, 일견 기이한 일이다.

그런데 편성시간이 좀 고약했다. SBS ‘영주’는 설 전날인 2월 7일 9시 30분, 재방송이 9일 0시 35분이었다. 비교적 이른 아침과 자정 이후 심야 시간대다. SBS ‘영주’의 경우 공교롭게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속보로 인해 시작 10분 만에 중단되는 불상사를 겪었다. 09시 40분 시작한 속보가 종료된 것은 12시 50분이다.

과연 2시간 10분이나 기다렸다가 ‘영주’를 착실히 본 시청자들이 얼마나 있을까? MBC ‘퐁당퐁당 러브’는 맙소사, 설날 낮 12시 5분에 방송을 시작했다. 성묘라든가 세배 다니기를 비롯, 점심식사 시간대여서 도대체 보라는 것인지 말라는 건지 좀 아리송한 편성이라 할만하다.

2월 5일부터 3일 연속 기존 드라마를 재탕한 KBS의 시간대도 만만치 않다. 모두 자정을 넘긴, 그러니까 익일 새벽 프로가 된 셈이다.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올림픽 축구 중계처럼 무스 시차로 그리 된 것도 아니다. 애써 제작하거나 방송한 드라마들을 그런 시간대에 편성하여 스스로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려 한 것인지 의구심이 가시질 않는다.

내친김에 한 마디 보태면 북한 장거리 미사일(SBS는 ‘장거리 로켓’으로 표현) 자체인지 국민들은 별 동요가 없는데도 호들갑을 떨어댄 언론이 문제인지 명확히 알 수는 없다. 분명한 건 국가원수 유고라든가 전쟁이 터진 것도 아닌데, 2시간 넘게 속보를 방송할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의문이다.
신속하게 발사 소식을 전해야 하는 건 맞지만, 별로 새로운 내용도 없으면서 길게 방송하다 보니 추측성 보도와 10분 전에 한 얘기 또 하는 식의 중복된 내용이 난무하는 속보가 이어졌다. 설특집 드라마 보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누가 그걸 즐기려 할지 의문이다.

미사일 발사 충격 때문이었을까. 지루한 속보가 끝나고 재개한 ‘영주’는 아예 처음부터(그러니까 10분쯤 분량을 재방송한 것) 다시 방송했다. 결론부터 짧게 말한다면 ‘영주’는 참 짠하고 콧등 시큰한 감동의 수작 드라마다. 개인적으로 지난 추석에 이어 또 죽어가는 암환자가 주인공이냐는 불만을 떨칠 수 없지만, ‘영주’는 이름값(2015 경북문화콘텐츠진흥원공모 시나리오부문 대상수상)을 한 드라마이다.

‘영주로 162번 길’ 같은 표지판, 영주 역전 등 경북 영주시에서 촬영한 ‘영주’는 주인공 이름이기도 하다. ‘경주’라든가 ‘삼례’ 등 지역 이름의 영화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 맞물린 드라마라 할만하다.

결국 만식(최민수)만 불쌍한 인생이 되고 말았는데, ‘영주’는 가족의 소중함과 인간의 도리 등 깨우치게 하는 것들이 빼어난 드라마이다. 특히 주워온 자식인데도 혜숙(한은정)에 대한 우애, 자신은 결혼도 하지 않은 채 그 딸 영주(김희정)를 키워낸 만식의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강남길)에 대한 도리가 제법 뭉클하다.

아마 필자가 전라도 출신 때문일 듯하지만, “니 내 아빠 맞나?” 따위 경상도 사투리는 좀 낯설다. 아무리 망난이 캐릭터라 하더라도 술 취해 누운 아버지를 발로 차는 ‘싸가지 없는’ 모습도 그렇다. ‘혜숙’과 ‘해숙’으로 다른 표기가 나와 어느 것이 맞는 극중 이름인지, 그런 점도 아쉽게 느껴진다.
MBC ‘퐁당퐁당 러브’는 ‘영주’와 분위기가 확 다른 설특집극이다. 굳이 이름 붙이면 ‘판타지 코믹드라마’이다. 고3 단비(김슬기)가 하필 수능날 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채 조선시대 세종 시절로 가 겪는 좌충우돌 에피소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뭐, 작정하고 웃자는 드라마이지만, 혹 기위 알려진 성덕(聖德)의 세종대왕에 대한 모독은 아니었을까 저어된다.

‘퐁당퐁당 러브’는 ‘꽃잠’(결혼 첫날밤의 옛말)이라든가 ‘궐내 임시계약직’ 등 톡톡 튀는 언어와 고3을 ‘고삼’(남성 생식기를 잘라냄)으로 해석, 동음이의어 묘미를 최대한 코믹하게 그려내 재미를 준다. 문구용 도루코 칼로 적들과 싸우고,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타기 하는 등 꽤 참신한 전개가 흥미롭기도 하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다. 가령 “중전마마 드셨사옵니다” 해야 할 상선 또는 휘하 내시 멘트가 “중전마마 납시오”하는 식이다. 이도(윤두준)의 “경들과 나는”도 “경들과 과인은”으로 해야 맞다. ‘깨끗이’의 발음을 ‘깨끄시’가 아니라 ‘깨끄치’로 한 것도 오류다. 이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갑자기 드라마의 질(質)을 떨어뜨려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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