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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세 가지 신기함, '전국노래자랑'

KBS 1TV가 매주 일요일 낮 12시 10분부터 방송하는 ‘전국노래자랑’은 여러 가지 신기한 것이 많은 프로그램이다. 먼저 최장수 프로이다. 3월 6일 경남 남해군 편이 자그만치 1790회이니 무려 35년째 방송이다. 지금은 폐지되어 버렸지만, 한때 MBC가 ‘전원일기’라면 KBS는 ‘전국노래자랑’이 최장수 프로그램이었다.

지금으로부터 29년 전. 필자는 전남 구례여자고등학교 교사였다. KBS 1TV의 ‘전국노래자랑’이 열린다며 학교에 학생동원을 요청해왔다. 공식적으로 가지 못하게된 2학년들은 암암리에 녹화 현장을 찾았고, 5반 담임인 나는 그걸 짐작하면서도 시시콜콜 묻지 않고 보내주었다.

하긴 ‘전국노래자랑’처럼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흔치 않다. 10대도 못된 유치원생부터 80대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그 출연진의 다양한 면면이나 계층만을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특히 연예계 지망생이 날로 늘어가는 사회현상을 떠올려보면 TV출연 자체만으로도 가히 가문의 영광쯤으로 생각하며 ‘전국노래자랑’에 열광할 법하다.

자연 출연자들은 못할 것이 없게 ‘미쳐버리곤’ 한다. 느긋한 휴일의 한때, 노래와 함께 ‘생쇼’를 보는 일은 분명 즐거움이다. 출연진의 아마추어 연기가 간혹 닭살을 돋게 하지만, 그리 어색하지 않은 웃음을 안겨주고 있어서다. 각 자치단체들로서도 절로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으므로 마다할 까닭이 없을 것이고.

그 중심에 노련한 ‘일요일의 남자’ 사회자 송해가 있다. 두 번째 신기한 일이다. ‘전국노래자랑’ 35년 역사 중 30년째 사회를 맡고 있는 송해는 지금 90세(1927년생)의 노익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아마도 최장수, 최고령의 사회자가 아닐까 한다.

송해는 중앙일보(2015.9.25)와의 인터뷰에서 “청중이 즐거운 비명을 터트리는 ‘전국노래자랑’ 녹화가 끝나고 나면 즐겁고 행복하고 홀가분하다”고 말한다. 오래 전엔 “전국노래자랑의 주인은 전 국민이고, 전국노래자랑이라는 상품을 잘 팔리게 하는 것도 바로 전 국민”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전국노래자랑’을 국민방송으로 불러달라는 주문도 했다.

이런저런 즉흥적 재주 등 송해의 노익장을 보는 일은 분명 고무적이고 재미있는 일이지만, 멘트엔 문제가 있다. 언젠가도 지적한 바 있지만 심사위원 소개시 ○○○님이라는 멘트는 “전국노래자랑의 주인은 전 국민”이 말짱 수사일 뿐임을 반증한다.

또 있다. “수고하신 ○○○씨께 수고의 박수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따위 멘트도 어법에 맞지 않아 좀 거북하다. 전 국민이 ‘전국노래자랑’의 주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수고한 ○○○씨에게 수고의 박수 보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해야 맞다. 최근엔 “박상철군이 나오겠습니다”(3월 6일 방송)라고 제대로 소개하고 있긴 하다.

세 번째 신기한 일은 그야말로 환호작약하는 수상자들이다. 천신만고 끝에 ‘전국노래자랑’ 출연자가 된 아마추어들이니 이해가 될법하지만, 다른 시상에선 별로 볼 수 없는 광경이어서다. 출연자들의 건방 떨기도 마찬가지다. 가령 자기가 무슨 가수라도 된 양 “노래 불러드리겠습니다.”라며 온갖 째를 내고 있는 것.

즐거운 한때를 보내려는 오락프로에 너무 근엄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고 눈 흘기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 30년째 국민의 올바른 국어생활을 망치거나 해쳤다면 그 ‘죄’가 결코 가볍지 않아서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TV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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