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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교육이란 부끄러움을 깨닫게 하는 일

서시(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 님의 「서시」

"죽음보다 더 두려운 건 부끄러움이었다" 는 80년 광주의 최후를 지키다 총상을 입은 여대생 김 아무개(57)씨의 '오월 일기'가 한겨레신문에 처음으로 공개된 오늘 아침 신문을 보고 가슴이 저렸다. 새벽 아침 신문을 펼쳐든 순간 둔탁한 물건으로 얻어맞은 듯한 강렬한 느낌이 뇌리를 스쳤다.

그렇다! 지금 우리는 부끄러움을 잊고 살고 있지는 않은가? 물질의 노예가 되었고, 스펙을 중시하는 사회가 되었고, 외모지상주의에 빠졌다. 발보다 얼굴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넘쳐난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부모를 해치는 일도 서슴지 않고 욕구 충족을 위해서라면 지위 고하를 가리지 않고 성추행과 성폭행도 부끄럼 없이 저지르는 사람들이 연일 뉴스에 오른다.

법과 양심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하는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뇌물과 불법을 저지르고 거액을 받고 변호하는 일이 보통인 세상이 되었다. 총체적 부정부패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뇌물사회를 차단하고자 만든 김영란법은 아직도 헤매고 있다.

양심이 통하는 사회를 바라는 것은,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꿈꾸는 일은 당연한 진리다. 개인이건 국가건, 조직의 수장이건 평범한 서민이간 간에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인간관계의 기본이자 예의의 시작이다. 그것은 참된 인생으로 가는 길이며 당당한 삶을 사는 지름길이다.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일상의 공중도덕이 무너지고 일터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의 억울함을 들어줄 곳이 없는 사회는 두려운 사회다.

아무리 더워도 다른 사람 앞에서 맨발을 보여서는 안 되니 날마다 여름 양말을 신고 다니도록 지도하는 것, 도서관에서는 목소리나 발소리를 줄여야 한다고 지도하는 것, 큰 소리로 말하지 않는 것, 식사예절을 지키도록 지도하는 일을 비롯해 1학년 아이들에게 습관처럼 말과 행동으로 잔소리하기를 반복한다.

공부는 나중에라도 잘 할 수 있지만 생활 습관이 잘못된 사람은 남에게 피해를 주고 부끄러움도 몰라서 참된 인생을 살기 어렵다고 날마다 강조한다. 바른 길을 걷는 사람이 더 힘들게 살지 않는 세상이 되도록 할 사명이 교육에 있으므로!

진정한 교육은 부끄러움을 알게 하는 일, 그걸 깨닫고 실천하게 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자신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게 하는 일이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사람이 다른 동물과 변별되는 아름다운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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