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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지독한 일상성 드라마 '그래, 그런거야'

올림픽 폐막식 하루 전인 8월 21일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월 13일 시작했으니 6개월 넘는 대장정이었지만, ‘그래, 그런거야’ 역시 여느 드라마들처럼 올림픽으로 인한 결방을 겪었다. 8월 6일과 13일 두 차례 결방한 후 54회로 종영한 것.

그러나 ‘그래, 그런거야’는 원래 60부작 드라마였다. ‘드라마의 여왕’ 김수현 극본이라 60부작 ‘그래, 그런거야’에 거는 기대가 컸음은 물론이다. 시청률은, 그러나 기대만큼 따라주지 않았다. 10%를 밑도는 시청률(마지막회는 10.1%)이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김수현 극본 드라마들이 3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54부작의 조기 종영 소식이 전해진 것은 38회 방송이 나간 후다. 방송사는 “막바지에 돌입한 드라마가 중계방송과 겹쳐 몇 차례 결방되면 힘이 빠지기 때문에 그전에 힘 있게 마무리하기로 한 것”(조선일보, 2016.6.23.)이라 밝혔지만, 저조한 시청률로부터 썩 자유로워 보이진 않는다.

김수현 작가로선 내심 치욕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이유의 회차 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7월 23일(토) 47, 48회 연속 방송하더니 7월 24일엔 뜬금없는 특선영화 ‘더 폰’ 편성으로 결방되는 등 들쭉날쭉했을 뿐 아니라 올림픽 방송 ‘와중’으로까지 넘어가서다.

저조한 시청률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있지만, 아무래도 그 주범은 세태이지 싶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손자⋅손녀가 어우러져 사는 대가족적 분위기나 모습을 거부하는 세태라는 얘기이다. 나홀로족이 느는 세상인데, 3대의 가부장적 드라마가 가당키나 하느냐는 것이다.

하긴 지금까지의 김수현 위상에 비해 낮은 시청률로 평가받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평균 시청률 8%대가 특별히 뜬 ‘태양의 후예’나 ‘아이가 다섯’ 같은 드라마말고 보통 수준은 되어서다. 그 시청자들에게 가장 공감되는 건 아마도 지독한 일상성이 아닐까 싶다.

3대가 한 집에 모여 사는 것이 비현실적일진 몰라도 이것만 눈감아준다면 ‘그래, 그런거야’는 소름끼치는 일상성이 미덕인 드라마다. 음모⋅배신⋅복수따위 막장 전개가 불식된 청정드라마라 할까. 한 마디로 캐릭터의 승리라 할 수 있다. 배우들의 열연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몰아보기를 통해 미처 보지 못한 앞 부분도 보게 되었지만, 중간부터 시청하지 않는 관례를 깨고 ‘그래, 그런거야’에 빠져든 이유이다. 가령 사돈간인 세준(정해인)과 나영(남규리)의 러브라인은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금방 선을 넘을 것 같다가도 스스로 자제하는 등 사랑의 고통까지 리얼하게 보여줘 재미를 준다.

특히 사랑에 빠진 캐릭터와 일체가 된 남규리의 연기는 일품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예뻐 죽겠다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톡 튀는 캐릭터는 나영의 엄마로 분한 임예진(이태희 역)이 압권이다. ‘푼수’ 유리(왕지혜)도 그와 함께 웃음을 주지만, 66세에 새 장가를 든 민호(노주현), 환갑⋅진갑 다 지나 명란(정재순)으로부터 이혼당하는 경호(송승환) 등이 기억에 남는다.

다만 세희(윤소이)의 교통사고라든가 마지막회 종철(이순재) 죽음과 그로부터 1년 지난 숙자(강부자)의 치매 등 결말은 좀 억지스럽거나 뜬금없어 보인다. 장사로 힘겹게 살아온, 그래서 인텔리 할머니는 아닌 숙자가 틈만 나면 책 읽는 모습도 좀 아니지 싶다.

뭔가 좀 덜 일상적인 건 너무 있이 살거나 잘 나가는 집안이고 인물들이란 점이다. 이 불경기에도 민호의 동네 매장이나 경호의 음식점은 노상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식이다. 취준생 세준만이 알바 등 고난을 겪는데, 그마저 아버지 재호(홍요섭)가 의사라는 점에서 ‘배부른 하품’으로 보일 수 있다.

특이한 것도 있다. 가령 35회(6월 11일 방송)에서 유리가 ‘저희나라’라고 하니 시어머니 혜경(김해숙)이 ‘우리나라’가 맞다고 하는 걸 들 수 있다. 단, 5월 1일 방송에선 경호의 대사중에 “나 삐졌어요”가 나온다. 그것이 ‘삐쳤어요’와 함께 표준어로 인정된 것은 2014년 12월 15일 국립국어원 발표이후부터인데, 그걸 알고 그런 것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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