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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학교폭력에 대한 몇 가지 단상

어제는 우리 학교 학생 두 명이 싸움을 하다 학생부 선생님한테 적발되어 교무실로 불려왔다. 싸움의 발단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서로의 이름을 가지고 장난을 치다 한 녀석이 상대방 어머니의 이름을 이상하게 부르자 이에 화가 난 당사자 학생이 친구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며 큰 싸움으로 번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학교폭력은 교사들이 대응하기가 참으로 난감하다. 주로 교사들이 자리를 비우는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변 아이들도 학교폭력에 대해 방관자적 자세를 취하거나 쉬쉬하는 경향이 있는 것 또한 문제이다. 이번 사건 같은 경우도 학생부 선생님께서 교내 순찰을 돌지 않았더라면 발견하지 못했을 사건이다.

리포터의 생각에는 사실 이 같은 물리적 폭력보다 더 무서운 것이 집단 따돌림 같은 정신적 폭력이다. 집단 따돌림 같은 경우 외적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는 데다 피해 학생이 문제를 제기할 경우 고자질쟁이라는 손가락질과 함께 더 가혹한 보복이 올 수 있다는 공포감이 있어 대부분 숨기기 때문이다. 집단 따돌림을 지켜보는 나머지 학생들도 공연히 자신들에게 불똥이 퀼 것을 염려하여 방관자로 남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교육부가 올해 실시하는 체계적인 학교폭력 실태조사와 대응책 마련은 환영할 만하다. 이번 대응책은 상당히 진전된 대책이다. 그것은 학교폭력에 대한 관점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학교폭력을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 반면, 현 대응책은 사소한 것도 학교폭력이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교사들의 책무와 책임감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가해 학생의 책임도 그만큼 심각해지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학교폭력 처리 과정을 가해자 중심에서 피해자 중심으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통상 학교폭력이 일어나는 경우 교사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동등한 입장으로 보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주 임무였다. 피해자가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 경우 피해자 측 부모가 많은 합의금을 요구하면 마치 학교폭력을 이용해 돈을 벌려고 한다는 식으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 대책은 피해자를 철저히 보호하는 동시에 안정된 상황에서 치료와 보상을 받는 쪽으로 제도를 개선했다. 이것은 학생들 스스로 학교폭력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가겠다는 의도이다.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결국 학생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학생들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한 것이다. 폭력을 어떻게 인식하고 폭력 발생 시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이냐에 대한 자발적 극복 노력에 대한 논의가 포함되어 있는 점도 좋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도 학교 현장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실천할 때 그 진가가 발휘되는 법이다. 또한 이 같은 정부의 정책이 구현되기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예산과 인적자원이 배치되어야 하고 국회 통과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은 근절하려는 지역사회와 사회 전체의 합의도 필요하다. 학교폭력의 문제는 단순히 피해자들 개인의 문제라는 인식이 사회에 만연해 있는 듯하다. 따라서 학교는 물론이요 각 가정과 공동단체, 기업체 등에서 각종 폭력에 대한 예방 교육과 인간 존중 사상을 더욱 강화시켜나가야 한다. 폭력은 특정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학교폭력의 해결은 곧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추구인 동시에 인간 존중 사상의 구현인 것이다.

끝으로 우리 조상들은 ‘신독(愼獨)’이란 두 글자를 항상 벽에 걸어놓고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몸가짐을 바로 하고 언행을 삼갔다. 이러한 조상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폭력이 사라진 인간다운 사회를 구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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