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 맑음동두천 8.5℃
  • 맑음강릉 13.0℃
  • 맑음서울 10.9℃
  • 맑음대전 8.2℃
  • 맑음대구 7.1℃
  • 맑음울산 6.7℃
  • 맑음광주 10.3℃
  • 맑음부산 10.3℃
  • 맑음고창 6.4℃
  • 맑음제주 12.5℃
  • 맑음강화 7.3℃
  • 맑음보은 6.4℃
  • 맑음금산 5.3℃
  • 맑음강진군 9.2℃
  • 맑음경주시 5.0℃
  • 맑음거제 8.9℃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문화·탐방

애틋하게가 없는 최고 화제작 '함부로 애틋하게'

KBS 2TV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가 9월 8일 막을 내렸다. 7월 6일 방송을 시작한 20부작이니 올림픽 와중에도 결방되지 않은 종영이다. 올림픽 중계방송으로 드라마들이 줄줄이 사탕 격으로 결방된 걸 떠올려보면 ‘함부로 애틋하게’의 정상 방송은 이례적이라 할만하다.

아마 ‘태양의 후예’처럼 사전제작에 중국과 동시방송하는 드라마여서인지도 모를 일이다. ‘태양의 후예’가 대박을 일구어 한류를 부활했다는 평가 직후 방송되어서인지 사실 ‘함부로 애틋하게’는 시작되기 전 하반기 최고 화제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새로 시작하는 여느 드라마와 다르게 이런저런 신문리뷰가 있었던 것.

그러나 결과는 참패였다. 첫회 12.5%(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이 나왔을 때만 해도 대박까지 넘보는 형국이었지만, 웬걸 갈수록 하강곡선이 그려졌다. 7회부터는 종영까지 한 번도 10%대로 올라서지 못한 시청률이었다. 100억 원쯤 투입된 ‘대작’답지 못한 초라한 결과라고나 할까.

덕분에 톱스타 반열에 오른 김우빈(신준영 역)과 배수지(노을 역)는 체면을 구기게 되었다. 그들이 TV로 돌아온 건 2013년 SBS ‘상속자들’(김우빈)과 MBC ‘구가의 서’(배수지) 이후 3년 만이다. 그들의 처음 조합이란 점에서도 ‘함부로 애틋하게’는 한껏 기대를 모았던 게 사실이다.

‘원티드’처럼 ‘함부로 애틋하게’보다 낮은 시청률의 드라마에도 호평이 있던 것에 비하면 좀 이상할 정도의 혹평이랄 수 있다. 그만큼 기대가 컸다. 이를테면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셈이다. 아무래도 ‘태양의 후예’ 흥행 여파이지 싶다. 사전제작의 중국 동시방송 드라마이니 무조건 봐야 한다는, 뭐 그딴 것 말이다.

그렇다면 왜 ‘함부로 애틋하게’는 외면받은 것일까. 내가 보기에는 무엇보다도 ‘애틋하게’가 없어서다. 멜로드라마를 표방해놓고 애틋하게 와닿는 절절함이 없다. 아프고, 안타까우면서도 발랄함이 없다. 나쁜 과거에 의해 마냥 엇갈리기만 하는 그들의 사랑이 짜증날 정도이다.

나쁜 과거는 부모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뺑소니범을 조작한 부장검사 출신의 국회의원 최현준(유오성), 그의 사생아 신준영,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들 최지태(임주환), 남편 최현준보다 더 악행의 화신인 지태 어머니 이은수(정선경) 등이 교통사고 피해자 유족인 노을과 얽혀 있는 자체가 멜로를 애시당초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오죽하면 “어떤 면에선 KBS가 국내 시청자를 기만한 것이다. ‘함틋’의 대본을 보고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한국일보, 2016.8.17.)는 지적이 있을 정도이다. 요컨대 멜로의 한 축인 ‘애틋하게’를 구현해내기엔 너무 막장드라마적 기본 얼개인 것이다. ‘사랑하는데 뭐가 그리 복잡하냐’는 반발일 수도 있다.

억지 전개도 불만스럽다. 가령 신준영이 노을 안고 응급실 갔을 때(10회,8월 4일 방송) 응급조치부터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신준영의 ‘뇌간교종’ 증세가 나타나면 의사 왕진과 함께 입원하든가 해야 맞을 것 같은데, 그 와중에서도 노을 구하기에 나서는 것이 억지스럽다.

다소 황당한 캐릭터도 불만스럽긴 마찬가지다. 가령 신준영 엄마 신영옥(진경)이다. 자신이 원하는 검사 안됐다고 자그마치 5년을 아들로 인정하지 않는 그런 엄마가 현실에서 가능할까. 그만큼 최현준을 못잊어 하는 캐릭터가 작가의 의도일 수 있겠지만, 그런 방점은 주객전도의 전개라해도 무방하다.

2회(7월 7일 방송)에서 신영옥이 신준영 학교에서의 교직원 식사대접 역시 비현실적이다. 교장이 “어떻게 된 일이냐” 묻는 등 몰랐던 것으로 나와서다. 교장이 모르는 학부모의 전교직원 식사대접(더구나 학교의 구내식당이라면 더 말할 나위 없다.)은 있을 수 없는 게 무릇 학교의 현실이다.

신준영이 ‘깨끗이’를 ‘깨끄치’로 군데군데서 발음상 오류를 저지르는 것이나 최하루(류원)의 노직(이서원)에 대한 푹 빠지기 따위도 억지스러워 보인다. 노직이 고3인데다가 노을만으로도 충분히 복잡한 갈등을 극대화할 필요가 없어 보여서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