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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막장 복수극의 황당 전개 '몬스터'

시대극이거나 대하사극도 아닌 50부작 드라마가 줄을 잇고 있다. MBC의 경우 9월 20일 종영한 월화특별기획 ‘몬스터’가 50부작이다. 그 전작 ‘화려한 유혹’도 50부작이었다. 매주 토⋅일요일 밤에 방송되고 있는 MBC창사55주년특별기획 ‘옥중화’의 50부작 의미와 특별함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지난 3월 28일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 SBS ‘대박’ 들과 동시에 시작한 월화특별기획 ‘몬스터’는 9월 13일 종영 예정이었다. 일주일 늦게, 그것도 9월 20일(화) 49, 50회 연속 방송으로 종영한 것은 8월 8, 15, 16일치가 올림픽 방송에 치여 결방된 때문이다.

같은 날 동시에 시작한 드라마중 내가 선택한 것은 ‘대박’이었다. 이른바 퓨전사극을 즐겨 보지 않으면서도 도박이란 소재가 새로워 선택한 시청이었지만, 그러나 8회 이후 ‘몬스터’로 채널을 돌리고 말았다. ‘막장 사극’에 본전 생각이 한가득 차올라서다.

‘몬스터’는, 이를테면 중간부터 시청한 50부작 드라마인 셈이다. 33년 넘게 방송평론을 해오면서 거의 없는 일이다. 그만큼 ‘정통복수극’을 표방한 ‘몬스터’에 뒤늦게나마 확 ‘꽂힌’ 셈이라고나 할까. 물론 정규방송때 보지 못했던 1~8회를 빠짐없이 챙겨 보았음은 말할 나위 없다.

주인공 이국철이 강기탄(강지환), 차정은이 오수연(성유리)으로 각각 변신하여 20여 년에 걸쳐 펼쳐지는 복수극 ‘몬스터’는 초반 7.3%의 비교적 부진한 시청률로 시작했다. 20회까지 7~8%대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0%대로 올라선 것은 21회(6월 6일)에서다. ‘동네 변호사 조들호’ 종영으로 얻은 반사이익이라 할 수 있다.

‘몬스터’는 38회(8월 2일)에서 11.9%(닐슨코리아 기준)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후 종영때까지 꾸준히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14.1%로 나타났다. 8월 23일 20.2%의 시청률로 막을 내린 SBS ‘닥터스’나 8월 22일 새로 시작한 KBS ‘구르미 그린 달빛’의 선전에도 크게 휘청거리지 않는 50부작으로서의 나름 ‘위용’을 보인 셈이 되었다.

이 말은 그만큼 고정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매주 월⋅화 밤 10시에 6개월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드라마를 보는 일이 쉬운 건 아니다. 특히 ‘몬스터’의 경우 영화적 빠른 전개에 강렬하고 숨가쁘게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내용의 드라마여서 한두 번 빼고 봐선 안될 흡인력이 있다.

이는 다음 회를 기다리게 하는 요소이기도 한데, ‘몬스터’가 막장드라마인건 맞다. 심지어 ‘막장종합세트’니 ‘인내하기 힘든 드라마’라는 ‘삼시세평’(조선일보, 2016.3.31.)이 있을 정도이다. 1, 2회에 대한 지적이지만, 종영까지 그 점은 별로 나아지거나 달라지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전에까지 개입하는 강기탄의 복수에는 배신이 밥먹듯 이어지고 살인⋅불륜⋅검은돈⋅위조⋅폭력⋅수감⋅탈주⋅테러⋅납치 등 온갖 악행이 난무한다. 물론 사랑도 있다. 사랑은, 그러나 고교시절부터 싹트기 시작한 강기탄과 오수연의 그것말고는 극중상황과 썩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특히 온갖 악행의 화신인 변일재(정보석) 못지 않은 도건우(박기웅)의 “너 없으면 나 죽어!”(48회) 따위 오수연 사랑이 그렇다. 마지막회에서 수연 대신 총 맞고 죽는 건우의 사랑이 진짜로 보여도 변함없는 생각이다. 강기탄과 오수연의 사랑에 느닷없이 끼어드는 옥채령(이엘)의 짝사랑도 생뚱맞다. 강기탄을 향한 무뇌아 수준의 도신영(조보아) 사랑도 좀 끔찍해 보인다.

설령 ‘몬스터’를 재미있게 보았다하더라도 가장 아쉬운 건 너무 황당한 전개이다. 가령 26회(6월 21일)를 보자. 1년이 훌쩍 지나 도도그룹에서 짤려 알바를 전전하던 수연은 변호사가 된다. 그리고 35회(7월 25일)에서 변호사로 갓 개업한 오수연이 특별검사가 되기도 하는 식이다.

황당한 전개는 박진감 추락으로 이어진다. 사랑 묘사에도 드러나는 박진감 추락이다. 예컨대 오수연이 도건우에게 마음을 여는 31회(7월 11일)를 보자. 도건우가 잠든 수연을 안아 침대에 눕히기까지 하는데도 깨어나지 못하는 건 황당하다. 아무리 죽은 강기탄을 본 것이라 해도 수연이 비 맞으며 계속 그 자리에 서있다 실신하는 것 역시 좀 아니지 싶다.

변일재 사형집행(교수형)에 필요한 구성으로 맞아떨어지긴 하지만, 황재만(이덕화) 대통령 당선도 좀 그렇다. 도충(박영규)⋅도광우(진태현)⋅황귀자(김보연)⋅황재만⋅황지수(김혜은) 등 사실은 고구마 줄기처럼 얽혀있는 악인들인데, 도건우의 죽음이 사랑으로 인한 ‘순국’처럼 변질되고 변일재만 대가를 혹독하게 치른 결말이 된 셈이다.

이외에도 남녀가 같은 방을 쓰는 대기업 연수라든가 내일 필기시험이 있는데 오늘 원서접수를 하는 등 의아한 대목도 더러 있다. 주요 인물로 설정된 유성애(수현)의 미국 파견갔는데 회사 복귀도 없이 강기탄과 한패로 활동하는 따위 모호한 행적이라든가 중도하차 역시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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