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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과학사랑교사모임


“와! 오! 오! 오! 오!”
여기저기서 회원들의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강정호 교사가 건전지의 (+)극에 구리선을 연결하고 반대 부분은 네오디윰 자석의 옆면을 접촉시켰더니 팽이가 힘차게 돌아가며 빛을 발한다. 이날 발표를 맡은 강 교사는 자기장의 방향, 힘의 방향, 전류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시각적 효과가 뛰어난 UFO 자석팽이 만들기 실험으로 모임의 문을 열었다.
시범을 본 후 교사들도 삼삼오오 모여 자석팽이를 만들면서 의견을 교환하기 시작한다.
“이건 왜 잘 돌아가지 않죠?”
“팽이가 잘 돌지 않으면 자석의 좌우면을 번갈아 접촉해 보세요.”
“자기장의 방향은 N극에서 위로, 전류 방향은 (+)극에서 (-)극으로, 그러니까 힘은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거죠.”
“이걸 만들어 보여주면 아이들이 확실히 이해하겠는 걸요.”
“맞아요. LED 전구에 불이 켜지니까 확인하기 정말 좋은 것 같아요.”
회원들이 실험에 뜨거운 반응을 보이자 강 교사도 뿌듯해 진다. 지난 한 달 간 어떤 실험을 하면 좋을지, 배우기 쉽고 학습효과도 뛰어난 실험은 무엇일지, 퇴근 후 짬짬이 시간을 내 고민하면서 준비한 보람이 있다.


재미있는 과학의 세계에 빠지다
5월 23일 오후 7시, 백마고 과학실에서 고양시과학사랑교사모임(이하 고과사)이 정기모임을 가졌다. 이날은 이희선, 최지영(백마고) 두 명의 교사가 신입 회원으로 참여하면서 평소보다 조금 더 활기차게 시작했다.
이 모임은 고양시에 있는 과학교사들이 모여 함께 실험하고 좋은 과학교수법을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2007년 10월에 처음 시작됐다. 당시 주축이 돼 모임을 이끌었던 임대환, 정문희 교사의 역할도 중요했지만, 이듬해부터 모임의 회장과 부회장을 맡으며 실험 준비며 회원 간 연락을 담당해 온 강정호, 유영화 교사의 애정과 노력이 없었다면 현재의 고과사는 존재할 수 없었다는 게 회원들의 생각이다.
“처음에는 과학선도학교였던 무원고에서 모였는데 적게는 2명, 많게는 4명 정도가 왔어요. ‘아무도 안 오면 어떻게 하나’ 고민했던 날이 얼마나 많았는지 몰라요.(웃음) 시행착오도 많이 했죠. 그러다가 학교에서 실험예산을 지원받으면서 공식적인 교사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고, 그 이후 입소문이 나면서 점점 규모가 커졌어요.”
현재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강정호 교사(백마고)는 모임이 과도기에 있던 2008년을 떠올리면서 짧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중·고등학교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교사들로 구성된 고과사는 주로 수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간단한 실험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모임에 오면 아이템도 많고 정보도 빨리 제공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현재는 회원수가 25명까지 늘었다. 회원들 중에는 영재수업과 봉사활동에 필요한 실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참여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또 중학교 과학 교과서의 경우 물리, 생물, 화학, 지구과학을 모두 가르쳐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타 전공 교수법도 적잖이 배울 수 있어 모임에 나오는 회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교과서가 바뀌면서 전공과목이 아닌 과목을 지도해야 하는 부분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이 모임에 나오면서 생물이나 화학 같은 타 교과 전공 선생님들한테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교수법도 배우면서 수업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어요.”(김미영 교사, 무원고)

배우고 가르치며 성장을 돕다
이 모임의 최대 강점은 정보교환과 자기 계발에 있다. 교사라고 해도 이해가 안 되거나 개념적으로 파악하기 힘든 부분이 있게 마련인데 이런 부분을 툭 터놓고 묻고 배우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3년 전 있었던 웃지 못 할 에피소드가 있다. 중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최 교사는 학생들이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실험 위주로 수업을 해왔는데, 그날은 학생들에게 승화실험을 보여줄 계획을 갖고 실험실에서 테이블 별로 아이오딘(Iodine)을 가열하기 시작했다. 아이오딘은 상온에서 검푸른 빛이 나는 고체 상태로 승화하면서 보라색 증기를 내뿜는데, 후드가 있는 곳에서만 실험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최 교사는 종일 계속된 수업을 마치고 모임에 왔고 모임에서 계속 기침을 해댔다. 자초지종을 듣고 난 화학교사가 깜짝 놀라며 기침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해 줬는데, 아이오딘은 절대로 흡입해선 안 되는 것임을 몰랐던 최 교사는 호흡기에 치명적일 수 있는 위험한 실험을 종일 강행했고, 그 결과 해소 기침을 했던 것이다. 이 일이 있은 후에 최 교사는 모임에 가장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회원이 됐다.
또 올해 연구년을 보내고 있는 임대환 교사는 ‘융합과학’을 주제로 심층적인 연구를 하면서 2주에 한 번씩 모임을 열어 회원들에게 자료 제공 및 프레젠테이션을 해주고 있다. 정모는 아니지만 융합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의 연구 내용을 공유하고 싶어서 나오는 회원들도 많다. 자칫 어렵게 느껴지는 분야를 한 사람이 전문적으로 공부해 자료를 나눠주고 설명해주니까 회원들은 시간 절약을 하게 된 셈이다. 뿐만 아니라 회원들이 연구자의 자료를 학교 현장에 적용한 결과를 다시 피드백 해줌으로써 연구에도 깊이가 더해져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격이다.

경험 나누며 서로에게 동기부여
고과사는 매달 셋째 주 수요일 오후 7시에 모인다. 모임은 대략 3시간 지속된다. 대부분의 회원들이 아내로서, 남편으로서 챙겨야 할 가족이 있는 이들이다. 그래서인지 과학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애들 밥 비벼주고 왔어요”, “시켜먹으라고 하고 왔죠”, “고무줄하고 놀고 있으라고 하고 왔어요” 등 들려주는 사연들이 구구절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임에 빠지지 않고, 아니 열정적으로 나오는 이유가 무얼까.
“누가 시킨다면 이렇게 못하죠. 교사 생활을 9년째 하고 있는데 똑같은 일을 계속하다보니까 한계도 느끼고, 또 내가 재미가 없으니까 아이들도 흥미를 못 느끼는 수업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여기 오면 새로운 것들, 접하지 못했던 창의적인 실험들을 많이 해서 자극이 돼요. 모임에서 배운 실험들을 수업시간에 하면 아이들 눈빛이 달라져요.”(유영화 교사, 발산중)
“워낙 실험을 좋아해요. 모임에 참여하면서 아이들이 이런 실험을 과연 좋아할까? 이런 실험이 아이들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될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2년 전부터 입학사정관제가 시행되면서 동아리 활동이 활성화돼 여기서 배운 실험들로 동아리 지도를 하고 있어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도 많고 반응도 굉장히 좋아요.” (고병효 교사, 정발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욕심이 많은 편이에요. 혼자 공부하다 보면 중간에 포기하기 쉬운데 여럿이 모여 서로의 노하우도 나누고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얻고 또 피드백도 주고받을 수 있어서 나오고 있어요.”(김효정 교사, 소래고)
“학교에만 있다 보면 자기 발전에 소홀해지는데 여기 나오면 정보 교류도 잘되고 공부도 많이 돼요. 그래서 아무리 바빠도 모임에는 꼭 참석하는 편이에요.”(추병철 교사, 일산동고)
“다른 지역의 교사모임인 ‘신과람’이나 ‘인과사’ 같은 큰 규모의 모임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이 모임은 작은 모임으로서의 매력이 있어요. 규모가 작은 만큼 다양한 실험을 함께 해볼 수 있고, 서로의 경험을 이야기하기에도 좋죠. 시행착오에 따른 변수를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은 이 모임만이 갖는 큰 매력이죠.”(박순혜 교사, 대곶중)
이 모임은 회원들의 주머니에서 연회비 12만 원을 걷어 운영비로 활용하고 있다. 운영비로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재정 규모 내에서 할 수 있는 실험들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다가 올해에는 고양시교육청에서 실시한 교사연구모임활성화사업에 응모해서 200만 원의 지원금을 받게 되었고, 덕분에 이전보다 더 다양한 실험 도구를 구입해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배움에 대한 회원들의 열정과 학교 측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과학 통한 재능기부, 봉사활동에도 적극적
고과사는 모임 초창기부터 매달 지역아동센터로 봉사활동을 나가고 있다.
과학재능기부에 뜻을 품고 아이들에게 흥미로운 과학의 세계를 알려주고 있는 것. 입학사정관제 덕분에 봉사활동에 참여를 원하는 학생들도 많고, 굳이 봉사활동 점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중학생들도 봉사의 가치를 깨닫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아동센터에서 만나는 아이들과 학생들 간 멘토-멘티를 맺어 지속적인 관계 유지도 해오고 있다.
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지역아동센터 한 곳으로만 나갔는데 학생들의 참여율이 높아지면서 현재는 고양시 내 지역아동센터 10여 곳으로 봉사활동을 나가고 있다. 미약했던 처음을 떠올리면 가슴 벅차오르는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유영화 교사는 “어느 샌가 ‘우리가 배운 것을 사람들과 나누자!’는 게 모임의 목적이 됐어요. 최근에는 봉사활동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재미있는 실험 위주로 연구를 많이 해요”라며 앞으로 더 많은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에게 찾아갈 수 있길 바란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모임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역 내 대표적인 과학교사모임, 이를 테면 인천 인과사, 서울 신과람, 부천 참과학, 의정부 의과모와 교류하면서 울타리를 넓혀 좋은 실험 내용을 공유하고 교사의 역량도 키워가는 것. 이것이 가능해진다면 가장 큰 혜택을 받는 것은 학생들이 될 것이다. 많이 배우고 또 많은 사람들과 나누면서 과학의 진짜 매력을 전파하는 이 모임이 앞으로 해 나갈 일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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