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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수업이야기] 보물상자, 사진, 박카스

□ 나에게 이것은 ‘보물상자’다. 왜냐하면 자꾸자꾸 열어보고 싶고 소중한 것을 꺼내보고도 싶지만 아무 때나 혹은 아무나 열 수 없다. 그래서 더 기대감을 갖게 하는 귀한 물건이다.

□ 나에게 이것은 ‘가장 기억하고 싶은 인생사진’이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영원히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듯이 교사 생활을 하며 가장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고 두고두고 꺼내 볼 수 있는 행복한 추억이기 때문이다.  

□ 나에게 이것은 박카스다. 마시면 반짝하고 기운이 나서 남은 시간의 수업을 할 수 있다. 중독성이 있어서 하루라도 마시지 않으면 안 됐는데 이것도 그렇다.

마치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같지만 이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2014년부터 꾸준히 해온 ‘흔듦! 채움! 나눔!’(이하 흔채나)이라는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선생님들과 함께 나누었던 내용이다. 
 
우리는 흔채나를 통해 더 나은 수업에 대한 연구와 고민, 학급을 운영하며 어려운 점, 때론 동료교사에게 상처받아 힘들었던 것들까지, 어떠한 일들도 솔직하고 편하게 나누었다. 우리는 나누면 나눌수록 성장하고 치유가 됨을 알게 됐다. 그 경험들이 모여서 흔채나는 우리에게 보물 상자, 가장 기억하고 싶은 사진 그리고 박카스가 되기도 한 것이다. 
 
나는 교직 경력이 어느 정도 쌓였을 때, 문득 매년 똑같은 수업으로 아이들과 만나는 모습을 느끼고 ‘과연 이런 모습으로 교직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그러던 중 나에게 중요한 만남이 생겼다. 곁에 있는 동료들과의 모임이었다. 과중한 업무와 아이들 생활지도 등으로 지치고 힘들 때 함께 나누고 위로하는 모임이었다. 
 
우리 모임은 점차 수업을 나누는 교사 동아리로 발전했고 그 속에서 ‘만남 그 자체가 성장이고,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축복’임을 경험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의 생각을 통해 나의 편견을 깨뜨리는 소중한 시간이었고, 한 인간으로서 반성적 성찰을 통해 교사로서 가장 큰 성장을 했던 순간이었다. 
 
이런 나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현재 학교 현장에서 운영되고 있는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실상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교사들의 자율성을 존중해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운영하면 참여율이 매우 저조하고, 참여를 강제하면 과거에 있어왔던 집단 연수 정도로 인식돼 협력적 배움을 이끌어 나가는 동력은커녕 또 다른 일거리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오히려 ‘갈등’과 ‘긴장’의 양상이 생기기도 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는 왜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교직문화는 교사의 성장과 발달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동료교사와 협력하지 않고 혼자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무의식중에 동료교사의 조언이 자신의 교육활동을 간섭하는 것처럼 느끼거나 자신도 다른 교사의 교육활동에 관여하지 않게 되면서 칸막이가 견고해지는 현상이 생겨났다. 
 
점점 빨라지는 사회 변화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전통교육 패러다임의 효용성은 점차 낮아지는 시점에서 이제 우리의 교직 문화는 고립에서 협업으로 전환돼야 한다. 기존의 교수학습 방법과 학교생활의 반복보다는 미래지향적 실천의 장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전문적 학습공동체에 적극 참여할 것을 권한다.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통해 수업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나기도 하고 수업 중에 받은 상처가 치유되기도 하며, 집단적인 책임감으로 실수가 창피한 것이 아니라 도전으로 인식되는 미래 지향적 공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든 전문적 학습공동체는 수업 속에서 아이들이 행복하고, 교사인 우리도 행복한 삶으로 이끌어주는 보물상자가 될 수 있다. 동료에게 나를 보여주고 협력적으로 소통하며 교사 생활을 이어간다면 순간순간이 인생사진이자 박카스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