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3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작은 이야기> 마지막 종례


"선생님! 그 때 그 일 선생님만 모르시죠?"
졸업식이 끝나고 마지막 종례를 위해 교실로 들어섰을 때 평소 명랑한 성격의 제욱이가 뜬금 없이 외치는 말이다. 그 한 마디로 교실 안에는 야릇한 호기심이 감돌았다.

2학기가 조금 지났을 무렵의 일이었다. 그 날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점심을 먹고 아이들의 자율학습을 감독하기 위해 교단의 담임용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런데 갑자기 멀쩡하던 의자가 내려앉으며 나는 그만 의자에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교실 안은 웃음바다가 됐고 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어쩔 줄 몰라 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되는 자율학습에 짜증이 난 아이들이 장난을 친 것이다. 의자 다리를 감쪽같이 부러뜨린 다음 투명테이프로 살짝 붙여 놓았던 모양이다.

"도대체 어떤 녀석이야!"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내가 범인을 잡기 위해 호통을 치자 녀석들은 일제히 침묵. 어르고 달래고 해도 약속이나 한 듯 묵비권이었다. 결국 제풀에 지쳐 다시 의자를 구해 놓는 것으로 사건은 종결되고 말았다. 그렇게 잊혀진 그 사건이 졸업식날 다시 상기된 것이다.

"그래, 범인이 누구니?"
"원식이요."
정말 뜻밖이었다. 평소에 내성적이고 얌전해서 그런 짓궂은 장난을 하리라곤 생각도 못한 아이였다.

"이런 녀석하곤." 내가 녀석에게 알밤을 먹이자 "선생님, 죄송해요. 다치게 해드려서. 장난을 치다 그만 실수로…."

자칫 미제 사건으로 남을 뻔한 그 사건은 결국 마지막 종례 시간에 밝혀진 셈이다. 오죽이나 공부가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왔다. 그래, 사회에 나가서 고3 때처럼 열심히 살면 무슨 일인들 못하랴. 나의 사랑하는 제자들아, 너희들이 보고 싶을 거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