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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귀향' 흥행과 후속편 이야기

다가오는 13일은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요구하며 1992년 1월 8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작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수요집회)가 1300회를 맞는 날이다. 벌써 25년이 흘렀지만, 일본의 태도엔 아무런 변화가 없다. 그 사이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39명 가운데 생존자는 35명으로 줄었다.

일본 정부의 변화없는 태도에다가 시간마저 자꾸 흘러가는데, 보도에 따르면 2016년도 초등학교 6학년이 배우게 될 국정 사회과 교과서에 위안부란 용어가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부란 용어가 성적(性的)인 문제와 관련돼 있어 초등학생 대상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일선 학교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 그 배경이다.

그러나 2015년 9월 여가부와 교육부가 함께 제작⋅배포한 초등 5~6학년용, 중학생용, 고등학생용 3종의 ‘일본군 위안부 바로 알기’에는 모두 위안부라는 표현이 교재 표지와 소제목, 본문에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듯 우려스런 지난 정부의 갈 지(之)자 행보의 역사인식은 영화를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된 바 있다. ‘귀향’(감독 조정래)의 흥행이 그것이다.

대하소설 ‘아리랑’(전12권) 등으로 일제에 대해 명쾌한 역사의식을 드러낸 소설가와 동명이인인 조정래 감독의 ‘귀향’은 2016년 2월 24일 개봉했다. 마침 97주년 3⋅1절이 들어있는 상영 시기도 도움이 되었으리라 짐작하지만, ‘귀향’의 흥행돌풍은 여느 영화와 같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귀향’의 최종 관객 수는 358만 7173명이다.

손익분기점이 60만 명쯤 되는 저예산 영화이니 엄청난 대박이다. 25억 원 제작비중 12억 원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7만 5270명이 참여해 마련했다. 말할 나위 없이 대기업 등 투자자가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겨레 신문은 사설에서 흥행몰이를 “‘사회적 현상’이라고 할만하다며 일본과 맺은 12⋅28 합의에 대한 광범위한 불만이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고발보다 치유 위한 휴먼드라마에 무게’를 뒀다지만, 영화엔 일본제국주의의 만행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구덩이에 시체 묻고 태우기 등 그 잔학상이 리얼하게 다가온다. 특히 인간으로서 차마 못할 짓의 만행을 저지른 위안소에 대한 입체적(여러 곳을 위에서 비추는) 화면은 잔학상 보여주기의 절정이라 할만하다.

‘귀향’의 흥행은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그것과 또 다르게 다가온다. 사실상 상업성과 거리가 먼 민족의 아픔에 관심을 둔 결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이왕에 있어온 위안부 소재 영화 ‘소리굽쇠’(2014)라든가 KBS 드라마 ‘눈길’(2015) 등이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과 비교해봐도 그렇다.

1300회 수요집회 다음 날인 14일엔 ‘귀향’의 속편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개봉한다. 전편의 조정래 감독이 본편에 담지 못했던 위안부의 처절한 참상과 ‘나눔의 집’에서 제공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 영상을 더한 96분짜리 ‘일본군 위안부 영상 증언집’이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수는 ‘귀향’ 개봉 당시 45명에서 현재 35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울분을 넘어 전 국민의 공분(公憤)을 샀던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합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까지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향한 진정한 사과 역시 없다. 정부는 지난 7월 31일,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한일 위안부합의 경위를 재검토하고 있지만,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인해 잠시 미뤄두는 과제가 되고 말았다.

‘귀향’의 속편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이다. 조감독은 “할머니들의 고통스러운 경험이 사실이었다는 점과 위안부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이번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참고로 ‘귀향’은 전 세계 10개국 61개 도시를 돌아다니며 1300여 회 상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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