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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우수의 가을에는 우아한 발레를



아무리 가을이 우수(憂愁)의 계절이라지만, 바람처럼 지나가버린 황금연휴의 후유증으로 우수를 넘어 우울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요즘이다. 그렇다면 이 우울함은 우아(優雅)로 극복해보는 것이 어떨까. 올 가을에는 인간의 몸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우아한 움직임, 발레 공연들이 관객을 맞이할 채비 중이기 때문이다. 설령 발레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새하얀 토슈즈, 겹겹이 부서지는 스커트인 튀튀(tutu) 정도인 문외한이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어 소개할 두 작품 모두 발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작이면서도 이해가 어렵지 않은 덕분에 입문자들의 ‘첫 공연’으로 손색없기 때문이다.



백조의 호수

뭐니 뭐니 해도 발레 입문작으로 <백조의 호수>만한 공연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명작 동화’ 시리즈로 익숙한 줄거리에, 수많은 노래에서 차용된 차이콥스키의 명곡까지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작품을 우아한 몸짓으로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발레의 종주국’ 러시아에서도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마린스키 발레단의 공연인 만큼 그 수준은 보장할만 하다. 이번 작품은 명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안무를 맡은 버전으로 한 명의 발레리나가 백조 오데트와 흑조 오딜을 모두 연기하는 최초의 버전. 
 
특히 기대감을 모으는 것은 오데트, 오딜과 사랑에 빠지는 지그프리트 왕자 역으로 수석무용수 김기민이 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최연소 지그프리트 왕자로 캐스팅되며 호평을 받았던 그는 2011년 동양인 최초로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하자마자 주역에 발탁되며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에는 역시 동양인 발레리노 최초로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상을 수상하며 자신의 저력을 증명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고국 무대에 서는 세계적인 발레리노의 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이 장면만은=<백조의 호수>의 매력은 백조 오데트와 흑조 오딜을 한 명의 발레리나가 연기한다는 점. 장면을 오가며 상반된 캐릭터를 표현해야 하는 만큼 춤의 테크닉은 물론 섬세한 연기력이 요구된다. 그중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장면은 3막에서 오딜이 지그프리트 왕자를 유혹하는 장면. 한 발만으로 몸을 지탱하고 32회 연속 푸에테(회전, fouette)를 선보이는 모습은 볼거리를 넘어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오네긴

유니버설발레단이 선보이는 <오네긴>은 드라마 발레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작품은 오만하고 자유분방한 도시귀족 오네긴과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는 순수한 영혼 타티아나, 오네긴의 친구 렌스키와 약혼녀이자 타티아나의 철없는 동생 올가까지 네 명의 중심인물들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다. 
 
이번 공연은 ‘드라마 발레의 대가’로 불리는 안무가 존 크랑코의 안무작. 존 크랑코는 현실적이고 생동감 있는 인물묘사를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화려한 기교나 무대 세트 대신 풍부한 감정과 내면연기를 담아낸 독무와 2인무를 전면에 배치했다. 또 등장인물 간의 대립과 갈등을 현실적이고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이는 무언(無言)의 춤이 마치 대사처럼 들리게 만들어서 발레 마임이나 전문용어를 모르는 초심자도, 원작의 내용을 모르는 관객도 쉽게 이해하고 이야기 속에 몰입될 수 있게 만든다. 
 
이번 작품은 존 크랑코의 안무작 중에서도 서정성과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두 남녀의 어긋난 사랑과 이별을 둘러싼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를 춤 위에 섬세하고 정교하게 풀어내야 하기 때문에 연기력만큼 남녀 무용수간의 호흡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는 한국 최초의 수석무용수 부부 황혜민-엄재용의 공연을 주목할 만하다. 한국 발레계의 스타 부부로 활동하며 무려 1000회 이상의 무대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들은 이번 공연을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은퇴할 예정이다.
 
‣이 장면만은=발레에서 파드되(pas de deux)는 남녀 무용수의 2인무를 뜻한다. <오네긴>에서는 감정이 대조되는 1막과 3막의 파드되가 볼거리를 선사한다. 1막의 ‘거울 파드되’는 거침없는 리프트와 점프로 첫 사랑에 들뜬 타티아나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감정을 표현한다. 그러나 3막에 등장하는 ‘회환의 파드되’에서는 오네긴의 애절한 구애에 흔들리는 타티아나의 복잡한 심정과 갈등을 담아, 같은 2인무라도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린스키 발레단 <백조의 호수> 11.9-11.12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유니버설 발레단 <오네긴> 11.24-11.26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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