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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대작 대격돌, 11월은 대형 뮤지컬이 제철

갑자기, 새삼스러운 질문을 던져본다. ‘뮤지컬’ 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무엇인가? 빼곡한 객석과 드넓은 무대, 이야기의 현실감을 더하는 거대한 세트, 오케스트라가 라이브로 연주하는 장중한 음악, 앙상블들의 목소리가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화음, 그리고 수많은 배우들이 일사불란하게 합을 맞춰 만들어내는 군무…. 아마도 이런 장면들이야 말로 관객들이 뮤지컬에 기대하는 전형적인 모습 아닐까. 물론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와 촘촘한 짜임새로 핸디캡을 극복하는 ‘작은 고추’ 같은 중소형 작품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앞서 말한 고전적 이미지의 뮤지컬에 끌림을 느끼는 이라면 11월은 놓쳐서는 안 되는 시기다. 공연계  성수기인 연말을 앞두고 최고의 제작비와 스태프, 배우가 아낌없이 투여되는 대작들이 출격하기 때문. 작품의 스케일과 함께 티켓 가격의 스케일 역시 함께 커진다는 아쉬움은 있으나, 적어도 앞으로 소개할 세 작품은 작품성 또한 이와 비례한다. 



<빌리 엘리어트>

천재의 탄생이 언제나 희소식인 것은 아니다. 그것도 가난한 탄광촌에 태어난 남자 발레 신동의 경우라면. 더욱이 오랜 파업으로 마을 분위기는 흉흉하고 온 식구가 빈곤한 상태라면 특히. 이 불운한(?) 천재소년은 빌리 엘리어트. 뮤지컬은 우연히 재능을 발견한 소년이 열악한 환경에서 발레리노의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다. 
 
1980년대 영국에서  벌어진 광산 파업이 진행 중인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당시 광부들의 애환까지 잘 담아냈다. 뮤지컬 <라이언킹><아이다> 등 명작을 탄생시킨 엘튼 존의 음악도 매력적이지만, 불과 열 살 남짓한 배우가 작은 몸을 던져 드넓은 무대를 이끌어가는 모습은 가슴이 뭉클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무엇보다 소년 소녀들의 발레 동작과 파업 광부들의 시위, 그들을 진압하는 경찰들이 휘두르는 경관봉의 움직임이 마치 하나의 아름다운 율동처럼 어우러지는 씬은 이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놀라운 장면이다. 



<타이타닉>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럿이 주연을 맡은 영화 덕분에 ‘타이타닉’은 더없이 친숙한 이름이지만 날아오르는 듯한 두 사람의 포옹이나 셀린 디옹의 ‘My heart will go on’을 떠올려서는 곤란하다. 영화가 연인들의 러브스토리를 중심으로 쓰인 허구의 이야기라면, 뮤지컬은 타이타닉호의 첫 항해에 승선했던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에는 타이타닉 호의 설계자 앤드류스, 은퇴 전 마지막 항해를 떠나는 베테랑 선장 스미스, 배의 소유주 이스메이 등 실존 인물이 등장한다. 배역이 주연이나 조연으로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도 다른 뮤지컬과 비교되는 특징. 
 
배에 탄 모든 이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이를 위해 모든 배우는 여러 개의 배역을 맡는 ‘멀티롤(multi-role)’을 소화하고, 곳곳에서 다른 캐릭터로 쉴 새 없이 등장한다. 배에 분주히 오가는 승객들을 표현하기 위해서인데, 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무대에 입‧퇴장 통로를 곳곳에 배치해 배우들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등장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는 갑판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통로처럼 보여 무대를 한 척의 배처럼 보이게 만든다. 저마다 다른 꿈을 안고 배에 올랐으나 예상치 못한 비극과 마주해야 했던 이들이 보여주는 희생과 용기는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더 라스트 키스>

한 나라의 황태자가 연인과 함께 밀월여행을 떠나 별장에서 동반자살로 생을 마감한 일은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이 비극적인 사건의 주인공은 합스부르크의 황태자 루돌프. 그는 자신을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의 술수와 계략, 견해가 다른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아버지의 무시, 어머니의 외면 등 모든 것에 환멸이 난 상태다. 자신을 해방하는 유일한 창구는 ‘줄리어스 펠릭스’라는 가명으로 황가를 비판하는 기고글을 쓰는 것뿐. 마리 베체라는 그런 그의 진짜 모습을 알아본 단 한 명의 여자다. 
 
각자 정략결혼의 처지에 놓인 두 사람이지만 이들은 운명적인 끌림을 거부하지 못한다. 세상의 모든 굴레에 아랑곳 않는 이들의 순수한 감정을 보여주는 듯 무대 위에는 끝없는 눈밭이 펼쳐진다. 연인들이 스케이트를 신고 무대를 가로지르며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은 작품의 백미. 마침내 마이얼링의 별장으로 여행을 떠난 두 사람은 새하얗게 내리는 눈 속에서 마지막 노래를 부르고 이 세상과 작별하는 키스를 나눈다. 한 폭의 겨울 풍경화 같은 무대와 서정적인 음악은 아름답기에 비극을 더욱 극적으로 강조한다.  김은아 공연전문매거진 ‘씬플레이빌’ 에디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11.28-2018.5.7 | 디큐브아트센터
뮤지컬 <타이타닉>
11.10-2018.2.11 | 샤롯데씨어터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
12.15-2018.3.11 | LG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