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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학교자치 하자면서 학칙 무력화하나

교육감협,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추진 논란
학칙서 ‘복장, 휴대폰 사용 등 담게한 조항 삭제 협의
일선 "생활지도 무력화, 인권조례 걸림돌 제거 의도"

[한국교육신문 윤문영 기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이하 시도교육감협)가 학칙에 상벌, 두발복장, 휴대폰 사용 등의 내용을 담도록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의 삭제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일선에서는 학생인권조례와 충돌되는 법적 근거를 제거하려는 시도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도교육감협은 지난달 30일 전북교육청에서 가진 정기총회에서 학칙 기재사항을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 중 제7항의 삭제를 안건으로 협의할 예정이었다.  

제7항에는 ‘학생 포상·징계, 두발·복장 등 용모, 소지품 검사, 휴대전화 사용 등 학생의 학교생활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시도교육감협은 해당 조항이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 4에서 명시한 학생의 인권보장과 어긋난다고 제안 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날 총회에서는 여러 긴급사안이 올라와 해당안건이 논의되지 못했다. 

시도교육감협 관계자는 "당초 안건으로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특성화고 현장 실습, 초등교실 어린이집 설치 등 긴급 안건들이 올라와 미뤄졌다"며 "실무협의회에서 부분합의 의견으로 총회에 올라온 안건들은 다음 총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음 총회는 2018년 1월 11일 광주에서 열릴 예정이다.

시도교육감협의 이같은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일선 현장은 사실상 학생지도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반발한다.

서울 A고 김 모 교사는 "용모나 휴대전화 사용 제한 등을 학칙으로 정하는 것은 학생들을 억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많은 학생들의 교육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학칙마저 사실상 없애겠다는 것은 교육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은데 학교 현장을 너무 모르고 정책을 추진하려 한다"며 비판했다.

서울 B중 이 모 교사도 "학칙마저 없애면 생활지도 자체를 못하는 것"이라며 "기본이 무너진 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그럼에도 문제가 생기면 결국 교사가 모두 책임을 져야 할텐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결국 이번 협의는 학생인권조례 반발의 가장 큰 빌미인 상위법과의 충돌 근거를 없애려는 의도로 지적되고 있다. 

두발 규제 등은 학생인권조례에서는 금지하고 있지만 상위법인 시행령에서는 학교장이 이같은 사항을 반영한 학칙 개정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서울, 전북 등은 학생인권조례를 두고 교육부가 상위법 위반 등을 들어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해 논란을 낳은 바 있다. 또 경남, 강원, 충북 등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시도하는 지역에서도 여전히 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번 시도교육감협의 논의는 단위학교의 자율적 운영 자체를 가로막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동석 교총 정책본부장은 "시도 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를 통해 학칙 사항을 제한하려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해 학교 실정에 맞는 학칙을 제정해 운영하라는 당초 법의 취지를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행령에서는 학교장이 학칙을 제·개정할 때 학생, 학부모, 교원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현재 시도의 학생인권조례에서 학칙 등 학교 규정을 정하도록 한 것과도 배치된다는 비판이다. 서울, 전북 등의 조례에는 두발, 용모 등에 대해 학칙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타인의 인권 침해시 학칙에 따른 책임을 지도록 했다. 

서울의 경우, 학생의 의사에 반해 복장, 두발 등 용모에 대해 규제해서는 안되지만 복장에 대해 학칙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 학생의 휴대폰을 비롯해 전자기기의 소지나 사용 자체를 금지해서는 안되지만 교육활동과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을 위해 학칙으로 전자기기 사용과 소지의 시간, 장소를 규제할 수 있다고 했다. 

더 나아가 시도교육감협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교육자치의 최종 목표는 교육부에서 교육청으로, 교육청에서 학교로 이어지는 권한 배분을 통해 학교 자치와 학교 민주주의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경기 C고 교사는 "학교자치를 목표로 하면서 학칙을 부정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도교육감협은 이날 총회결과 5급 공무원에 대한 성과급적 연봉제를 제외하기 위해 지방공무원 보수규정 개정을 행정안전부에 제안하기로 했다. 또 지방자치단체장이 추천하는 교육공무직원도 정부 포상 대상자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정부포상업무지침의 개정도 제안하기로 했다.